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수 있는 새벽이 어딘가에는 있을 거야
낮에 설치는 잠과 깨어 쓰는 밤 어딘가
굽어본 아래에는 몇몇의 사람이 습관처럼 멈춰 서고
버스도 멈춰 서지만 아무도 타지는 않네
머뭇거리는 게 취미라고 말했던가
기다리고 머뭇거리는 게 인생의 전부였다고
괜찮아 빈 버스야 어떻게든 되겠지
타지 않든 뒤에서 누가 기다리든 비어 있는 채로든
어떻게든 될 거야 가끔은 나도
발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종종거리지만 갈 데가 있어서는 아니고
자주 울지만 딱히 우는 게 싫은 건 아닌거든
몸의 반이 잘렸다고 달력도 울던데
남의 마음은 모르고 달은 잘만 돈다니까 하여튼
어딘가에는 쓸 수 있는 새벽이
보채지 않아도 쉴 수 있는 숨이 있어, 있을 거야
믿는 건 자유라니까 그렇게 믿자
그리고 낮도 밤도 아닌 그곳에서 우리 또다시 머뭇거리면
잘만 도는 달을 쓰다듬으면서
너도 피곤하겠네, 알아주기도 하면서
빈 버스에 오르자
카드를 찍고 없는 발을 딛고 어디로든 언제로든 갔다가
아니면 돌아와도 되니까
끝도 없이 가볍게
어쩌면 우린 오랫동안 그 순간을 위해 머뭇거렸던지도
아니면 그렇게만 믿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지, 모르지만
믿어 믿는 건 자유라니까 그렇게
우리의 선선한 믿음을 꺼내어
꾹꾹 눌러 새벽을 기다리면서
환하게 빈 버스에 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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