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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Oct 15. 2024

우리의 얼굴엔 언제나 꽃이 피고


벌컥 문을 여는 불행의 눈자위가 새빨개

아이는 정원용 가위를 건넸다

얼굴에 붉은 꽃이 피었어


꽃은 피고,

우리의 얼굴엔 언제나

푸르고 붉은 꽃이 피고


불행이 벗어던진 신발을 정리하던 아이가 침대 맡에 누운 불행의 벌거벗은 몸을, 찢겨지고 부은 상처 투성이 손과 발을 얕게 얼린 사탕처럼 조심스레 핥고 또 핥았지


네게는 달콤하고 연약한 맛이 나


아이는 가끔 들썩이는 불행의 어깨를 가만히 끌어안아 어리고 낮은 자장가를 불렀어


자장 자장

잠시라도 쉬어 가

자장 자장

저 꽃이 지는 동안만이라도


불행에게 배운 노래가 몇 번 반복되었나

불행은 불현듯 몸을 돌려 아이를 껴안았지

미처 몰랐던 것처럼 네가 언제부터 거기 있었냐는 듯


뱉어낸 따뜻한 숨을 들이마시며

상대의 체온을 떠맡아 안아

저들이 가진 세상의 전부를

힘껏 또 힘껏

끝없이 되풀이되는 자장가의 합창처럼

오래 아주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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