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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Jul 12. 2024

월요일 수요일 목요일



아찔한 생입니다

앞구르기 뒤구르기  

옆 돌기를 해 봐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월요일에는 한낮의 부고를

수요일에는 장수풍뎅이의 유충을 받아

알 수 없는 건 무섭지

목요일에는

새하얀 애벌레에게 말했어요.


다 큰 여자들도 다 큰 남자들도 

뜨거운 손을 붙잡고

눈이 벌겋게 되도록 울던

정작 사진 속 그는 시간의 바깥에서 말갛게 웃고 있던

월요일이 지나


목요일엔 애벌레와 나

이렇게 둘이 마주 앉았습니다.


넌 이렇게 될 줄 알았니

마흔네 마리의 형제자매를 떠나

생판 남인 나에게 올 줄 알았니

생판 남끼리 시간을 부둥켜안고 사는 게 생生인 줄

너는 알았니


톱밥 위에 벌러덩 누운 애벌레가

세상만사 편해 보여 이 모습이 그였으면 좋겠다,

누워있는 평온이 남겨진 이들의 것이면 좋겠다,

또 혼자 말했지만


몸을 감쌀 껍질을

삼키고 있는 건 유충뿐만이 아닐 테지요.


알 수 없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서

우리를 단단히 지키는 껍질이 있어요.

알 수는 없지만

보이지는 않지만

빛의 조각 어딘가 뜨거운 울컥임으로


그러니 알 수 없다고 무서운 건 아니에요.


애벌레는 톱밥을 꼭꼭 씹으며 말하는 것처럼, 말할 것처럼.


그래, 그래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다 아는 것처럼, 금방이라도 다 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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