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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하찮고 귀여운 인생

by 윤신



눈이 올 것 같았지만

눈이 오지 않는 날씨와

잘 될 것 같았는데

잘 되지 않는 우리의 인생

뭐가 더 별로일까


월요일의 전시회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우리도 저렇게 여유롭게 보이면 좋겠다

이만 원 티켓쯤 할인받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는 사람처럼

누군가의 호의에 선뜻 웃음을 지으며

고마워요, 눈은 웃지 않아도


보랏빛 연인 그림 앞

엎드린 여자 나신 앞


우리는 각자의 결핍을 눈으로 채우려 여기에 있다


이번 생에는 절대 가질 수 없겠지만

툭 불거진 등뼈는 손을 뻗으면 만져질 듯 해

불안하게 흐트러진 머리칼 아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타인의 얼굴을 보는 일은 꽤 용기가 필요해

거울 속 나를 보는 일마저도


인간이 가진 영원, 상실을 모르는 척

푸른 양말을 신은 몸은 제자리에서 뻐끔거리고

박제된 고통을 알지 못한 채

그림 속 빈 의자는 날로 늘어간다

티켓을 끊지 않은 사람의 자리까지 이미 매진이다


찰칵 찰칵 찰칵


누군가 나를 밀어 사진을 찍기에 나도 그를

밀고 사진을 찍고 또 누군가는 누군가를

우리는 앞다투어 서로를 밀어 사진을 찍었다

렌즈가 제3의 눈인양 깜박이고 깜박여

무한대의 복제품을 만들어 낼 동안

누가 누가 좋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나 훔쳐보지만


전시회에서 사진 한 장을 찍지 않는 사람만이

뭔가가 잘 되고 있는 사람이다


떠밀려 출구에 이르렀을 즈음

친구는 버스정류장까지 밀려가있었다

결국 채워진 건 사진 용량뿐이네,

역시 우리 인생이란


둘은 코미디를 본 것처럼 깔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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