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얘기하는 것이요

소는 얘기하는 것이요

by Maya

소는 얘기하는 것이요

점심시간이다.

곧 작은 스튜디오가 지어질 자리에 우거진 잡풀을 정리하는 돈 마르셀로는 도시락을 들고 서늘히 그늘 진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의 도시락 안에는 밥과 유까 그리고 콩이 전부이다. 나도 호박 부침개와 차 한 잔을 들고 그의 옆에 앉아 그에게 호박 부침개를 권했다. 그는 아주 고마워하며 호박 부침개를 맛있게 먹었다.


소의 울음소리가 유난한 오후였다.

“소가 왜 저렇게 슬프게 우는지 혹시 아세요?”라고 묻는 나에게

“슬퍼서 우는 게 아니고 비가 올 거라고 얘기하는 것이오.”라고 그는 대답한다.

우는 게 아니고 얘기한다는 그의 말에 '그렇지, 소가 직접 이유를 말해주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각자의 견해로 사물을 보고 이해하는 것이라면 우는 것보다 얘기한다고 생각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곳 사람들 또한 날씨 변화를 예견하는 여러 방법들이 있는 듯하다. 구름의 높이를 보고 비를 예견한다거나 해의 뜨거운 정도, 공기 속에 베인 물기의 농도에 따라 비를 예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개미가 줄을 지어 열심히 왔다 갔다 하면 그것도 비가 올 거라는 얘기이고. 오래전에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자주 하셨던 말씀과도 흡사하다.


지난 이 년 산 위에서 살며 내가 관찰한 날씨 변화 예측 방법은, 매를 포함한 큰 새들이 내 집 지붕 위를 닿을 듯 낮게 날며 빙빙 돌면 비가 오게 된다는 것이다. 매가 낮게 날 때면 산위는 잠시 시끄럽다. 이유는 내 집 개 지오와 루나가 미친개가 되어 하늘까지 쫒아 갈 듯 새를 쫓아 달리며 짖어대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승달이 뜨는 날과 보름달이 뜨는 날 즈음에는 바람이 더 분다거나 비가 온다거나 한다는 것이다.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 있듯 하늘에도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돈 마르셀로는 하루의 일을 마치고 산을 내려갔다.

늦은 오후의 바람은 산들하고, 책상 앞에 앉아 뭔가를 써 보겠다고 있는 나의 무릎 위로 나의 고양이 카이가 뛰어올라앉는다. 서로의 사랑을 말없이 주고받으며 편안함을 느끼는, 영원하였으면 하는 그런 순간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말벌 한 마리가 우리의 주변을 ‘윙윙’ 거리며 맴돈다. 내 허벅지 위에서 몸을 ‘쭉’ 뻗고 누워 있던 카이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말벌을 향해 용수철처럼 튕겨나간다. 영원했으면 했던 순간은 그렇게 끝이 난다. 나의 삶 또한 그러해야 한다. 주어진 순간순간을 버릴 것 없이 다 느끼고 사랑하되 끝없이 잡고 있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 비가 올 거라고 소도 그리고 낮게 날던 매도 내게 이미 말해 주었고 내 몸 또한 말한다. 욕조에 물을 받고 찌뿌둥 한 몸을 달랜다. 이십 여분 욕조에 앉아 있었을까, 빗방울이 욕실 플라스틱 지붕 위로 떨어진다.

나는 물기 '뚝뚝' 떨어트리며 마당으로 나가 거닐며 두 팔을 활짝 열고 턱을 하늘을 향해 추켜올린다.

뜨거운 물에 달궈진 맨 살갗 위로 떨어지는 서늘한 빗방울의 느낌이 참 좋다.

이 또한 버릴 것 없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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