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가 '인생학교:일'을 읽고 느낀 점
기획자의 단짠단짠이라는 팟캐스트를 듣다가 좋은 책을 알게 되었다.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에서 출간한 시리즈인데, 그중 '일'이다. (인생학교 시리즈는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가 알려주면 좋을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책은 요기에서 볼 수 있다. 나는 리디 셀렉트를 사용하기에 전자책으로 보았다.)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내 인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이고, 이왕 사는 삶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살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렇게 인간의 심리, HCI를 공부하면서 웹 서비스 기획자가 되었다. 직장인이 되었고 3년 정도의 시간을 쳇바퀴처럼 지내다 보니 내 삶에서 이 일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수도 없이 생각한다. 시커먼 앞 길에 허우적거리다가 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한 글자 한 글자 새겨 읽으면서 내가 기획자가 된 이유를 다시 각성하게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방향을 잃은 것 같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우선, 함께 나누고 싶은/기억하고 싶은 문구가 있다. 몇몇 문구는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 가치관에 맞게 참고만 하려 한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대부분 실질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바빴다. 먹고사는, 말 그대로 '생존'의 문제 말이다. 그런 마당에 재능을 십분 활용하고 행복을 만끽하게 해주는 흥미로운 직업인지 따질 여유가 있었을까
삶의 질을 높여주고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며 더욱 인간답게 느끼게 해주는 직업을 찾는 것은 가능하다.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에 따르는 혼란과 두려움의 근원을 이해하는 것이 그 시작점이다. 생각을 버리고 '여러 개의 자아', 즉 우리의 인성을 이루는 여러 측면에서 적합한 직업의 범위를 찾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업 변화의 표준 모델과 정반대로 해보는 것이다. 꼼꼼하고 조심스럽게 계획을 세운 후 행동하는 대신, 먼저 행동을 개시한다. 자기 내면의 다양한 자아를 끄집어내 실제로 실험해보는 것이다.
교육은 우리를 특정한 직업군에 가두어버린다. 적어도 진로를 정하는 데 상당한 강제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우리가 자신의 성격이나 미래의 관심사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무언가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만큼 강력한 후회는 없다.
현실 속에서 여러 가지 직업을 직접 경험해보는 쪽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을 찾는 데 더 유용하다.
이번 장에서는 직업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다섯 가지 측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돈'을 버는 것
둘째,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것
셋째,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
넷째, '열정'을 따르는 것
다섯째, '재능'을 활용하는 것
이 다섯 가지는 일에서 추구할 수 있는 의미인 동시에, 거꾸로 말하면 당신을 특정한 직업으로 이끄는 동기부여의 원천이기도 하다.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일관되게 직업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신의 재능과 세상의 필요가 교차하는 곳에 당신의 천직이 있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시대의 사회, 정치, 환경 분야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당신의 재능이나 전문성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윤리적인 직업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거의 모든 직업적 기술은 사회를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직업은 반드시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
말했다시피,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기획자가 된 이유였다. 졸업 때 즈음 접한 직군은 UI/UX 였고 즐겨 사용하는 앱, 웹 서비스에서 사용자의 경험을 이해하고 녹여내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기획자에게 다른 부서와의 협업, 일이 되게끔 하는 것은 더욱 중요했다. 사용자에 대한 이해만 가지고는 시장에서 원하는 기획자 직군을 커버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했다고나 할까. (지금은 사용자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조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원한 비전은..) 게다가 학자금 대출이나 서울살이로 인해 돈 나갈 곳은 많아졌고 내가 하는 일은 '돈 때문에' 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 책을 읽게 되니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졌고, 책이 끝날 즈음에는 복잡한 감정에 무기력해졌다.
그래 이왕 사는 거 올바른 일을 위한 비전을 세우고 목표를 달성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결심한 만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내가 인생에 비전으로 두고 있는 것을 먼저 말하자면 디지털 시대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들의 삶을 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계속해서 고민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전해야겠다. 특히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 일을 통해 돈을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유롭지 못한 그녀의 세월이 잊힐 수 있도록!
정말 변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 비전을 알리거나, 글로 써보는 첫 스텝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 글을 통해서 내 삶이, 그리고 내가 만드는 서비스가 더욱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