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거 해야지
발목 수술 4주 차
통깁스한 탓에 바깥을 나가지 않았다.
나의 수술 생활이 걱정되는지 아빠가 하루에 세 번씩 전화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한번
점심 먹기 전 한번
오후에 한번
아빠도 아팠고 나도 아프고
수술 선배로써 나에게 더 마음 써 주는 듯했다.
날이 선선할 때면 쉬는 시간에는 가까운 밭에서 일을 하고 온다고 했다.
걷기도 힘들다면서 왜 그렇게 밭 일을 하러 가냐 물었더니
살 날 얼마 안 남아서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단다.
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인생 얼마나 산다고! 100살까지 사는데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 하면서 결심을 한다. 그런데 63세인 아빠가 저런 이야기를 한다니, 게다가 하고 싶은 것이 밭 일이라니! 나는 웃기만 했다.
100살까지 산다고 치면 30년이나 더 남았구먼,
30년이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인 걸?
아빠가 저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60세-70세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 드는 것을 순응하는 듯한, 더 이상 도전하거나 할만한 것이 없다는 듯한 태도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는 아직도 도전해야 하는 일 투성인데.
하필이면 왜 밭일이냐고 물었다.
그냥 순수한 노동력으로 얻을 수 있는 작물들을 볼 때면
일을 하는 것보다 더 뿌듯하다고 했다.
지금은 몸이 안 좋아서 들깨만 조금 심고 있는데, 5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내내 일하고도 5말의 들깨를 얻는다.
1말의 들깨는 대략 10만 원.
5개월 일해서 50만 원 버는 거다.
아빠. 50만 원이라는데!? 이걸로 괜찮겠어???? ~~~
했더니 여느 때 보다 더 밝은 목소리로 웃으며
그래도 그게 제일 뿌듯하다고 한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벌써 직장을 벗어나서
수십 평의 밭을 가꾸고 있을 사람
새벽부터 저녁노을 질 때까지
온 마음을 다해 건강하게 자라다오 기도하고 있을 사람
글쎄
아직 내가 아빠를 이해하려면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