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곳이 없는 먹황새 이야기

by 임권일


5U2A2160.JPG?type=w773 황새, 2023년 1월 11일 충남 예산에서 촬영


5U2A2152.JPG?type=w773 황새, 2023년 1월 11일 충남 예산에서 촬영


image.png?type=w773 황새, 2023년 1월 11일 충남 예산에서 촬영


%EB%A8%B9%ED%99%A9%EC%83%88.png?type=w773 먹황새, 2015년 2월 22일 전남 함평서 촬영


image.png?type=w773 먹황새, 2025년 2월 22일 전남 함평서 촬영1


%EC%82%AC%EC%A7%84-%ED%95%A8%ED%8F%89_%EB%8C%80%EB%8F%99_%EC%A0%80%EC%88%98%EC%A7%80.JPG?type=w773 전남 함평 먹황새 월동지, 2014년 1월 22일 촬영


image.png?type=w773 전남 화순 주암댐 일대에서 발견된 먹황새 4마리, 2022년 12월 19일 촬영


image.png?type=w773 황새, 2023년 1월 11일 충남 예산에서 촬영



지난 2022년 겨울 충남 예산에서 황새를 보았다. 붉게 물든 다리에는 인식표가 없었다. 그 말은 이 녀석이 야생에서 태어난 황새라는 뜻이었다. 1970년대 초반, 텃새로 살아가던 야생 황새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로부터 20여 년 뒤인 1996년, 독일과 러시아에서 들여온 4마리를 시작으로 황새 복원이 시작되었고, 현재(2025년) 250여 마리가 야생에서 살아가고 있다.

황새에게는 쌍둥이 같은 친척이 있다. 바로 먹황새이다. 황새가 하얀색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먹황새는 그 정반대다. 몸 대부분이 녹색 광택을 띠는 검은색이다. 말 그대로 이름처럼 먹을 칠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먹황새는 멸종 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00호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겨울철새로, 매년 겨울 극소수만 우리나라를 찾는다. 과거에는 경북 안동의 바위 절벽에서 먹황새가 번식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현재는 국내에서 먹황새의 번식 기록은 없다.


예전에 먹황새를 만나기 위해 경북 영주의 내성천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내성천은 한때 모래 강으로 유명했었다. 넓은 모래톱 위를 맑은 물이 흘렀고, 그곳에서 먹황새는 물고기를 사냥하며 겨울을 보냈다. 그런데 내성천에 도착했을 때, 강은 이미 강이 아니었다. 강 위를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먼지를 내고 달렸다. 며칠 동안 강 주변을 헤맸지만 먹황새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먹황새를 처음 본 것은 오히려 뜻밖의 장소에서였다. 전남 화순 주암댐 인근이었다. 검은 몸에 붉은 부리와 한눈에 먹황새 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야생 관찰이란 게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연한 만남이 이뤄진다. 그 후 여러 차례 그곳을 찾았지만, 녀석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함평 일대에도 먹황새가 찾아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저수지 수위를 높이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먹황새를 보기 힘들어졌다. 저수지 수위가 올라가면서 먹황새가 먹이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먹황새가 먹이를 잡는 곳은 발목 정도 깊이의 얕은 물가다. 수위가 오르면 그 얕은 영역이 줄어들고 녀석들은 그런 환경에서 먹이활동을 할 수가 없다. 그 후 몇 번 더 함평을 찾았지만 먹황새를 만날 수는 없었다.


인식표 없는 황새를 본 그 강에서,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복원의 궁극적인 성공이란 아마도 돌아온 것을 잊는 것이 아닐까. 황새는 그 지점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먹황새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 대단한 복원 사업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녀석들이 살아갈 보금자리는 지켜주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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