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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드 Apr 04. 2023

남편이 돌아오고 엄마는 떠났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해


엄마도 엄마가 필요해


 긴 출장 끝에 남편이 돌아왔다. 오랜만에 보는 남편이 반가운 마음도 잠시 엄마가 이제 우리 집을 떠난다는 사실에 내심 서운한 마음마저 들었다. 엄마는 열흘간 딸내미 다이어트식을 차리고 집안일은 모두 도맡아 하시며 손녀딸들 뒤치다꺼리까지 실컷 하시다가 가셨다.

 엄마가 우리 집에 계시는 동안 나는 다이어트 중이라는 사실을 망각할 정도로 건강하고 맛 좋은 음식들을 잔뜩 먹었다.



다이어트가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구나



 살면서 처음 해본 생각이었다. 나에게 있어 다이어트는 언제나 혹독하고 외로운 싸움이었다. 먹고 싶은 것 꾹꾹 참아가며, 그러다 한 번씩 폭발하는 감정으로 인해 야식과 폭식을 오가는 나를 비난하고 질책하는 반복의 과정이었다.



 엄마가 오시기 전 나의 몸무게는 76.1kg이었다. 맛있는 엄마표 요리 먹으며 3일 만에 2kg이 빠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그 뒤로도 0.4kg이 더 빠져서 73.7kg이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대로만 간다면 올해 안에 50kg대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달콤한 꿈을 꾸었다.




인간의 회귀의 본능


 그러나 역시는 역시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 엄마의 정성에 감동한 건 감동한 거고 눈앞에 엄마가 보이지 않으니 원래 나의 생활습관으로 금세 돌아왔다. 거기에 더해 입맛은 살아있었으니 나는 며칠 사이 75kg을 또 넘었다. 이번만큼은 분명 잘 해낼 거라고 다짐했는데 또 한 번의 자괴감이 몰려왔다.  

 애 둘 낳았다고 모두 나처럼 뚱뚱해지지는 않는데 나는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을까 생각하니 우울해졌다. 알약 한 개만 먹으면 원하는 몸무게로 돌아갔으면… 되지도 않는 상상을 해본다.


 엄마가 계시던 기간을 포함해 2주 넘게 과자, 음료 등을 일절 먹지 않았었는데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하나만, 이번 딱 한 번만 먹자던 마음가짐과는 달리 한 번 맛을 보니 멈출 수가 없었다. 2주간 탄수화물도 최소한으로 섭취했는데 탄수화물 폭탄인 떡볶이도 마구 먹었다. 2kg이 다시 느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엄마가 힘들게 빼 준 살인데..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도 식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목표가 크던 작던 잦은 실패를 반복하면 ’나는 원래 의지박약이야, 이것도 못하는데 뭘 할 수 있겠어‘의 마음이 자신감 하락에서 시작해 자괴감, 자기혐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 나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내가 원하면 무엇이든,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은 근 십 년째 지속되는 육아와 함께 반복되는 다이어트 실패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이 일단 살부터 빼자였다. 지금의 다이어트가 또다시 실패로 돌아가지 않게 이렇게 기록하며 자꾸만 상기시키려 한다. 이전에 비하면 더딘 속도일지라도 단기간 다이어트 후유증의 무서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이기에 지치지 않는 다이어트를 해보려 한다.


 한 달에 2kg x 올해 남은 9개월 = 총 18kg 감량으로 2023년 12월 31일 57kg이 되어 있을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그나저나.. 이 외로운 싸움..


함께 하실 분 어디 없나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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