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받은 복숭아 스무 개 남짓
살구보다 조금 클까 싶은 대여섯
볼이 검붉게 멍든 대여섯
매실처럼 푸른빛의 대여섯
덜 익거나 쉬이 무른 한 봉지의 복숭아를
흐르는 물에 씻어 어슷하게 잘라
크게 잘린 조각은 입에 넣고
팔꿈치까지 흐르는 복숭아 즙은 그대로 두어요.
설탕 작은 한 컵, 레몬즙 얼마쯤
너비와 깊이가 적당해 손에 익은 나무손잡이 냄비에
와르르 쏟아 넣고
세게 끓여 달큼한 즙이 사방에 튀는,
휘저음과 기다림이 반복되는
조용한 숨.
덜 조려진 복숭아는 잼은 되지 못하고
어릴 적 먹은 퓌레 같아서
너에게는 아기 얼굴이 그려진 비싼 퓌레만을 먹였어,
말없는 엄마의 말을 떠올리다가
실은 사랑도 퓌레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쩐지 그 맛만은 익숙하고 그리워서
어른이 된 나는 지금도 슈퍼에 갈 때면 가끔 하나씩 사곤 해요.
아직 자라지 않은 얼굴의 유리병을 집으면
침이 고이는데,
복숭아를 잼으로 만들지 못하게 한 건
숨어버린 기억이었을까요.
얇게 바른 바게트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복숭아 퓌레를 얹고
나는 사랑을 먹고 자랐네 기억은 나지 않아도 분명 사랑을,
노래를 부르며 접시에 올려요.
랄랄라 달콤한 복숭아 퓌레의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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