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의 끝은 늘 정해져 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
웃을 일
웃고 말 일
나는 김밥에서 햄을 골라내고
너는 김밥에서 오이를 골라내고
그런 우리가 만나
자잘하고 투명한 시간을 기워 커다란 이불을 만들고
말 조각과 손짓을 재봉해 옷을 지어 입고
아장걸음으로 살림을 하네
제 몫의 빛을 품고 굴리고 삼켜
조금씩의 부끄러움을 서로 앞에 펼쳐내면서
저런,
비에 젖은 어깨는 털어내고
낮달맞이라는 꽃은 순한 분홍색이야
끝으로 가는 얘기에 색을 더하면서
끝이라면 끝이 있다면 거기는 어딜까
흔들흔들 잡은 손을 달랑대면서
희한하네 달을 맞는 꽃은 노랑인데
역시나 얘기에 색을 더하면서
끝이 있든
끝이 어디든
삼킬 수 있는 일을 조금씩 베어 물면서
아장아장
작은 아이처럼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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