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하나만이

by 윤신



어제는 몸이 지쳤어요. 웃기도 힘들 만큼이요. 어느 순간이든 지난다는 불변의 진리를 종교처럼 손에 쥐고 하루가 지나길 바라기만 했어요.

피로할 때면 습관처럼 늘 그래요.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걸어야 하지요.

어딘가를 가야 하고 밥을 먹어야 하고 고양이 털을 쓸어야 해요. 그런 최소한의 동작들 있잖아요. 반찬을 내어놓고 아이 입에 숟가락으로 비행기의 비행을 흉내 내어 밥을 먹이는 필수불가결한 일들이요.

시간은 곡선으로 굽어 가고 밤은 찾아오죠.



일찍 아이의 옆에 누워 잠시 눈을 감는데 아이가 잔기침을 했어요.

엄마, 목말라.

이런 날은 물을 떠다 주는 일조차도 울고 싶을 만큼 힘들어요. 웃기는 힘들고 울기는 쉬운 그런 날이니까요. 하지만 줘야지요. 나의 아이가 목이 마르다니까요.

언제 클까. 언제 커서 혼자 물을 마실까, 따위의 생각을 합니다. 조금씩 커가는 모습이 아쉽다면서도 그런 생각을 해요.



빨대컵에 물을 떠 와서는 마셔,라고 합니다. 마시고 그만 얼른 자,라고 해요.

그러자 아이가 말해요.

엄마, 사랑해.

나의 번거로움이 훤히 비쳤겠거니 말을 고칩니다.

물을 준 엄마에게 고마워하는 거야?

아이는 다시 말해요.

아니야, 엄마. 그거 아니야. 사랑해.



그냥 그 말이 남았어요. 무감각할 정도로 무감하던 하루의 끝에서 그 말만이 남습니다. 결국은 지나갈 모든 것들 위에서 장엄할 정도로 커다란 깃발처럼 아이의 말이 펄럭입니다.

무참히 시간은 흘러요.

이미 어제도 지나고 오늘도 다 지나가 버렸다는 걸 우리는 알아요.

기어코 시간이 흐르는 사이

오로지 문장 하나만이,

아이의 작은 목소리만이 내게는 남습니다.

피로도 번거로움도 물 한 잔도 다 사라지고

말 한마디만이 남아요.



사랑해, 엄마.

그것만이 남아요.




_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