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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드 Apr 05. 2023

나는 난데 내 것은 아니다

육아노동과 보상심리의 결과는 살과의 전쟁


 고열도 유전인가요

 

 첫째도 툭하면 고열이 나서 노심초사하게 만들더니 둘째도 감기만 걸렸다 하면 40도에 육박하는 열이 일상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열이 나도 체력이 좋아 감당이 안된다.

 콧물이나 기침, 목 통증 등 특별한 감기 증상이 없어도 열부터 나는 우리 딸들.

 그럴 때마다 엄마인 나는 그저 열일 마다하고 밤낮으로 아이를 돌보며 해열제를 2시간마다 교차복용해 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병원가는데 이렇게 예쁠 일? 열은 39.3도지만 행복한 딸 ㅎㅎ


 낮에는 열이 38도대까지 떨어졌다 올랐다 반복하다가 밤에는 쉬이 떨어지지 않고 40도를 육박해 밤새 끙끙 앓는다.

 아이가 아프니 잠은 포기한 지 오래고 내 목구멍에 들어가는 음식은 아예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육아를 하면서 들인 습관 중 가장 나쁜 습관은 아이와 있을 때 그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아무거나 집어먹는 것이었다. 그것도 배 안 차고 살찌는, 그러나 간편한 것들로. 그러다 보니 계속 허기가 지고 계속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먹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최고시급 0원의 고강도 노동


 육아는 어지간한 체력과 정신력이 아니면 할 수 없다. 경험한 바로는 밤새 일하는 게 밤새 육아를 하는 것보단 나았다.

 일을 하는 것은 적어도 개인적인 성취나 보상이 따른다. 그러나 육아는 최고시급 0원의 고강도 노동이다.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반기를 든다.

 “아이들 크는 거 보는 게 보상이지! 그보다 더한 보상이 어딨어?”

 아이들이 큰 탈 없이 커가는 건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할 일이 맞지만 적어도 나 개인에게 있어서 보상의 의미는 아니다. 그렇기에 인내하고 또 인내하며 정신과 육체를 내려놓는 수밖에 없다.


나는 난데 내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맞긴 한데, 그 내가 내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 종속된 몸이다.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내가 선택한 일이기에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엄마도 사람인지라 보상 없는 이 노동에 이따금 지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드디어 어린이집에 가다


 금요일 저녁부터 고열이 나기 시작한 둘째가 장장 4일을 고열과 싸우다 드디어 정상체온이 된 날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등 떠밀 듯 서둘러 등원을 시키고 소파에 앉으니 며칠 사이 보상심리 가득한 마음으로 집어먹은 음식들로 가득한 배가 보인다. 자책의 시간을 잠시 가지고 이내 툭툭 털고 일어나 라면을 먹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요거트에 그래놀라로 허기를 채운다.


 작심삼일도 열 번이면 한 달인데 까짓 며칠 먹고 싶은 대로 먹었다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마음을 가지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이번 다이어트도 실패로 돌아가게 둔다면 나는 많은 부분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길과 더욱 멀어지게 될 것임을 잊지 말자.



오늘자 몸무게  73.8kg
헐, 아무거나 먹긴 했지만 잠도 못 자고 내 몸도 아프고, 고된 육아노동에 살이 빠졌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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