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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여름은 썩어가는 여름

by 윤신



전신이 아래로 쏠리는 감각에 놀라 잠에서 깼다. 식은땀은 나지 않았다.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날이 더워 잘 때 에어컨을 켜고 잔다. 시계를 보니 6시 55분. 이대로 잘까 깨어날까 갈등하다 다시 눈을 감았다 깼다. 8시 30분. 지각이다.


꿈에서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은 세 명이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닥을 향해 총을 쐈다. 탕탕탕. 꿈속 이미지들은 빠르게 흔들렸고 몸이 아래로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죽는가. 설핏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에서 죽으면 좋은 거 아닌가. 몸이 계속 아래로 떨어졌다. 죽나, 나는 꿈에서 죽나. 떨어지는 감각이 너무나도 생생해 벌떡, 몸을 일으켜져 '떨어지는 꿈'을 검색했다. 무력감, 스트레스, 통제력 상실. 죽을 걸. 차라리 죽었으면 길몽이었을 텐데, 아쉬웠다.


며칠 생각만으로 지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생각만으로도 지칠 수 있구나, 하는 날들이.


곧 구월이라는데 팔월의 나는 어디쯤에 서 있나. 몸을 탁탁 털고 욕심내지 말자, 되뇌고. 어쩐지 오늘의 여름은 썩어가는 여름. 어쩐지 오늘의 푸름은 부패의 푸름.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하고 흔들리는 강아지풀을 본다. 최고는 아니라도 최선의 나이길. 발가락에 벌레가 기어간다.


아직 팔월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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