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라도 두뇌활동 잘해보려고 노력한답니다.”
3년 전인가,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나는 노트를 한 권 같이 챙겨갔다. 아무래도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적적 할 테니 취미로 슥슥 그려보라고 넌지시 건넸다. 엄마 젊은 시절 일기장에는 항상 글과 함께 그려진 삽화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퇴근하면 엄마를 찾아갔다. 코로나 때문에 병문안은 9시인가 10시인가 까지만 있을 수 있었는데, 나는 가서 시시콜콜한 농담 던지면서 엄마가 그린 그림들을 봤다.
적막한 병원에서 낄낄 거리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그러면서도 눈물이 났다 ㅠㅠㅠ
점점 아픈 곳은 많아지고 자식들 다 키우고 나니 하고 싶은 것들도 점점 눈에 보이고.. 여러모로 복잡하고 힘든 상황일 엄마를 생각하면서 그냥 그때부터 내가 엄마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다.
그렇게 엄마가 자주 했던 일기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인터넷에서도 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환경을 조성했는데, 이번 주에는 드디어 엄마 스스로 인스타그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위에 엄마가 그린 사진들을 보면.. 사실.. 그렇게 잘 그리는 편은 아니지만 엄마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 그래도 특색은 잘- 훔쳐와서 딱 봐도 이거 그거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게 너무 웃기고 재밌다고 생각을 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엄마의 노트는 아직 변함없이 채워지고 있었다.
세상에…
진짜 이거 보고 동생이랑 삼십 분을 눈물 흘리면서 포복절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엄마는 왜 웃냐며 세상 편한 얼굴로 너무 잘 그리지 않았냐고 말했다. ㅎㅎ웃으면서도 여러모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 풍족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림들을 보다 보니,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나도 동생도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겠다 싶어서 바로 인스타그램 사용법을 알려줬다.
그런데 웬걸, 블로그는 알려주는데 1개월이 걸렸는데 인스타그램은 하루 만에 뚝딱.. 심지어 위치 태그도 혼자 뚝딱.. 그동안 엄마가 정말 인터넷에 많이 익숙해졌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엄마의 하루를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 다른 서비스들을 알아가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고.. (딸내미 입장에서 살짝 감개무량)
인스타그램은 블로그보다 쓰기가 편해서인지 하루에도 2~3개씩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진짜 그리는 그림들 보면서 너무 웃겨가지고 포복절도한다 정말. ㅎㅎ
그리고 엄마의 살짝 funfun한 블로그 글
이제라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놀랄 준비 단디하시고 인스타그램에 방문해서 참여한다는 자체도 놀랄노자가 아닌가 말이다.
- 엄마 블로그 글 중
나에게는 익숙한 인스타그램이 엄마에게는 새로운 공부거리이고 놀라움이다. 차곡차곡 엄마의 취미를 이렇게 공유하는 것, 이것도 참 재미있고 감사한 일이다.
그래도 시간내어 그림그리고 글 쓰는 걸 즐겨서 다행이다 참. 그냥 티비만 보고 있기에는 아직 살아가야 할 날이 많잖아,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