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풀들이 무성한 오후
한 걸음 물러서서 그래 딱 그 정도
서로의 숨이 닿지 않는 정도로만 서 있기
얼굴에 떨어지는 햇빛과 웃음을 알아볼 수 있게
너무 멀리 가지는 말고
그래 거기
두 팔의 간격만큼
9월 뜨거운 운동장에 그어지는 흰 선처럼
적당한 간격과 적당한 마음으로
오늘치의 그림자 끌어안기
기대하지 않는 마음은
꾸욱 눌러 쓴 연필 자국
아무리 지워도 남아 버릴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두 손에 백회 가루를 폴폴 날리며 둥근 선을 긋는다
반지름은 한 팔의 간격
원의 중심은 나
컴퍼스를 대고 그어지는 투명한 가루는
보이지는 않지만
모르지는 않아서
흰 선 너머로의 걸음을
낮게 붙들고
하지만 너도 알고 있지
가끔 그 선을 넘은 공은 박수를 받는다는 것
헤어질 땐
Don’t be a str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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