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고추가 생각나는 노린재
어려서는 꿈틀꿈틀 움직이는 작은 곤충들에 많은 관심을 갖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 고나심이 멀어지게 됩니다. 익숙해지면 전혀 새로움을 찾지도 느끼지도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곤충들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다만 익숙해서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지요.
멀리서만 곤충을 보면 다 같은 벌레라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전에 보지 못 했던 새로운 곤충의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생물을 관찰할 때에만 필요한 것은이 아닙니다. 일상을 대할 때에도 자세히 들여다 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 있는 능력, 그것이 통찰이자 창의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 익은 고추처럼 새빨갛게 몸을 치장한 노린재가 있습니다. 녀석의 이름은 고추침노린재, 이름처럼 빨간 몸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침노린재에 속한 녀석답게 다른 곤충이나 애벌레에 침을 꽂아 체액을 빨아 먹고 살아가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고추침노린재에 관한 생태나 생활사에 관한 자세한 연구가 수행되어 있지 않습니다.
침노린재과에 속한 노린재에는 껍적침노린재, 왕침노린재, 다리무늬침노린재, 붉은등침노린재 등도 있는데 이들은 모두 빨대 모양의 주둥이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작은 머리와 다소 홀쭉한 몸통을 가지고 있어 다른 노린재과에 속한 종들과는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노린재를 해충으로 구분하여 싸잡아 박멸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녀석들도 자연의 세계에 존재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습니다. 해충으로 구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관점일 뿐 그들에게도 자연이 부여한 역할과 책무가 있기 때문이지요. 한낱 미물에 불과한 작은 생명이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그들의 생존의 지혜는 항상 배움의 대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