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감을 씁니다
결국은 지나가고야 마는 걸음과 풀, 개의 낮잠 같은 것
여름 한낮의 비는 쉬이 그치지 않아
몸을 기대 쉬거나 잠들고
비는 콘크리트 위에
방 안의 아이는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회색의 낮
안녕이라고 말하면
안녕이 되어버려요
빗물에 젖은 고양이가 몸을 터는 사이
아이는 어른으로
물은 구름으로
꿈의 변주와 도돌이표에서
몸을 말고 귀를 쫑긋합니다
비가 오지만
알아요, 조만간 잠들겠지만
결국은 다 공기로,
공기의 그림자로 떠오를 거예요
일단은 쉬어요
괜찮아요, 그래도 괜찮을 테니
잠시 눈을 붙여요
* 잠비 ; 여름에 일을 쉬고 낮잠을 잘 수 있게 하는 비라는 뜻으로, 여름비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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