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생입니다
앞구르기 뒤구르기
옆 돌기를 해 봐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월요일에는 한낮의 부고를
수요일에는 장수풍뎅이의 유충을 받아
알 수 없는 건 무섭지
목요일에는
새하얀 애벌레에게 말했어요.
다 큰 여자들도 다 큰 남자들도
뜨거운 손을 붙잡고
눈이 벌겋게 되도록 울던
정작 사진 속 그는 시간의 바깥에서 말갛게 웃고 있던
월요일이 지나
목요일엔 애벌레와 나
이렇게 둘이 마주 앉았습니다.
넌 이렇게 될 줄 알았니
마흔네 마리의 형제자매를 떠나
생판 남인 나에게 올 줄 알았니
생판 남끼리 시간을 부둥켜안고 사는 게 생生인 줄
너는 알았니
톱밥 위에 벌러덩 누운 애벌레가
세상만사 편해 보여 이 모습이 그였으면 좋겠다,
누워있는 평온이 남겨진 이들의 것이면 좋겠다,
또 혼자 말했지만
몸을 감쌀 껍질을
삼키고 있는 건 유충뿐만이 아닐 테지요.
알 수 없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서
우리를 단단히 지키는 껍질이 있어요.
알 수는 없지만
보이지는 않지만
빛의 조각 어딘가 뜨거운 울컥임으로
그러니 알 수 없다고 무서운 건 아니에요.
애벌레는 톱밥을 꼭꼭 씹으며 말하는 것처럼, 말할 것처럼.
그래, 그래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다 아는 것처럼, 금방이라도 다 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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