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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Aug 22. 2024

우는 것도 한철일 것입니다


뻐꾸기는 여름 철새래요          


어미 새는 남의 둥지에 알을 밀어 낳고 먼저 알을 깨트린 아기 새는 남의

알을 추락시키고 빼앗는 생의 감각은 그들의 DNA에 빙빙 돌아서      

남의 자리든 남의 애정이든

자신의 깃에 닿은 몫은 어떻게든 놓치질 않아서           


그런데 그것은

나의 엄마를 닮았나     


하루는 누군가 쓰다만 로션을 받아쓰고

하루는 누군가 잃어버린 모자를 주워 쓰고

하루는 누군가 파는 오천 원짜리 조끼를 훔치고

하루는 누군가 버리고 간 남자를 주워다 불행해지는          


뻐꾸기와 엄마 그러나 모든 것은 거기서 시작이라서     


낳고 밀고 불행해진 그들은 눈치를 보지도 않고 제 몫의 불행을 야금야금 뜯어먹으며 여름을 보냅니다     


볕은 바깥에서 선 생명들을 쓰러트리고

안에서는 저들을 보렴

저들이 비트는 여름을 보렴 히히덕거리지만

누군가 말하기를

생명들을 일으키는 것도 볕이란다


한낮에 수컷 뻐꾸기가 울고

한밤에 암컷 엄마는 울고

그렇게 몇 번의 여름은 지나고

이제는 아무도 안 울고 아무도 쓰러지지 않기를 몰래 바라지만

아직도 어디서는 뻐꾸기가 울고 엄마도 울고


여전히 쓰러지고

또 여전히 일어나고      


뭐 다 그런 거지

아무도 몰라도 뻐꾸기는 여름 철새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울음은 가끔은 터져 나오는 것이라서     


뻐꾹뻐꾹

우는 건 여름 한철의 일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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