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신 Aug 08. 2024

뭔가 이상한 여름비


선이 아닌 면으로 쏟아지는 비를 보다가  

뭔가 잘못되었어

아니 어쩌면 잘못된 건 나일까

면면으로 쏟아지는 빗속으로 너는 걸어갔지


피할 곳 없이 거대한 비의 입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뭔가가 분명 잘못되었어     


자꾸만 소리 없이 되뇌이면서      


모여든 물은 아래로 흐르고 모여든 물은 아래로

더 이상 흐를 데 없는 물은 느리게 차오르다가

너의 신발을 삼키고

너의 발목을 삼키다

끝내는 너의 숨까지 삼키는 건 아닐까

나는 무서웠어


그치지 않을까 봐

네 발을 어딘가로 떨어트릴까 봐


하지만 너는

발목까지 차오른 물을 찰랑찰랑 차버리고

가볍게 가볍게 몸을 통통 튀어대면서

아, 시원하다 꼭 안마하는 것 같네

비에다 등을 갖다 대면서


너도 들어올래?


얇게 잘린 웃음과 너의 어깨 사이로

나는 뛰어들고


잘못된 게 나쁜 건 아니야

나쁜 게 끝까지 나쁜 건 아니야


우리는 면으로 쏟아지는 물을 얼굴로 맞으며

이제 여름도 시작이야 이 이상한 비도 시작이야

괜히 하늘만 바라보는데


풀은 휘고

하늘은 점점 엷어져만 가고

비는 면으로

자꾸만 선이 아닌 면으로 내리고





_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