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드문 계곡 상류의 작은 둠벙에 원앙 2쌍이 쉬고 있었다. 사람들의 인기척이 거의 없는 곳이어서일까? 내가 가까이서 관찰하고 있음에도 녀석들은 크게 경계하지 않고 둠벙 위를 헤엄치며 먹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원앙들은 인근의 저수지와 작은 둠벙을 오가며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12년 전, 원앙을 촬영하기 위해 위장 텐트를 치고 오랜 시간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때의 원앙은 매우 민감한 개체들이어서 조금만 인기척이 나도 금세 자리를 떠나버렸다. 상당히 민감한 녀석들이어서 촬영에 애를 먹었었다. 그리고 몇 달 후 한 공원에서 만난 원앙들은 사람들의 손길에 길들여져서 가까이 가도 도망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같은 종이라도 서식 환경과 경험에 따라 경계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물과 뭍을 오가는 생존 전략
원앙은 물 위에서 헤엄을 치다 위협을 느끼면 바로 날아오르지 않는다. 먼저 황급히 뭍으로 올라오는 선택을 한다. 겉보기에 화려한 깃 때문에 더 눈에 잘 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생각보다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그래서 먼저 물가 주변에서 헤엄을 치다 먼저 뭍으로 올라온다. 이 행동에는 원앙의 생존의 지혜가 숨어 있다. 날아오르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에너지를 아끼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뭍에서 멀어져 있는 상황이라면, 주저 없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천적의 위협에도 하늘로 잽싸게 하늘로 날아오른다.
나무에 오르는 원앙
원앙은 물에서 헤엄을 잘 치지만, 다른 오리과의 새들과는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진다. 물갈퀴가 있어 헤엄을 잘 치면서도 발가락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 나무 위에도 능숙하게 올라간다. 그래서 둥지도 물가가 아닌 나무 구멍 속에 만들어 번식한다. 물과 숲 두 환경을 모두 활용하는 독특한 생태를 가진 새인 셈이다.
수컷의 화려한 깃의 비밀
원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수컷의 화려한 몸 색깔일 것이다. 하지만 이 깃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다. 수컷의 화려한 깃은 번식기에 나타나는 혼인깃으로, 암컷에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이다. 즉, 나는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으니 좋은 자손을 남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암컷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암컷은 더 선명하고 화려한 깃을 가진 수컷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순히 예쁘기 때문이 아니라 건강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개체를 선택하기 위한 본능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번식기가 지나면 수컷도 변환깃으로 바뀌어 암컷과 비슷한 색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숲에 있으면 화려한 몸 색깔이 생각보다 눈에 잘 뜨지 않을 수도 있지만, 주로 물 위에서 생활해야 하는 수컷 원앙에게는 오히려 이러한 색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물 위에서 눈에 잘 띄는 색은 포식자에게 쉽게 발견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컷의 화려한 깃은 번식이 필요한 시기에만 드러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