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를 다시 만난 날

by 임권일
SE-b77dac22-6dd7-4d4e-b7c3-b408295297b5.jpg?type=w773 수리부엉이, 2026년 4월 12일, 전남 나주서 촬영


SE-90566450-535f-43d1-94ef-b523a051b119.png?type=w773 수리부엉이, 2026년 4월 12일, 전남 나주서 촬영


SE-6c5777b6-bb38-44ee-a62d-80ed48f81f8c.jpg?type=w773 수리부엉이, 2023년 4월 15일, 전남 강진서 촬영


SE-344fab53-6d0f-4623-88b9-2380099707d2.jpg?type=w773 수리부엉이, 2021년 12월 8일, 전남 화순에서 촬영


SE-90d49abe-fbda-4105-be30-afddeee240db.png?type=w773 수리부엉이, 2021년 12월 8일, 전남 화순에서 촬영


예전에 학생들과 함께 겨울철 철새 관찰을 하기 위해 화순의 지석천을 찾은 적이 있었다. 강가에 난 길을 따라 이곳저곳 살폈지만 대부분 오리류와 까치뿐이었다. 겨울 하천의 풍경은 대체로 그렇다. 화려한 종은 드물고, 흔한 새들은 늘 있던 자리에 있다. 그날도 그런 날이 되려나 싶었다.


그때 한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저 나무 위에 말벌집 같은 게 있어요." 말벌집? 고개를 돌려 학생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니, 높은 소나무 가지 위에 정말 말벌집처럼 생긴 커다란 무언가가 보였다. 색이 황갈색이고 뭉툭하게 생겨서 멀리서 보면 말벌집으로 착각할 만했다. 하지만 카메라를 이용해 자세히 살펴보니 말벌집이 아니었다. 황갈색 바탕에 검은 세로 줄무늬가 복잡하게 얽힌 깃털과 머리 꼭대기에 솟은 긴 귀깃, 그것은 바로 수리부엉이였다.


수리부엉이의 깃털은 그 자체로 보호색이다. 절벽에 앉으면 주변 바위와 하나가 되고, 나무에 앉으면 벌집이나 나뭇가지와 비슷하게 보인다. 학생이 벌집으로 착각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깃 색깔이 나무껍질의 질감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낮 동안 수리부엉이는 이 보호색에 의지해 나뭇가지나 바위에 가만히 앉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비로소 활동을 시작한다. 주로 꿩, 쥐, 비둘기, 개구리, 뱀 등을 사냥한다.


그날 지석천에서 만난 수리부엉이는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 바로 옆의 높은 나무에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잠을 자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녀석은 두 눈을 똥그랗게 뜨며,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녀석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이듬해 겨울, 다시 지석천을 찾았다. 하지만 녀석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한 해가 더 지나서 또 갔지만 역시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수리부엉이는 텃새이므로 별다른 이유가 없으면 대개 비슷한 장소에서 번식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서식환경이 나빠지면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죽음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 차에 부딪혀 되어 부상당한 수리부엉이 뉴스를 접할 때마다 녀석이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 뒤로 또다시 수리부엉이를 다시 만난 것은 3년 전 전남 강진에서였다. 깊은 숲속, 녀석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근처를 걸어가다가, 갑자기 큰 새 한 마리가 소리 없이 날아올랐다. 부엉이류 특유의 무음 비행이었다. 날아가는 모습을 뒤늦게 보고서야 수리부엉이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지난 주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수리부엉이를 만났다. 황새가 올해 이 근처에서 번식을 시작했는지 확인하러 간 길이었다. 황새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강변의 절벽 위에서, 수리부엉이가 쉬고 있었다. 절벽 아래에서는 할머니 한 분이 나물을 뜯고 계셨다. 녀석은 할머니가 있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카메라를 들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깃색이 절벽의 암석과 거의 비슷했다. 가만히 있으면 바위의 일부처럼 보였다. 이 몸색깔 덕분에 녀석이 도심 가까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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