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는 여름 철새래요
어미 새는 남의 둥지에 알을 밀어 낳고 먼저 알을 깨트린 아기 새는 남의
알을 추락시키고 빼앗는 생의 감각은 그들의 DNA에 빙빙 돌아서
남의 자리든 남의 애정이든
자신의 깃에 닿은 몫은 어떻게든 놓치질 않아서
그런데 그것은
나의 엄마를 닮았나
하루는 누군가 쓰다만 로션을 받아쓰고
하루는 누군가 잃어버린 모자를 주워 쓰고
하루는 누군가 파는 오천 원짜리 조끼를 훔치고
하루는 누군가 버리고 간 남자를 주워다 불행해지는
뻐꾸기와 엄마 그러나 모든 것은 거기서 시작이라서
낳고 밀고 불행해진 그들은 눈치를 보지도 않고 제 몫의 불행을 야금야금 뜯어먹으며 여름을 보냅니다
볕은 바깥에서 선 생명들을 쓰러트리고
안에서는 저들을 보렴
저들이 비트는 여름을 보렴 히히덕거리지만
누군가 말하기를
생명들을 일으키는 것도 볕이란다
한낮에 수컷 뻐꾸기가 울고
한밤에 암컷 엄마는 울고
그렇게 몇 번의 여름은 지나고
이제는 아무도 안 울고 아무도 쓰러지지 않기를 몰래 바라지만
아직도 어디서는 뻐꾸기가 울고 엄마도 울고
여전히 쓰러지고
또 여전히 일어나고
뭐 다 그런 거지
아무도 몰라도 뻐꾸기는 여름 철새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울음은 가끔은 터져 나오는 것이라서
뻐꾹뻐꾹
우는 건 여름 한철의 일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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