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작가의 나른한 일상
우체국에 들러 편지도 부치고 우표도 사려고 했는데, 하필 마감 시간에 방문하는 바람에 30분이나 시간을 허비했다. 허탈한 기분이 되어 그냥 집으로 돌아가려던 발걸음을 근처 카페로 돌렸다. 휴일도 아닌데 카페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아이스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뭔가 좀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잘 느끼지 않는데(느껴도 무시한다), 이상하게 시선이 느껴졌다. 옷은 팔랑팔랑 봄옷으로 제대로 갖춰 입고 있는데, 화장도 안 하고 머리도 대충 묶고 있는 내 몰골이 부랑자 같아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온통 커플 천지에서 나홀로 싱글이기 때문에?
여유롭게 커피 한잔하면서 소설 플롯을 짜려던 나의 계획은 시선이 주는 불쾌함 때문에 무산되었다. 서둘러 커피와 케이크를 먹어 치우고, 30분도 안 돼서 카페를 빠져나왔다.
평소에는 카페에 가면 노트북을 켜놓고 원고를 쓰거나 책을 읽는다. 그런데 이런 적이 처음이라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물론 모종의 시선들은 전부 나의 착각이나 피해망상적인 부분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 안다. 특히 불안함을 느낄 때 다른 감정의 방식으로 그것이 나타난다는 것도 안다. 그런 '가짜'의 부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또한 슬프다.
하여튼, 그렇게 카페를 뛰쳐나온 게 실망스러워 나는 예전에 점 찍어둔 산책 코스를 산책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겨울이라서 앙상한 나뭇가지만 보였는데, 5월이 되면서 그 산책로는 짙고 푸른 나무 잎사귀들과 싱그러운 풀냄새들로 가득해져서 혼란스러웠던 마음에 위로가 되어 주었다. 하- 역시 산책만 한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