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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Oct 14. 2024

젖은 기도


부표*가 가라앉는다

그것은 어떤 마음이자 기도

멋쩍게 따르려던 신앙의 문장


물아래 한참 손을 휘적이다

축축이 젖은 그것을 손바닥 위에 올리는 사람이 있다


푸른 잉크가 번져 종이에 스며드는 동안

기도는 푸르게 색을 입고

문장은 점점 사라지고


읽히지 않는 세계로

보이지 않는 마음으로


사라지고 잊는 건 살아지고 있는 것보다 쉬워서가 아니야,


그늘에 말린 푸른 종이에서는

오랜 무덤 냄새가 났다





*부표; 특별히 기억할 만한 것을 표하기 위하여 글을 써서 붙이는 좁은 종이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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