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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Aug 14. 2024

달이 태양에게 빛을 빌렸다고 말하는 건 인간이다


누가 그러대요

달이 빛을 빌렸으니 갚아야 한다고요

나는 코웃음을 쳤어요

달마저 빚쟁이로 만드는 인간이라니

달이 언제 빛을 달라했니

모양을 바꿔가며 빛나야해 울먹였니

하긴


나는 매일 화를 내요

나에게 떨어지지도 않은 폭탄에 맞은 이름들 이름들

내일이면 사라질 뉴스들 뉴스들, 엄마는 말하죠

네 일도 아닌데 너는 왜 그러니


그런데 엄마

그건 누가 정해요?


내 일이 아닌 일이 내일의 일이 되면

그때야 꺾인 모가지로 화를 낼 건가요

 

나를 봐요

불타오르는 내 불행을 봐요

그제서야 춤을, 구원의 춤을


언젠가 일곱 살 내 손을 잡은 당신은

어두운 골목 안 구둣발로 짓뭉개지던 여자를, 우리를 쳐다보던 그 여자를 보고 흠칫 나를 잡아당겨 달아난 적이 있죠


보지 마라 보지 마라

보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된단다

죽은 새도 보지 않는 사이 부활해 날아간단다

인간은 그렇게 기적을 만들어낸단다


그렇게 동화는 태어나고

달은 빚쟁이가 되는 이 멋진 시스템에서


그래, 너는 그렇게 평생 살아라

엄마는 말했지만


떠밀린 등이 나를 밀고

흠뻑 터지는 인간의 살은 도처에 있어요

눈을 뜨면 그것들이 나를 파고 들고 파고 들고 울부짖으며 소리질러요

 

엄마 엄마

구둣발로 짓이겨지던 나의 엄마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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