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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살아가는힘 Jul 15. 2021

첫 번째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

나의 사람들 이야기


이사를 많이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썼던 일기장은 보물처럼 잘 모아놓았다.

다시 일기장을 펴보면서 ‘옛날에 내가 이랬나?’ 유치하면서 순수하기도 했던 내 글쓰기에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일기장은 내 일상을 적는 곳이지만 선생님과 일대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했다.

학교에서 있었던 억울한 일이 있거나 선생님께 혼나는 일이 있다면 뭔가 항변하기도 했다.

선생님의 칭찬이 써져있는 날에는 기분이 좋아 집에 가는 발걸음도 가벼웠던 것 같기도 하다.

6년간 다양한 선생님들의 일기장 검사와 확인이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이다.

나의 삐뚤빼뚤한 글씨를 보았던 선생님은 이렇게 적어주셨다.


글씨는 마음의 거울이란다. 글씨를 바르게  쓰도록 노력해보렴!”


‘마음의 거울? 내가 후다닥 썼던 글씨에 내 마음이 담겨 있다고?’


첫 마음은 선생님이 뭔가 나를 위해 꼭 전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있다는 마음을 느꼈었다.

나는 선생님이 나한테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곱씹어 생각해보았다.

왜냐하면 나에게 그렇게 얘기해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글씨를 바르게 써야 공부를 잘한다거나, 누군가가 잘 알아볼 수 있다거나, 점수를 잘 맞는다는 말이 아니라,

마음의 거울이기 때문에 한 글자 한 글자 바르게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나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글씨를 바르게 쓰려고 “노력”이란 걸 하게 되었다.

글씨가 내 마음의 상태를 보여줄까 봐 걱정이었는지

아니면 내 마음을 더 좋게 만들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 그 선생님이 나에게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 처음으로 가르침을 주신 분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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