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어플 잘 사용하세요?
서울살이 5년 차, 그중 절반 이상은 이 동네에 머물렀다. 골목 군데군데 옛 기운이 묻어나는 곳. 때 묻은 문 손잡이, 집 앞에서 말리는 빨간 고추, 그늘에 자리 잡고 앉아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 낮은 건물과 높은 건물이 혼재되어있는 이 동네.
누워서 핸드폰만 바라보다 벌떡 일어나 "머리를 자르러 가야겠어"하며 집을 나섰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머리 손질까지 모든 과정을 섬세하게 다뤄주는 단골 미용실이 있는데, 그날따라 옛 청취가 묻어나는 미용실이 눈에 띄었다.
'미소 미용실'
통 유리로 된 이 미용실은 나름 안을 가려보겠다고 초록색으로 무장했는데 미용사 아줌마의 화려한 경력을 대변하듯 휘황찬란한 멘트들이 적혀있었다.
미용경연대회 최우수 작품 상
21세기를 살아가는 나는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들고 그 미용실의 후기를 찾아보았다.
네이버 검색, 네이버 지도, 카카오 지도...
3개의 플랫폼에 검색해봤지만 장소 등록은커녕 그 흔한 리뷰, 블로그 글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손님도 없었다.
'이럴 수도 있나? 이곳, 정말 미용실이 맞을까? 괜히 갔다가 내 머리만 망치면 어쩌지?'
의심은 잠깐, 손은 이미 미소 미용실 문을 열어젖혔다. 딸랑
머리를 단정히 올려 묶으신 미용사 분께서 나를 반겼다.
"뭐 하시겠어요?"
"머리 자르려고요. 단발로요."
단 두 마디에 나는 보자기를 둘러 매고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시작된 미용사 아주머니와의 만담. 아주머니는 내 뒤통수를 바라보고 나는 아주머니를 바라보고.
왜 미용사로 일하시냐 물으니, 젊은 시절 자신에게 빚을 진 사람이 돈 대신 이 건물을 줬고 미용실이 있길래 그 길로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30년 평생을 이 자리에서 머리를 만졌다고 하셨다.
경이로움을 느꼈다. 어떻게 30년을 똑같은 일만 할 수 있지.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으려나.
하긴 우리 부모님만 봐도 그렇지.
미용실 리뷰가 없던 것이 마음에 걸려서 휴대폰을 잘 사용하시는지 등등 인터넷 활용도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 부모님만 휴대폰을 잘 모르나 싶었던 상태였고, 다른 분들은 잘만 쓰시는 줄 알았는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휴대폰으로는 전화만 해요.
저는 은행 어플고 안써요.
아차 싶었다.
우리 부모님만의 어려움이 아니었구나.
미용실 아주머니에게 나의 전화번호와 함께 휴대폰 사용에 어려움이 있으시거나 필요하신 게 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다. 바로 근처에 살고 있으니 필요하면 오겠다는 말과 함께.
이야기가 끝나고 바라본 거울에는 단발머리를 한 엄지손톱이 앉아있었다.
아주머니와의 이야기 끝에 만들어진 내 새로운 헤어스타일, 맘에 들었다. 집에 돌아와 한참을 자랑했던 것 같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마음에 든다"라고
그날 나의 단발머리가 "미용경연대회 최우수 작품 상"을 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었겠지만,
네이버나 카카오에서는 찾을 수 없던 '내 마음에 드는 미용실'을 발견했다.
그 미용실을 찾는 사람들도 '마음에 드는 미용실'이기 때문에 찾을 것이다. 리뷰 없이도 찾아갈 수 있는 미용실, 내 인생 처음이었다.
만일 휘황찬란한 가게 홍보 메시지가 카카오 지도에 있었다면, 리뷰가 있었다면, 그것도 좋지 않은 리뷰가 있었다면 나는 '내 마음에 드는 미용실'을 찾을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