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엄마의 디지털 적응을 응원하면서, 웹/앱 서비스를 공부합니다.
써니가 휴대폰 어플이나 인터넷을 접한지는 오래되었다. 20년 전, 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컴퓨터 사용법'을 알려주는 특강에도 참여하면서 새로운 문물에 대한 배움 의지를 표했지만 아직 인터넷에 익숙하지 못하다. 휴대폰 어플에서도 제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카카오톡과 은행 어플인데 사용하는 기능만 사용한다. 은행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일이 생길 때면 '비대면 계좌 개설' 기능을 사용해서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되지만 어플에 익숙하지 않은 써니는 은행에 달려가고, 계좌이체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ATM 기계를 사용하며 어플을 활용했을 때 내지 않아도 되었을 수수료를 지불한다.
조금만 알기 쉽다면, 누군가가 알려준다면, 낭비하지 않았을 시간과 돈의 아쉬움을 생각하며 2021년 하반기에는 써니의 디지털 적응을 응원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수행한 일들을 블로그에 남기면서 시니어들이 느끼는 어려움과 그에 대한 해결책들도 한 번 생각해보려 한다.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잘못이 없습니다!! 기죽지 마세요!! 라는 응원과 함께)
그렇게 써니의 첫 번째 도전은 '당근마켓'에 물건 올려보기!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네이밍으로 중고거래에서부터 동네생활 이야기까지, 내가 사는 동네 이웃 간의 연결을 도와 따뜻하고 활발한 교류가 있는 지역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더 자세한 회사 소개는 요기 링크를 클릭해 보세요. -> 당근마켓 바로가기
일상생활을 돕는 다양한 휴대폰 어플 서비스 중 첫번째로 '당근마켓'을 선정한 이유는 2가지 이다.
1. 써니의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만한(동기부여 팍팍 되는) 카테고리 중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
소통은 카카오톡, 구매는 쿠팡, 검색은 네이버와 같은 서비스를 아주 잘- 이용하고 있었기에 이 서비스들을 선정할 수는 없었고,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다'는 문구가 써니의 관심을 일으킬 수 있었다.
2. 사용하기 편한 UI(화면 구성)
처음부터 너무 많은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어플에서 과제(도전)를 수행시키기에는 너무 낙담할 것 같아서 당근마켓으로 선정했다. 실제 사용하기 편한 UI로 당근마켓의 60대 이상의 연령층 가입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도 한다. 그러기에 써니도 어렵지 않게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출처: https://zdnet.co.kr/view/?no=20200710125628)
특히 신경쓴 것이 있었다. 써니 혼자서도 어플 서비스들의 기능을 유추하고 수행하는 데, 동기부여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된 써니와의 2시간, 수업(?)의 순서는 이렇다.
1. 당근마켓이 무엇인가요?
2. 실습
2-1. 앱 설치하기
2-2. 회원가입
2-3. 물건 등록하기 (업로드, 올리기 인데 써니는 '등록하기'라고 얘기함)
2-4. 등록한 물건 확인하기
2-5. 실제 연락해보기
3. 팁 - 연락이 왔을 때의 매너
써니에게 '엄마 당근마켓이 뭐게?'라고 물었다. 그럴 때 마다 '당근을 파는 건가~'하면서 웃었다. 요새는 바깥에서나 TV에서나 휴대폰 어플을 광고하는 세상인데, 모르다니..!
그러면서도 '옆 집 아줌마는 무슨 물건을 어디에 올려서 누가 사러오고 그러더라~ 나도 해보고 싶어서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려다가 말았어~'라고 했다. '당근마켓'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중고거래에 대한 궁금증과 사용의 니즈가 생긴 순간! 이 찰나를 포착하고 다음 날 바로 당근마켓 수업(이라고 하고, 당근마켓 정착을 위한 온보딩이라고 한다.)을 시작했다.
회사 소개 영상과 광고 영상 보여주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당근마켓을 사용하는 영상도 보여주었다. (유튜브에 '엄마 당근마켓'을 찾아보면 실제 활용 영상이 나온다.)
당근마켓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후 바로 실습!
앱 설치 부터 시작해서 회원가입, 물건 등록하기, 마이페이지에서 등록 현황 보기, 실제 연락해보기 순으로 앱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유추하면서 수행하기를 권장했다. 여러 번의 고민 끝에도 답을 찾지 못하면 내가 개입하여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를 알려줬다.
그 때 나는 자연스럽게 UT(Usability Test)를 접할 수 있었고, 경로를 찾기 어려워 하거나 버벅거리는 부분들을 캐치하였다.
1. '중고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영역이 '홈'이라는 명칭으로 되어있어서, 중고거래 리스트를 볼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직관적으로 확인이 어려웠다. 써니는 '어? 여기에서 아까 그 리스트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하지?'를 몇번 되뇌었다.
2. '중고거래' 글쓰기 기능 또한 찾기 어려웠다. '홈' 탭을 누르면 + 버튼이 있는데, 이 아이콘의 의미가 확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외 내용들은 영상을 복기하고 당근마켓(2) 게시글에서 서비스가 개선하면 좋을 방향을 이야기해 볼 예정이다.
1. 연락이 왔을 때의 매너
거래 시 만남의 장소를 정하는 방법과 계좌 이체를 원할 경우가 있으니 계좌 번호를 먼저 보내면 좋다와 같은 꿀팁들을 알려줬다.
2. 실제 만났을 때 어떻게 거래하는게 좋을지
당근마켓으로 중고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그 주변에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누군가를 찾는다. 그 때 딱! 당근마켓 쇼핑백을 들고 가면 된다고 알려줬다.
내가 당근마켓을 알려주기 전에는 뭐 팔게 있겠어? 이런거 누가 사기나 하겠어? 하면서 회의적으로 생각했던 써니였다. 오랜 세월을 버티며 찬장 한 켠에 버텨온 그릇들부터 가족들이 주었지만 잘 입지 않은 옷, 그리고 동고동락하며 자라온 식물까지.. 써니는 집안 샅샅이 찾아가며 당근마켓에 하나둘씩 올리기 시작했다.
게시글을 올린지 2주가 지나도 연락은 없지만 지금도 써니는 '당근!' 하고 알람이 올 때 마다 이야기한다.
"어머어머 어떻게 누가 사려나봐!!"
하지만 그 알림은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를 낮췄으면 좋겠다는 당근이의 제안임을.. ^^ㅎㅎ
엄지를 '동네생활'에 자랑하기까지!
그리고 그날 저녁 써니의 블로그,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알게 되는 순간,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해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히 응원하면서 디지털 적응을 도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