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오르는 새벽 개가 서 있다
담배라던가
줄곧 그가 입에 물던 것도
저렇게 붉은빛이 났는데
서늘한 코를 혀로 핥아 데우던 개는
뭐든 오래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말이
어디든 죽을 수 있다고 들린 건
너무 늙고 생각이 많은 탓이다 점점
붉은 공이 떠오른다 머리에 떨어질 것 같아
고개를 숙이다 그가 던진 노란 공이 생각나
버려진 공을 세게 물었다
길바닥에는 여러 냄새가 구정물처럼 섞여
개는 코를 땅에 박고 희미하게 남은 냄새를 따라
그가 그어놓은 선밖으로 몸을 움직였다
혼나면 어제처럼 보이지 않는 척 낑낑댈 참이었다
흐린 눈에서 번진 눈물이 털에 말라 붙었지만
원래 개는 슬퍼서 우는 것은 아니야 하고 종종 그는 말했다 슬픈 개는 없단다
어딘가 축축한 냄새가 났지만 슬픈 개는 없으므로 그건 슬픔의 냄새는 아닐 것이다
개는 한참 있다 자기가 있던 자리를 돌아봤다
그가 있을지도 몰랐다
다시 달리다 보이지 않을 즈음하면 돌아도 갔다
그가 있을지도 몰랐다
몸을 털던 개가 빙빙 돌았다
날은 이미 환한데
슬픔은 제자리걸음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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