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두루미과 새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재두루미입니다. 화선지에 수묵화를 그린 듯, 몸 곳곳에 그려진 엷고 짙은 먹색의 조화는 재두루미를 더욱 고고하고 아름답게 보이게 합니다. 특히 날개를 활짝 젖히고 비상하는 모습은 가히 예술이라 칭할만합니다. 한때 1945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천여 마리가 넘는 큰 무리가 전국 각지에서 볼 수 있었으나, 6·25전쟁 이후에는 수십 마리 단위로 줄어들었습니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6,500여 마리만 남아 있을 정도로 멸종 위기에 처한 귀한 새입니다.
재두루미는 6~8월경 시베리아 지역에서 번식을 마치고, 날이 추워질 무렵 남쪽으로 2000여km를 이동하여 우리나라, 일본 등지를 찾아옵니다. 먼 거리지만 이들이 똑같은 장소를 찾아올 수 있는 것은 해와 달, 별 등을 이용해서 방향을 잡고,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목적지 근처까지 도착하면 지형지물을 기억하고 구분하여 정확하게 지난해 찾아왔던 곳을 다시 올 수 있다고 합니다. 재두루미에게는 해마다 찾아오는 월동지가 집인 셈인데, 농경지에 건물이 세워지고, 습지가 개발되고 파괴됨으로써 그들의 안식처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재두루미는 먹이활동하는 곳과 잠자는 곳을 구분하여 생활합니다. 동이 틀 무렵 먹이터인 논으로 이동하여 먹이활동을 하고, 해질 무렵이면 앞이 탁 트인 저수지나, 습지의 풀밭으로 돌아와 잠을 잡니다. 잠을 잘 때는 체온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한 쪽 다리로 서서 목을 굽혀 머리를 등의 깃 사이에 파묻습니다. 주위 환경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다가도 사람이나 천적이 접근하면 날아올라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합니다. 재두루미가 한 번 날아오를 때 소모하는 에너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한 곳에서 먹이활동을 오래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두루미는 2월 말~3월 초가 되면 무리에서 벗어나, 고향인 시베리아로 돌아와 암수 한 쌍이 세력권을 형성하고 번식을 하게 됩니다. 땅 위에 짚이나 갈대를 쌓아 올려 둥지를 만들고 한 배에 2개의 알을 낳아 암수가 교대해 가며 한 달 넘게 알을 품습니다. 새끼는 생후 6개월가량 어미의 보호 아래 자라게 되고, 날이 추워질 무렵, 부모 새와 함께 먼 여정을 다시 떠나게 됩니다.
재두루미의 수명은 약 20~30년, 길게는 50년 이상 살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 곳에 머무른다는 것은 그들에게 곧 죽음을 의미하기에, 살아 있는 동안은 매년 본능에 따른 재두루미의 이동은 그렇게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