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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ul 21. 2021

[영화리뷰]-<두 교황>

*삶은 본래 움직이는 것이다. *

[영화토크 리뷰]-<두 교황 The Two Popes, 2019>


*삶은 본래 움직이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데에는 신의 영향력보다 인간의 의지가 중요하다. -프리드리히 니체


▶영화소개

자진 사임으로 바티칸을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담은 이야기

(출처:네이버 영화소개) 


▶영화기본정보

✔ 개봉 - 2019.12.11.
✔ 등급 - 12세 관람가
✔ 장르 - 드라마
✔ 국가 -미국, 영국,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 러닝타임 - 126분
✔ 감독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 배우 - 앤서니 홉킨스, 조나단 프라


[영화토크 리뷰]-<두 교황 The Two Popes, 2019>
이 영화는 2013년 가톨릭 역사상 약 600년 만에 교황직에서 자진 사임으로 바티칸을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담은 이야기이다. 주인공이 교황일 뿐 종교영화는 전혀 아니었고,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타협하고 화합해 나간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주는 매우 철학적인 영화였다.
영화의 제목과 포스터만 보아서는 지극히 종교적인 가톨릭 영화일 거라고 속단할 수도 있을텐데, 영화를 관람한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종교영화가 아닌 삶 속의 보편적인 문제들과 인간 내면의 심리적 갈등에 대해서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는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교황이 규율과 전통을 중요시하는 보수적인 입장과, 변화와 개혁의 가치와 필요라는 서로 다른 양 극단에서 어렵지만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면서 서로의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 그런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생생한 현실감이 느껴졌는데,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났고 감독이 연출 또한 자연스럽게 잘했기 때문일 것이다.
교황으로서의 숙명과도 같은 권력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책임과 무게감, 리더로서의 어려움, 도덕적 잣대와 인간적인 갈등들에 대한 현실감이 느껴졌다. 우리의 삶 속에서 형태와 크기만 다를 뿐 선택과 결정의 힘듦을 누구나가 겪어보았을 텐데, 인간 내면의 번민에 관한 주제들이라 종교를 떠나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와도 자연스럽게 대응이 잘 되어서 영화에 몰입이 되었다.


사람은 100인 100색으로 누구나가 다 다르다. 또한 가치관과 신념이 굳어져 버리면 그 다름의 간극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커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 아닌 타인과의 대화가 중요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식하고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늘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영화 관람 후 함께 영화를 본 영화 친구님들과의 영화 토크 자리에서 '꼰대스럽게 나이 먹지 않으려고 항상 깨어 있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다. 사람들 간에 서로 입장과 의견이 달라서 때때로 티격태격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고, 어떻게든 대화와 토론을 통한 자기 고백과 자아성찰을 거쳐 설득과 이해의 접점을 찾아 나갈 수 있을 때가 서로에 대한 진정한 존중이 발현되는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의미로운 영화토크 시간이었다.


두 교황님의 성직자로서의 위치와 권위에 따른 역할의 무게를 엿볼 수 있었던 것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항상 갈등하고 고뇌할 수밖에 없는 인간적인 면모도 느낄 수 있었다. 젊은 날 인간적인 욕구와 자유를 내려놓고 하느님의 부름에 응답했고, 종국에는 본인이 원했다고 생각했던, 한 인간으로서 보통의 삶의 방향이 아닌, 교황으로서의 길에서 겸손한 자세로 가장 낮은 자들을 섬기는 교황의 모습을 보면서, 성직자로서의 삶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 관람 후 함께 영화를 관람한 영화 친구들과의 영화 토크를 통해서 교황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순응했다'라기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길을 능동적으로 선택한 것 아닐까?' 하는 한 영화 친구의 또 다른 의견을 들으며, 매우 공감이 가면서 생기는 해석의 확장성으로 이해도가 한층 높아졌다. 이런 면이 바로 함께 영화 수다를 나눌 때의 가장 큰 재미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교황님의 삶을 정말 자세하게 잘 조명했고,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이 실제의 교황님과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아서 섬세한 디테일에 감탄하였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 초청작이었던 이 영화는 골든글로브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작품성도 인정받은 바 있는데, 특히 두 교황 역을 맡은 두 배우가 골든글로브 주연‧조연상 후보에 나란히 올랐을 만큼 '앤서니 홉킨스, 조나단 프라이스' 두 명배우들의 연기가 얼마나 훌륭했는지에 대해 검증이 된 셈이다. 각종 영화제에서 관객상, 각본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답게 연기, 연출, 아름다운 영상미와 음악 등 영화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하게 느껴지는 수작이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어려움에 봉착해 인간적인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나, 사람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 괴로운 마음에 힘들어질 때마다 한 번쯤 상기해 볼만한, 인간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생각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미로운 영화였다.

대사가 워낙 많고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다 보니 중간중간 약간 지루한 면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 면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영상과 곱씹어볼수록 의미 충만한 대사들, 아름다운 음악들 등 모든 요소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졌기 때문에 집중력을 흐트러트리지 않을 수 있었다. 

옥의 티로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의미로운 대사의 흐름이 무척 빨라서 짧은 영어 히어링 실력으로는 자막을 읽으며 대사를 따라가기가 벅찼고, 그 와중에 주옥같은 대사들을 놓치는 부분도 많아서 초집중하여도 전체를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는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교황님 인물만으로 영화 전체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는 것이 다소 평면적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너무 우회적인 메시지들이 어떤 면에서는 신부님의 전형적인 강론과도 같이 진부한 느낌도 없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가 명언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쏟아지는 깊은 의미들이 대단한 영화라서 가능하다면 대본을 구해서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올라왔다.


한편, 영화 관람에 동행한 세 분의 영화 친구님들로부터 나온 이 영화의 평점은 5점 만점에 4.5/4.9/3.5 였다.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곧이어 여러 가지 다양한 감상과 의견을 나누어 보니 같은 영화를 보고도 사람마다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참 다채롭다는 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지점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낄수 있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생각과 관점을 함께 나누는 것이 사회적 인간으로서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나만의 생각에 잠겨 있으면서 내가 알고 느끼는 것이 그 대상에 관한 모든것이라고 편협되게 생각하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과 견해를 주고받는 기회는 꼭 필요하고 소중한 기회인 듯하다.

앞으로도 영화를 혼자 보기 보다는 영화 친구님들과 함께 보고 영화토크를 나누는 시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취미코드가 맞는 친구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서로다름이 존재할지라도 그차이를 뛰어넘어 영화라는 하나의 접점으로 즐거운 교류가 가능해진다는 면에서 지속해나갈 가치가 충분한 취미생활임에 틀림이 없다.


▶인상적인 메시지
✔ 타협한 것이 아니라 변화한 것입니다. 삶은 본래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움직여 다니면 신은 어디서 만나나요? 이동하는 길에서 마주치게 되겠지요?”

✔ 지나가는 길입니다, 신부님. 고해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나도 오늘 아침에 계시를 받았소. 오늘은 꼭 들르는 이에게 고해성사를 주라고 하시더군.

✔ 젊었을 때는 주님이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 늘 알았소.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소. 

   영적인 보청기가 필요한 것 같소."
✔ 성체를 주는 것은 고결한 자에게 주는 음식이 아니라 가난한 자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 우연의 일이란 없습니다. 모두 신의 계획입니다.
✔ 저는 더 이상 영업사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교회는 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 않아요.
✔ 주님께서 주신 삶은 변화하는 것입니다. 자연에서 정적인 것은 없습니다. 

   우주에서도요. 심지어 주님도 마찬가지에요.  

✔ 장벽이 아닌 다리를 지어야 합니다.
✔ 인생은 결코 정적이지 않습니다.
✔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 모두의 잘못입니다.
✔ 진실은 중요하지만, 진심이 없는 진실은 무의미합니다.

✔ 담이 나쁜 것처럼 얘기하는데 말이요. 집도 담이 있어야 해요. 아주 강한 담으로요.  

✔ 예수님도 담을 지었나요? 예수님의 얼굴은 자비의 얼굴입니다. 

   죄가 클수록 더 따뜻하게 환영해 주어야 합니다.자비는 다이너마이트 같아서 담을 폭파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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