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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물

by 윤신



어제의 빗물에 오늘의 눈이

스며드는 오후


의심은 모든 것의 시작이라지만


나의 한 때의 부분은

이렇게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와 눈이 섞인 물은 길가에 아무렇게나 흐르고


햇빛*이 이름인 아이가

이 물은 뭐라고 불러야 하냐고 묻기에

빗물이라 했더니

빛물이라 웃었다


제 이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물


눈이 녹아드는 웅덩이에

신발이 닿자 빛이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빛이 빛을 바라보는 것을

바라보면서


빛을 건네는 일은 그 주위의 어둠도 함께 건네는 일임을

빛을 부르는 일은 또 다른 빛을 불러내는 일임을


조각난 빛이 다시 하나로 일렁이는 것을

계속 바라보면서


의심은 관심의 다른 말일지도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다를까

다르겠지 알 수는 없지만

빛은 고여있기도 어둡기도 하다


겹겹의 이유와 시제가 섞여있다


홀로 빛나는 건 무엇도 없다



*햇빛 윤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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