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제궁의 모던 패밀리

프랑스식 보통의 가정

by 곽미성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선출되어 엘리제 궁으로 입성할 때 그의 가족은 총 7명이었다. 그와 부인 세실리아, 그 둘 사이의 아들 루이, 사르코지가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둘 그리고 세실리아가 전 남편과 낳은 2명의 딸. 그렇게 7명의 가족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두 함께 엘리제 궁에 입성했다.

그간의 전통적인 가족상을 넘어선 이런 ‘재구성’된 모던 패밀리가 공식적으로 대통령과 함께 소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해 10월, 사르코지는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임기 중 이혼을 발표하고 곧바로 가수 카를라 브루니와의 연애를 밝혔으며, 8개월 뒤 결혼을 발표했다. 2011년, 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는 이 모던 패밀리의 새로운 식구, 줄리아를 낳는다. 사르코지의 아이 셋에 카를라 브루니 본인의 아이 한 명에 더한 다섯 번째 아이였다.

사르코지와 카를라 부르니, 그들의 딸

2012년 새롭게 당선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모든 면에서 사르코지 정권과의 단절을 표방했지만, 엘리제 궁 내 새롭게 생긴 '모던 패밀리'의 역사만큼은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취임 당시 그의 가족은 총 9명으로, 그와 그의 여자친구 트리에르바일레는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각각 3명, 4명의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가족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그 또한 재임기간 동안 커다란 연애 스캔들을 터뜨리고 만다. 2014년 1월, 한 타블로이드 잡지의 파파라치가 대통령이 다른 여자를 만나기 위해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얼굴을 가린 채 엘리제 궁 앞의 비밀장소로 들어가고 나오는 사진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대통령의 삼각관계 멜로드라마가 국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펼쳐진 상황이었다. 결국 그는 "여자친구" 트리에르바일레와의 결별을 공식 발표하고 새로운 여자친구인 여배우 줄리 가이예와의 만남을 비공식적으로 이어갔다. 또한, 대통령과 4명의 아이를 낳고 오랫동안 함께 동거했던 전전 동반자 세골렌 루와얄은 현재 환경부 장관이 되어 늘 대통령 곁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눈에는 콩가루로 보이는 이들의 가정사지만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보통의 연애" 일 수도 있다. 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가족의 재구성은 실제로 비단 ‘특정 계층’의 문화는 아니었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결혼한 두 커플 중 하나는 이혼으로 마무리되고, 프랑스 아이들의 18%는 한 부모 가정에서 자라며, 11%는 재구성된 가족, 즉 2명의 부모 중 1명, 혹은 2명 모두가 친부모가 아닌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학생 수가 20명인 학급이 있다면, 평균적으로 그중에 약 4명은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이고, 2명은 친부모가 아닌 부모와 함께 자라는 아이들이라는 거다. 게다가 프랑스 아이들의 57%가 결혼하지 않은 커플 사이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이는 대략적으로 한 학급의 10명 이상의 부모는 이혼은커녕 결혼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프랑스 부부들의 경우 대부분 이혼은 둘 중 한 사람이 외도를 하고 이혼을 요구할 때 이뤄진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반응으로 우리와 좀 다른 점이라면, 이들은 "셀라비!(C’est la vie!)" 즉, "그게 인생이지!" 하는 체념의 자세가 일반적이라는 거다. 특히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더 그렇다. "고통스럽지만 어쩌겠니, 그게 삶인 걸", 하는 식의 말로 사건을 일반화시키고 보다 가볍게 여겨주며 위로한다. 양육을 둘러싼 갈등은 헤어짐을 결심했을 때부터 오래 지속되기도 하지만, 당사자들 간의 감정 문제는 (내가 보기에) 금방 정리되는 편이다.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이들이 느끼는 고통이 우리보다 덜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아이까지 낳아 기르면서, 함께 미래를 꿈꾸고 만들어가던 파트너가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을 고하고 그로 인해 덩그러니 혼자 남겨지는 상황 앞에 누가 익숙하겠는가.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앞에서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서서 걷는 일에 이들이 보다 쿨하고 능숙해 보이는 이유는 상대에 대한 원망이 덜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는 기본적으로 결혼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동거 혹은 결혼이 결국 헤어짐으로 끝을 맺더라도 각자의 인생, 특히 그 이후 여성의 삶에 그 여파가 크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연애하고 가정을 이루며 사는 것이 각자의 인생에서 매우 사적인 부분에 속하게 되면, 그 이후 이 가정이 다른 모양을 갖게 된다고 해도 그것은 사생활로 남는다.


이혼이 사적인 영역이 되면, 관계가 끝나더라도 인생에 미치는 영향도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본의 아니게 그 가정의 일원이 되어 모든 환경의 변화를 감당해야만 하는, 그래서 쉽게 피해자가 되는 아이들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은 아닐 수 있다. 이는 전적으로 이혼과 그에 따르는 여러 상황들을 감싸는 프랑스 사회의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시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프랑스 사람들은 보다 잦은 이별을 한다. 파리지앵 같은 도시인들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요지경의 먼 나라 이야기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는 어쩌면 우리 사회의 멀지 않은 미래일 수도 있다. 관계가 주는 상처에 신음하고 있다면 중단해도 좋다고 이별해도 괜찮다고 배려해주며 다시 혼자라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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