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작가의 나른한 일상
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비가 온다고 했으니까 밖으로 나가는 특별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대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접시 하나에 소담하게 담은 밑반찬과 된장국에 늦은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 어제저녁 편의점에서 사 온 캔커피로 입가심을 하면서 인터넷 세상으로 접속하였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휴일, 왠지 부지런하게 빨래를 했다는 둥, 집안 청소를 하고, 장을 봤다는 일상을 기록할 것 같지만, 전혀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 대신 책을 읽다가 졸음이 쏟아져서 고양이들처럼 낮잠을 청했다. 엄청 졸렸는데, 오래 자지는 못했다. 꾸벅꾸벅 졸다가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기는 싫어서 저 멀리로 잠을 쫓아내고 일어났다. 심드렁하게 유튜브를 보다가 갑자기 1997년 작, 영화 <볼케이노>가 보고 싶어서 네이버 시리즈 플랫폼에서 대여하여 보기로 했다.
다섯 번은 본 것 같은데, 볼 때마다 재밌다. 게다가 오랜만에 보는 영화.
작년부터인가 영화 보는 게 귀찮아졌다. 걸어서 3분이면 도착하는 영화관에 가는 것도 귀찮고, 들어가서 2시간 이상을 집중한 채 앉아 있으려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지쳤다. 게다가 보고 싶은 영화도 없었다. 흐트러진 집중력과 귀찮음으로 집에서 조차 영화 보는 게 꺼려졌다. 혹여 집에서 보기라도 하면 20분씩 끊어서 보거나 며칠 있다가 이어서 보거나, 하는 아주 희한한 방식으로 보더니 이제는 아예 보지 않게 됐다. 그런데 재밌는 건 영화 보기를 지쳐하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거다. 몇몇 사람들이 이러한 '현상'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도 <볼케이노>를 보면서는 한 번도 끊지 않고 끝까지 보았다. 다섯 번을 본 영화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장면을 돌려서 다시 보기까지 했다. 어쩌면 이것은 꼭 나태함에 대한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에 영화관이 있는 번화가를 갔다가 1관에서 6관까지 모여있는 상영관의 운영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본 적이 있다. 코로나 때문이겠지.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이 없는 탓도 있지만, 영화가 개봉을 하지 않으니 상영할 일도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개봉을 알리는 영화 홍보 영상을 본지도 꽤 됐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쯤 코로나가 종식될까.
휴일. 계획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았다. 그저 하고 싶어 하는 대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가면을 벗고 보낸 하루는 조금 특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