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바람에 날리는 가벼운 비
거센 바람에 날리는 가벼운 비
오늘 아침의 쌀쌀함은 내 몸에게 "뜨거운 물에 들어앉아"라고 말한다. 욕조에 더운물을 받고 나니 어느새 카이(고양이) 또한 욕조 주변에 자리를 잡고 앉아 ‘꾸벅꾸벅’한다. 물은 내 몸이 원하는 만큼 뜨겁지 않다. 프로판 가스통을 새로 연결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아마 칼리폰(기계)을 체크해봐야 할 모양이다. 하지만 고맙다. 산 위에서, 산의 일부가 되어, 그 아름다움과 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가끔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며 살아가는 삶, 얼마나 복 받은 삶인가.
한 성격 하는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서 어정쩡 부슬거리는 비는 흔적도 없이 바람에 삼켜지고 만다. 그리고 내 집 지붕은 덜컹이고 인터넷은 두절이다. 외부세계로의 통로가 차단된 것이다. 바람은 '씩씩' 거리며 성깔을 부리지만 나에겐 침묵의 소리로 다가온다.
그래, 모든 것은 침묵에서 시작되었지. 산 위로 올라오면서 외부와의 소통이 절제되었고 그 결과 나는 자연스럽게 내 안의 침묵과 친구가 되었지. 침묵하였기에 내 안의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고, 소리를 들었기에 그것을 대면하고 볼 수 있었던 것이지.
그 ‘무언가’를 찾아 수 해동안 헤매었지만 ‘너, 나의 하얀 소’를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은 몇 해가 되지 않는구나. 기쁘다. 너를 찾아 참으로 기쁘다. 이 기쁜 심정을 아이처럼 조잘조잘 시시콜콜 누구에게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조용히 웃고 있는 너를 보니 굳이 다른 누구에게 조잘거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겠다. 그래, 너를 보고 있는 지금 나의 이 심정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조차 나의 언어력으로 불가능하다.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너와 함께 나는 새로운 정신 세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