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종 2급으로 지정된 대모잠자리를 만나기 위해 서식지를 찾았다. 습지 바닥에는 식물 잔해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대모잠자리가 서식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로 보였다. 아직 대모잠자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습지 주변에서 한창 먹이 활동 중인 알락할미새를 만났다. 녀석은 꽁지를 위아래로 까딱거리며 습지 주변을 쉴 새 없이 오갔다. 주로 물가에 서식하는 닷거미류를 사냥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대모잠자리가 우화해 습지 주변을 날아다닌다면, 분명 알락할미새에게는 맛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알락할미새는 주로 물가를 오가며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는데, 잠자리도 예외는 아니다. 알락할미새에게 대모잠자리는 '멸종 위기 야생생물 Ⅱ급'이 아니다. 그저 맛있는 먹잇감일 뿐이다. 멸종 위기종이라는 것은 사람의 기준에서 정했을 뿐, 새에게는 아무런 해당 사항이 없다. 생태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먹이사슬일 뿐이다.
잠자리는 유충일 때 물속에서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포식자이면서, 성충이 되어서는 새와 거미와 사마귀에게 먹히는 피식자이기도 하다. 대모잠자리라고 해서 이 먹이사슬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멸종 위기종 2급이라는 딱지가 날개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설령 붙어 있다 한들 알락할미새가 그걸 읽을 리 없다.
인간이 서식지를 파괴해 개체 수가 줄어들면, 남은 개체들은 자연의 포식 압력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개체 수가 많을 때는 일부가 잡아먹혀도 종 전체가 유지되지만,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 한 마리 새의 하루 먹이가 종의 존속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습지를 떠나면서 다시 알락할미새를 보았다. 여전히 꼬리를 까딱거리며 물가를 오가고 있었다. 부리에는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물고 있었다. 대모잠자리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