우리나라의 옛 절들은 산 속에 고요히 들어 앉아 있습니다. 자연과 어우러저, 자연과 함께 나이를 먹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 조상들은 절을 지을 때 어떻게 해야 자연과 조화롭게 지을 수 있을까를 늘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그랭이 공법'입니다.
그랭이 공법은 자연석으로 된 주춧돌에 기둥을 세울 때, 기둥 아래 쪽에 주춧돌 윗면의 굴곡과 같은 선을 그린 다음 그 부분을 다듬어서, 주춧돌과 기둥이 딱 맞물리게 맞추는 기법입니다. 그랭이 공법은 기둥, 성곽, 석탑 등에서 서로 맞붙는 부분의 이를 꼭 맞게 하기 위해 쓰였습니다.
불국사의 돌 축대는 그랭이 공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축대 위에 얹어 놓은 긴 장대석을 보면, 아래쪽에 있는 자연석의 굴곡에 맞게 다듬어 맞물려 있지요. 이렇게 지은 건축물은 지진에 무척 강하다고 합니다. 지난 500여 년 동안 경주 인근에서 지진이 22번이나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국사의 축대는 꿈쩍도 않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 그랭이 공법으로 주춧돌을 세운 고창읍성의 '공북루' ⓒ임권일
그랭이공법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에서 나오는 미의식의 발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자연관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차경, 즉 자연을 빌리는 데에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고 함께 공유하려는 생각이 강하였습니다. 건축은 물론 정원을 꾸밀 때에도 자연의 질서를 해치거나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역하지 않았습니다.
산이 높으면 높은 대로 골이 깊으면 깊은 대로, 언덕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 사이에 인공을 다한 누정(누각과 정자)을 배치하였습니다. 누정을 세우더라도 자연에 거슬리지 않게 지붕과 건물의 높이와 크기를 조절하였습니다. 이처럼 우리조상의 자연과 건물의 조화, 더 나아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보는 관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