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잎 클로버를 잘 찾는 방법

by 윤신



한 문장이라도 쓰려고 합니다. 짧은 문장이든 단어의 나열이든 순간이 남기고 간 자국이라면 뭐든 상관없어요. 그날의 대화, 날씨, 색, 온도, 웃음. 남기고 싶은 대상 위에 얇은 종이를 대고 종이 위를 문질러 찰나를 베낍니다. 모든 것들이 그렇듯 인사도 없이 금방 사라지기 전에요.


대부분은 하나의 생각이나 문장입니다. 예를 들면 오늘의 문장은 '기어코 눈을 빼앗겨 버렸다'였어요. 요가를 끝내고(요가를 끝낸다니 우습네요. 누가 누굴 끝낸다는 건지) 길을 걷다 무심코 핸드폰을 봤어요. 다들 그러잖아요. 의식 없이 목적도 없이 자연스레 핸드폰을 들게 되잖아요. 그렇게 핸드폰을 보고 확인할 것 없는 뭔가를 확인하고 있는데 스윽, 눈이 화면 밖의 풀꽃으로 향합니다. 생생한 채도의 민들레와 패랭이에게서 살아있는 것의 힘 같은 것이 느껴져요. 기어코, 마침내, 드디어, 반드시 저는 꽃을 보고 맙니다. 그들의 밀도 있는 색채에 눈을 빼앗기고 말아요. 그리고 눈을 들어 어딘가 멍한 채로 저마다 다른 나무와 꽃과 빛과 날씨를 봅니다. 꽃멀미가 인 채로 초록이 모두 같은 초록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즐겁다, 그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또 뭐가 있을까요. 어제는 '네 잎클로버를 잘 찾는 비법'이라는 실생활 가이드북의 제목 같은 문구였습니다. 그런 책이 있을 리는 만무하겠지만 연유는 이렇습니다. 저는 네 잎클로버를 잘 찾아요. 클로버를 잘 찾는다는 건 찾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쪼그려 앉아 오밀조밀한 잎들을 훑어보는 것을 좋아해요. 올해도 발아래 클로버를 보며 봄이구나, 기뻤습니다. 봄이 시작함과 동시에 요동치는 푸름, 그 가장 아래에 클로버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마 이건 제 가장 오래된 취미입니다. 나의 유년에서 시간은 너무 흔한 것이라 버리고 버려도 금방 다시 차올라서 지치지 않고 편히 버릴 방법이 필요했어요. 파릇한 둥근 잎들을 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났습니다. 행복의 세 잎과 행운의 네 잎. 나의 결여를 풀밭에서 찾았어요. 내 유년의 시간이 어디에든 있듯 클로버도 어디에든 있었으니까요. 말이 길었네요. 여하튼 네 잎클로버를 잘 찾는 비법이란 이것입니다. 첫째, 찾을 때까지 찾기. 사실 이건 누구나 아는 방법이지요. 작은 짐승처럼 웅크려 한참을 클로버를 찾던 저를 두고 누군가는 그 집념이라면 뭐든 하겠다고 했습니다. 맞아요. 첫 번째 비법은 집념입니다. 너를 찾고야 말겠다. 나는 어떻게든 찾을 테니 얼른 나오지 그래.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비밀의 두 번째 비법입니다. 둘째, 제 자리를 떠날 줄 알기. 그곳에 없다면 자리를 옮길 줄도, 그러니까 떠날 줄도 알아야 하는 거예요. 클로버가 어떻게 해도 없는 곳은 어떻게 해도 없어요. 한 곳에서 십 분을 못 찾다가 열 걸음 옮긴 곳에서 일초만에 찾을 수도 있는 게 네 잎이더라고요. 분명 여기서 당신은 나와 같은 생각을 했겠지요. 그건 클로버를 찾는 일뿐만이 아닐 텐데, 하고요. 맞아요. 이건 역시 네 잎의 일만은 아니랍니다.


두 개로는 아쉬워 마지막으로 며칠 전의 문장을 둘까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문장들이에요.

'유리창에 물방울이 맺혀있어요. 표면에 몸을 붙이고 볼록렌즈처럼 속을 다 보이고 있어요. 물방울은 얼마나 모여야 중력을 느낄까요. 수천수만 개의 물방울은 모두 독립적이군요. 독립적이라 여기에 살아남아 있군요.'

말 그대로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을 보고 쓴 생각입니다. 가끔 나는 나에게 문자를 써서 건네요. 난 이렇게 생각해. 넌 어떻게 생각하니. 나는 두 명의 존재처럼 대화를 합니다. 그러게. 저 물방울들은 얼마큼 모여야 바닥으로 떨어질까. 유리창에 알알이 맺힌 물방울을 보고 혼자로서의 시간을 생각하다가 또 모여서 떨어진 물방울들의 여정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것들이 이렇게 문장이나 단어로 남는 거고요.


오늘 읽은 글 속에 봄꽃은 헛꽃이란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 그러나 그 꽃들로 봄이 이렇게 찬란한데 헛꽃이면 어떤가요. 이 순간은 이 순간으로 충분하고 꽃은 꽃으로 충분합니다. 나의 베낌은 그 수많은 헛꽃들을 위한 찬가일지도 몰라요.


보세요.

저기, 꽃보라가 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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