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지속되온 엄마의 글쓰기 습관
엄마에게 글쓰기를 제안했던 작년 5월, 메모장부터 블로그까지 글을 작성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나는 엄마 블로그의 이웃이어서 엄마의 글을 매일매일 받아 보고 있는데, 문득 몇 개 썼지 하고 보니 엄마의 이야기가 80개나 되었다. 5월 1일부터 지금까지 87일 중에 80일을 썼다는 뜻이다. 메모장의 글까지 포함하면 200개나 되는 엄마의 이야기.
언젠가는 "엄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라고 물었다.
몰라~
나는 아침에 눈 뜨면 무슨 글을 쓸지 생각해
하루 종일 할 일을 하다가도
이 내용을 덧붙이면 좋겠다 상상해
그리고 자기 전에 컴퓨터를 켜는 거지
요새는 휴대폰으로 쓰는 방법을 알아서
누워서도 써 얼마나 편한지 몰라
글쓰기 주제를 생각하며 시작한 엄마의 하루가, 물가에 비친 보름달처럼 은은히 빛나는 것만 같았다. 내가 엄마에게 뿌듯함을 선물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엄마가 이렇게 글쓰기에 익숙해지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노트북을 켜고 메모장에 글을 쓰고 저장하고 노트북을 끄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나에게는 익숙하지만 엄마에게는 항상 새로운 일이었다. 3일에 한번 꼴로 똑같은 기능을 물어보는 엄마여서 나는 '엄마가 치매인 걸까?'라고 생각했다. 익숙하지 않은 노트북과 독수리 타자는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게 만들었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윈도우 업데이트 알람은 엄마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작년 5월부터 9월까지는 엄마와 페이스톡을 자주 했는데, 노트북 사용법에 대해 물어보기 위한 통화였다. 그래도 1년이 지난 지금은 컴퓨터에서 휴대폰까지 섭렵하여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고 있다. 60대 엄마,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아도 꾸준히 한다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음을 느끼고 있다.
엄마의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정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블로그를 제안했다. 흔쾌히 "그래!" 하던 엄마. 바로 블로그를 생성하고 매뉴얼을 만들었다. 어느 정도 컴퓨터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블로그 작성에는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글만 쓰던 엄마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진도 올리고 영상도 올리고 이모티콘도 써보고 글쓰기 공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엄마와 나는 공통 주제로 나누는 이야기가 많아졌다. 바로 엄마가 쓴 글의 주제로 말이다.
써니 님의 새 글이 올라왔어요.
알림이 뜨면 나는, 엄마의 글을 읽는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한다.
그렇게 수십 분을 떠들다 보면 나는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엄마가 이 내용을 써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다음번 통화에는 이 말을 꼭 해줘야지 하면서 대화를 지속한다. 엄마의 이야기가 나의 시공간을 감싸면서 같은 이야기를 간접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다.
생각해보니 엄마가 글에 재미를 붙이게 된 이유가 이러한 "소통" 때문이지 않을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