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에 취한 것과 와인에 취한 것은 같은가요, 다른가요?
뉴욕에 살았을 땐 결혼식 말고 고상한 파티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가끔 서양인의 파티에 초대되어 간다. 잔디가 넓게 펼쳐진 정원에 수영장 뭐 이런저런 호사스러움이 다 갖춰진 집에서 와인잔 들고 잔디 위를 걷기도, 수영장 옆에 길게 앉아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때론 초대된 뮤지션의 노래를 듣기도 하는 뭐 그런 파티 말이다. 그리고 그곳에 빠지지 않는 게 있다면 사람들이 들락이며 마리화나를 피울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어느 한 곳에 모여 담배를 피우듯이 마리화나를 피우는 사람들 또한 그렇게 어느 한 장소를 왔다 갔다 하며 마리화나를 피운다.
미국에서 엄마를 보러 왔다는 딸 환영 파티가 있었다. 나는 파티를 여는 사람을 모르지만 그들의 비서 격인 지인으로부터 한두 시간 사진을 찍어 달라는 연락을 받고 갔다. RAW FOOD 요리사를 불러 음식을 만들고 비싼 와인병이 즐비하게 늘어선 바가 있고 또 넓은 접시 가득 치즈가 종류별로 담겨있다. 그런데 나는 사진을 별로 찍질 못했다. 내 눈에 찍을 거리로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상상했던 거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여기서도 사람들은 어딘가를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데 나오면 그들의 입은 어느 성자의 입이 되어 'Sprituraity' 가 어떻고 저떻고 하며 앉아서 얘기만 한다. 액션이 없으니 카메라를 들이대는 재미도 없다. 그리고 사진에 찍히길 싫어하는 이들도 있으니 사진사로서 재미는 더욱더 없다.
남미 사람들에게 '파티' 하면 술 마시고(물론 많이 마시는 청년도 있고 마시지 않는 할머니도 있음) 할머니도 청년도 춤을 추고 한 판 신나게 노는 뭐 그런 것이 파티이다. (물론 많은 경우 그들이 틀어 재끼는 음악소리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이들도 많지만... ) 지난번 친구 결혼식 파티도 그랬다. 휠체어에 앉은 할아버지까지 나오니 젊은 여자가 할아버지 손과 휠체어를 붙잡고 돌며 춤을 추는데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그러니 사진 한 장 한 장에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지적이고 문명적이고 뭐 그런 이유를 붙여가며 나도 예전에는 이런 고상한 파티를 좋아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난 6년 나의 경험으로 와인잔 들고 잔디 위를 걸으며 하는 파티가 그리 지적인 것도 문명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차라리 한 바탕 춤추고 눈물이 나올 만큼 웃어 재끼고 끝내는 파티가 더 감동스럽다.
그들이 앉아서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그들이 하는 말은 모두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어떤 스님의 말씀과도 같다. 그런데 내 안에서는 '삐걱삐걱' 힘겹게 굴러가는 바퀴소리가 난다. 내 안의 에고와 지성 사이의 불협화음이다. 에고는 "너는 네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정말 알고 하는 거니, 근데 너의 일상은 왜 너의 말과 다른 건데?" 라며 분별을 하려 하고 지성은 "분별을 말라"한다.
누군가 "나는 마리화나 피우는 걸 좋아하지 않아. 그리고 그럴 필요를 못 느껴. 난 그거 없어도 할거 하거든"라고 하면 "마리화나 피우는 것과 네가 지금 마시는 와인과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마시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데?"라고 그들은 되묻는다. 대답을 할 수없다. 그래서 더 삐걱거린다, '삐걱삐걱'.
"이것은 옳고 그것은 글러"하며 목소리를 내고 싶은 내 안 에고(ego)이다. 분별심을 놓아라. 결국 이 또한 한 방향에서 보는 시선일 뿐이다.
사실 사람들이 마리화나를 피우는 거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마리화나이든 코케인이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고 '나나 잘하자' 하면 되는 것이다. 단지 그것을 피운 그들이 하는 말에 나의 에고가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것이다.
나는 나에게 말한다. 아무리 큰 깨달음을 얻었다 하여도 일상에서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슨 깨달음인가. 하지만 또 어느 순간 얻은 깨달음이 내 안에서 자리를 잡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러니 나나 잘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내 길을 내 방법으로 가고 있듯 그들도 그들의 길을 그들의 방법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나의 방법이 나를 감동시키고 그 에너지가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이 되고 감동이 되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