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지, 종이를 펼쳐
흰 면면을 바라보는 데
뽈뽈뽈
어디서 작은 개미 한 마리가 걸어 옵니다
사선으로
미량의 주저도 없이
가는 다리 여섯 개로 들어 올린 몸 가슴 배
개미는 걷고
글은 안 써져
어쩐지 심술이 나
펜으로 개미의 앞을 막아섭니다
개미는 멈추고
글은 여전히 안 써지고
쓰려는 말과 붙잡으려는 손 사이
개미는 다시 움직이는 점이 됩니다
뽈뽈뽈
종이에서 사라집니다
써야 할까
쓸 수 있을까
안 써지는 날은
쓰는 많은 날의 하나라서
안 써지는 날은
그저 쓰는 날의 하나라서
다시
평평하고 흰 면과 나만
또 이렇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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