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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Aug 19. 2020

뾰로 뾰로 뾰로롱

마법소녀는 아니지만, 20191213 






이유 없이 깨버린 새벽 언저리,

고개를 돌려 아가 목덜미 냄새를 맡는다.

꼭 안고만 싶지만 곤한 잠을 깨울 순 없지. 자그마한 발에 손가락 끝만 가만히 가져다 댄다.



몸을 훌쩍 덮던 머미 쿨쿨(일종의 아기 이불)이 이젠 달랑 네 발목 위로 올라가는구나.

조그만 두 발이 삐죽이 나와 까딱까딱, 꼼지락.



일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자그마한 존재가 내 하루의 전부, 일상이 되어버렸다. 

태어난 지 105日, 세 달 남짓의 시간이건만 태극기 한가운데의 태극 문양처럼 우리의 중심이 되어버리다니. 무작정 두렵기만 했던 육아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줄 누가 알았을까. 기저귀를 가는 것조차 손을 떨며 어버버 하던 내가 먹이고 씻기고 재우며 아기와 온전한 하루를 보내다니 말이다. 정말 믿을 수 없다. 

분명 요 말랑말랑 찰떡이가 마법을 부린 게 분명해.  



뾰로 뾰로 뾰로롱.



아침이 오기 전, 폭신하고 달큼한 볼을 조심스레 쓰다듬고는 다시 잠에 빠져든다. 일정한 아가의 숨소리가 곁에서 날 쓰다듬고 젖 내음이 자장가를 부른다. 따스한 숨에 기대어 오늘도 하루가 완성된다. 

내일의 시작도 아가의 숨이겠지.


응응,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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