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 Jul 18. 2021

[책리뷰]-<일의 기쁨과 슬픔>

*인간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일까?*

[북토크 리뷰]-<일의 기쁨과 슬픔>

*인간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일까?*


———————————————————

*책 : [일의 기쁨과 슬픔]


*작가 :  장류진


*출판사 : 창비


*북토크 일시 : 2021, 7, 17, 토,

                             pm1-3


*북토크 장소 : 홍대 세미나실


*참여자 : 책친구님 3인

————————————————————


[책소개 - 『일의 기쁨과 슬픔』 ]

모두가 기억하게 될 이름, 장류진이 전하는 오늘의 이야기!

2018년 창비 신인 소설상으로 등단한 이후 단숨에 수많은 독자와 문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류진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창작과 비평 웹사이트에 공개된 직후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누적 조회수 40만 건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을 포함해 주로 이삼십 대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8편의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다.

회사에서 운영 중인 중고 거래 어플에 글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거북이알’의 정체를 알고자 만남을 가진 ‘나’, 카드회사 공연기획팀 소속으로, 유명 뮤지션의 내한 공연을 성사시키고 특진을 약속받았으나 개인 SNS에 공연 소식을 가장 먼저 올리지 못해 토라진 회장의 심술로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대신 받게 되고, 자본주의 시스템을 영리하게 활용해 나름대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거북이알’의 기막힌 사연을 담은 표제작 《일의 기쁨과 슬픔》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소설이다.

결혼식을 3일 앞둔 날, 3년간 교류가 없었던 직장 동기 빛나 언니의 연락을 받고 청첩장 약속을 잡게 된 ‘나’의 이야기를 담은 《잘 살겠습니다》에서는 빛나 언니의 독특한 캐릭터가 흥미롭게 그려지는 한편 주인공이 그녀를 지켜보며 심경 변화를 겪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전개되고, 애써 마련한 집을 더 잘 관리하기 위해 민망함을 무릅쓰고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를 고용하면서 각자 자신이 노동자이되 고용관계, 계층, 세대, 종교 등 여러 면에서 대비되는 화자와 아주머니의 독특한 관계에서 형성되는 묘한 서스펜스가 돋보이는 《도움의 손길》 등 기민한 시각으로 발견해낸 이 사회의 단면들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그려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출처-kyobo)



[작가 소개-장류진]

대한민국의 소설가. 1986년에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을 다니다가 동국대학교 대학원으로 편입해 국문학을 수료했다. 2018년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제21회 창비 신인 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회사에 들어가고 1년 차에 한겨레 문화센터의 소설 쓰기 강좌를 들었는데 거기서 처음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판교의 IT 회사에서 7년 이상 일한 경력이 있다. 그의 등단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 또한 주인공이 IT 회사에 다니는 설정인데, 디테일한 묘사 등으로 관련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2018년 10월 창비 홈페이지에서 무료 공개가 된 후 트위터 등에서 링크가 공유되며 4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었다.

2019년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을 출간하였으며 소설집에는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가 정이현은 장류진의 소설에 대해 "오늘의 한국사회를 설명해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이라고 평가하였으며, 실제로 장류진은 소설에서 20~30대 직장인의 일상과 삶 등 현실적인 상황과 설정을 자주 활용하는 편이다.

현재는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지내고 있다.

「연수」라는 소설로 2020년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창비에서 운영하는 문학 3과 스위치 웹사이트에서 신작 소설 <달까지 가자> 1,2부를 연재했다. 문학 3에서는 격주로 2020년 10월 27일부터 2020년 12월 29일까지, 스위치에서는 매일 2021년 2월 10일부터 2021년 3월 15일까지 연재했다. 이후 이야기는 2021년 4월 중 단행본을 통해 출간될 예정이다.

(출처-나무 위키)



[북토크 써머리]

7월 ‘함께 읽기’ 책은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었습니다. 8편의 재미있는 단편소설을 통해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들을 리얼하게 펼치면서, 이 사회의 단면들을 다양하게 엿볼 수 있게 한 단편소설집인데요,

이 책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변에서 한 번쯤 겪어보았을 법한 현실적인 내용들을 다루어서 독자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소설입니다.

제목만 얼핏 보면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스토리일 거라고 짐작되지만, 수록된 8편의 단편들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결국 우리 삶 속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리얼한 실화 같은 이야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요, 장류진 작가는 일상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마치 자기가 직접 겪은 일을 이야기하듯이 거침없으면서도 경쾌하게 그려낸 이 소설집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다면 정말 유익할 것이라, 각자 사정에 맞게 선택독서를 하기로 했었죠.

책수다를 좀 더 밀도 있게 나눠보고자, 독서토론은 8편의 작품 중 목차 첫번째 단편소설 <잘 살겠습니다>편에 집중하여 진행하겠습니다만,

별점주기는 『일의 기쁨과 슬픔』 책 전체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주셔도 좋겠고, 이번 집중 토론 지정작인 <잘 살겠습니다>편에 국한해서 주셔도 무방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이 소설집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별점과 함께 간단한 소감을  나눠봅시다.(1점부터 5점까지 별점을 주세요.)


[북토크 참여자들이 준 책의 평점과 이유, 그리고 독후 소감(5점 만점)]


*3.5점

장편소설이나 대하소설을 읽으려면 긴 호흡과 장시간이 필요한데, 이 책은 단편소설들의 모음집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일상 소재를 가져와 손쉽게 표현한 듯하면서도 매 편마다 현실 속 모순을 투영하는 듯한 메시지를 넣은 것과, 작가의 솔직한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여느 작가들의 천부적인 글솜씨에 감탄스러웠던 때와는 좀 거리가 있기도 했던 것이, 이 소설 작가의 필력이 그다지 훌륭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소설쓰기 기법’을 어느 정도 훈련했다면 쓸 수 있음직하게 다소 가벼운 글이라고 생각되기도 했고, 큰 감동이나 깊이 있는 깨달음을 주는 소설은 아니었다. 부담스럽지 않게 술술 읽혔다는 점에서는 괜찮았으나 평점을 높게 줄만한 가치는 못느꼈다.


*3점

요즘 젊은 작가들이 출간하는 책들 중 서점 가판대에서 베스트셀러로 일컬어지며 지나치게 유행을 타는 듯한 작품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는데, 이 책도 좀 그런 부류의 책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접할땐, 얼마 전 크게 히트를 치고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라는 책이 떠오르기도 했다. 제목에서부터 눈길을 끌었던 것에 비해 내용이 그닥 책으로 낼 만한 의미로운 것들이 아닌 채 너무 가벼운데 도대체 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유행 타는 요즘 책들 중 하나인가? 하는 선입견이 들기도 했다. 나는 젊은 작가라고 해서 삶의 경험이 얕기 때문에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1980년생인 ‘김애란’ 작가의 글에서는 깊이와 감동의 지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진중한 의미가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꼭 삶의 경험치가 켠켠이 쌓일 만큼 나이를 많이 먹은 작가여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란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훌륭한 작가가 된다는 것은 꼭 문학을 전공했다거나, 또는 나이가 많아 원숙해야만 되는 것은 아니고, 그 작가가 살면서 바닥을 치고 올라온 경험이 있었을 만큼 자신만의 깊이 있는 삶의 경험이 있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집의 작가는 현시대가 원하는 흐름에 잘 의탁한 채 다소 유행 타는 책을 썼다는 야박한 평가의 의미로 평점도 짜게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님을 잘 알기에, 이렇듯 완성도 있게 여러 편의 단편을 마무리해내고 소설집으로 출간해 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작가의 노고가 대단하고 또 그 수고했음에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


3.5점

일단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스위스 태생의 영국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알랭 드 보통’의 그 유명한 에세이『일의 기쁨과 슬픔』을 패러디하듯 책의 제목을 차용해 왔다는 후일담을 들었던 터라 , ‘현대인과 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겠구나 짐작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읽어보니 ‘일’에 대한 이야기라는 큰 틀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겠으나, 표현과 서술의 관점은 많이 달랐다.

‘알랭 드 보통’은 ‘일'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과 ‘일’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찰했다면, ‘장류진 작가’는 현대인들, 특히 젊은 직장인들에 있어서 ‘일’이란 어떻게 기쁘고 얼마나 슬프게 작용하는가에 대해 가감 없이 리얼하게 표현하며 ‘매운맛’ 현실을  거의 ‘팩트폭격’에 가깝게 드러내 주었다. 하지만 그것이 처절하고 절망스러운 것이 아니라 ‘웃긴데 슬프다’라는 의미의 신조어인 ‘웃프다’ 라는 단어를 여러 번 떠올릴 만큼 슬픔을 웃음으로 유머러스하게 승화시키듯 재기발랄한 스토리 전개가 돋보여서 참신하게 느껴진 소설집이었다.

이 소설을 읽는 순간에 마치 웹툰이나 동영상을 보는 듯이 이미지화되어서 책을 잡고는 단숨에 후루룩 읽혀지는 높은 가독성이, 너무 재미와 흥미를 쫓고 지나치게 트렌디한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의 지점이 있었다.

결국 ‘꼭 진중하고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야만 훌륭한 책이다’ 라는 ‘꼰대 마인드’가 부지불식간에 소환되어, 중년의 나이인 나의 고지식한 생각의 패턴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만들었기 때문임을 자각, 인정은 하면서도, 아주 높은 별점을 줄 수는 없었기에 노멀한 별점인 3.5점을 주었다.



[본토론 내용은 너무 방대해서 정리불가함.]




[오늘 책과 토론에 대한 전체적인소감 및 마무리총평]


 *다른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감상 나누기를 한다는 것은 삶이 조금이라도 온전해지게 하는 데 좋은 방법 중 하나인 듯하다.

*소설들이 가벼운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제각각의 현실적인 이야깃거리가 내재되어 있는 책이어서 읽어볼만 했고, 오늘 북토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다.

*’팀플’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긴 한데, 내가 능력이 있어서 누군가를 돕거나, 다른 사람들과의 공동작업에서 특정 1인이 총대를 매듯 대부분의 범위를 다 하게 되는 상황은 분명 힘들고 불공평한 일이지만, 그게 꼭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고 노력하고 희생한 사람은 그만큼 스스로의 능력치가 발전하게 된다는 북토크 멤버님의 의견이 의미롭게 느껴졌다.

*처음에 이 소설집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이거 뭐지?!’ 싶게 내용이 너무 가볍고 별 내용이 없는 듯 해서 좀 의아했었는데, 그래도 꾹 참고 한편 한편 읽어 나가다 보니 그래도 작가가 뭘 말하고자 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다 읽어보니 요즘 소설의 흐름도 알게 되고 젊은이들의 현실상황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기에, 한번쯤 읽어보고 토론해 볼만한 좋은 책이었다.

*오늘 독서 토론의 내용이 기대 외로 풍성했어서 감사하고 즐거운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책친구님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경험한 사회생활과 인간관계 속에서 때로는 행복했고 때로는 상처도 많이 받았기에, ‘저런 사람 나도 만나봤어’,’저런 일 나도 겪어봤어’ 하는 공감을 나눌 수 있어서 오늘 북토크가 참 흥미로우면서도 즐거웠다.

*너무 이타적으로 살면 내가 괴롭고, 너무 이기적으로도 살면 누군가가 괴로우니만큼, 밸런스를 맞추며 서로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진심으로 찾고 싶다.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이고, 나 역시 때때로 문득 외롭다. 특히 오늘 책모임에 참여하신 여자친구들과 같은 중년의 나이에 외롭지 않은 여자들이 얼마나 될까?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 일이 끔찍하게 싫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과 함께 더불어 하는 활동들이 혼자보다 즐겁기도 하다. 그러니 ‘혼자’의 시간도 소중하고 ‘함께’의 시간도 필요하다.

*어찌됐건 간에 욕심 사납게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은 되도록 피하고 싶고, 상식적이고 교양 있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사람들이 서로가 친구가 되어 지속적으로 서로 잘 지내려면 기본적인 성향과 교양 수준이 어느 정도는 맞아야 하는 것 같다. 삶은 녹록지 않기에 살면서 누구나 인생 역경이 왜 없겠는가? 그런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고유한 정서를 잃지 않고 잘 지켜내어서, 되도록 긍정적이면서 밝고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면의 아름다움이 얼굴에 드러나기 때문에 숨겨질 수 없는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고, 중년의 나이가 되고 보니 사람을 만나 몇 번 겪어보면 나와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느끼게 되는 것이, 갈수록 사람 보는 안목이 생겨서 사람을 가려 사귀게 되는 것이 연륜이 쌓여가는 과정인 듯하다.

*인간관계에서 일단 나부터 기본 매너를 지키려고 노력은 하며 살아야겠고, 이 사람은 나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감이 오면 괜스레 기운 빼지 말고 단순하고 명쾌하게 돌아서는 것도 어느덧 낭비할 에너지가 부족한 나이에 나 자신을 잘 돌보는 습관을 들이는 방법인 듯하다.


[핵심메시지 또는 한 줄 총평]


*참을 수 없이 쪼잔한 등가교환의 현실

*진정한 남녀평등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아무쪼록 ‘자립갱생’하고 민폐 인물이 되지 말자.

*모든 인간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

*나이를 불문하고 인간관계는 늘 어렵다.

*타인을 지적질할 것 없이 ‘나나 잘하자’

*다른 사람 뭐라 하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

*유치하게 다른 사람 뒷담화 좀 하지 말자.

*사람은 누구나 유치하다

*무슨 말은 해야 하고 무슨 말은 하면 안되는지 정할 수 없고 자연스러운 만남이 좋다.

*타인의 마음이 다 내 마음 같을 수는 없다

*싫은 것도 참을 줄 알아야 인간관계를 맺고 만남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

*말이 많으면 실언도 많다.

—————————————————


[책리뷰]


‘장류진 작가’의 첫 소설집인 『일의 기쁨과 슬픔』에 수록된 8편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변에서 한 번쯤 겪어보았을 법한 현실적인 내용들을 다루어서 수많은 독자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소설집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책 제목만 얼핏 보면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스토리들 일거라고 짐작되지만, 수록된 8편의 단편들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꼭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현실 생활인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무릎을 탁 치게 만들며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누구나가 일상에서 한 번쯤 목격했거나 겪어봤을 법한 일들,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서 한번쯤은 느껴봤을 감정들이 예민하게 잘 깃들여 있는 이 소설집의 이야기들은, 너무도 현실적인 데다가, 우리 삶 속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서 일명 ‘현타의 끝판왕’이라 할 만큼 리얼하고 실화 같은 스토리들이었다. 이래서 이 소설을 두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ㆍ재현한다는 의미의 ‘극사실주의’ 또는 ‘하이퍼 리얼리즘’이라고 일컫는구나 이해가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결국 우리의 삶이란 게 ‘소설 같은 현실이고, 현실 같은 소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했다.

장류진 작가는 일상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마치 자기가 직접 겪은 일을 이야기하듯이 디테일을 살려 참 자세히도 풀어나갔다. 또한 현실 속 ‘불편한 진실’ 들을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거침없으면서도 경쾌하게 그려내는 매우 독특한 필력을 지닌 신세대 작가의 대표 격인 ‘천상 이야기꾼’ 같다고 느껴졌다.


문단의 평론가들은 우리나라 현대 여류 소설가들 중 주요 인물로 여성 직장인을 등장시키거나, 당대의 젊은 세대들이 겪는 일들을 중심 스토리로 풀어가거나, 현실 속에서 울고 웃는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결코 절망스럽지는 않게 경쾌함과 세밀함으로 스토리를 끌어간다는 면에서 ‘은희경-정이현-김애란-장류진’으로 이어져 나가는 계보가 만들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후일담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장류진 작가의 책에 정이현 작가님이 추천사도 남겨 주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을 읽어보니 장류진 작가 소설의 정체성을 단번에 정의해 주는 듯했다.

 “기쁨과 슬픔 사이, 미처 명명되지 못한 여러 결의 마음들이 딱딱한 세계의 표면에 부딪혀 기우뚱 미묘히 흔들리는 순간순간을 작가는 기민하고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오늘의 한국 사회를 설명해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라는 정이현 작가의 추천사처럼 장류진 작가의 소설은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상을 누구보다도 잘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2시간의 한정된 북토크 시간에 뭔가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메시지를 이끌어 내려면, 한 작품에 집중하여 좁고 깊게 파고 들어가 밀도 있는 책수다를 나누는 게 훨씬 알차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8편의 수록작 중 등장인물도 다채롭고 사건도 많아 토론 주제가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데다가 표제작이기도 한 <일의 기쁨과 슬픔>편을 북토크 지정작으로 할까 했다가, 한 번 더 심사숙고해서 결국은 <잘 살겠습니다> 편으로 결정하여 집중 북토크를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우리 북토크팀의 책친구님들이 전원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여자친구들 간의 대화거리와 공감대가 좀 더 확장될 수 있는 스토리가 <잘 살겠습니다>편이라고 느껴진 까닭에서 한 결정이었다. 물론 표제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을 비롯해 다른 작품들도 첨부하여 함께 다루기도 하였다.


<잘 살겠습니다>는 등장인물도 몇 되지 않거니와 중심 사건도 단순할 수도 있는 단편이지만, 오늘 함께 모인 책친구님들이 여자친구들이어서 그랬는지 이야기 나눌 거리들도 많고 공감대를 형성할 지점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특히 ‘사람’과 ‘관계’에 집중해서 다양한 경험과 의견들을 많이 나누어 보았다.

사람이 나쁜 건 아닌데 어딘가 사사건건 걸리적거리며 나를 자꾸 스트레스받게 하는 사람!

그럴 의도는 없었던 것 같긴 한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노력해서 힘들게 얻은 결과물을 너무 쉽게 착취하며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

매사가 흐리멍텅하고 누구나가 다 아는 상식이라는 것의 개념조차 명확하지가 않게 뭘 너무 몰라서 하나하나 콕콕 집어 알려줘야 하는 등 상대방을 속 터지게 만드는 사람!

만약 이런 유형의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특히 직장에 입사하면서 동기로 묶여진 직장 동료이니 확 손절해 버리고 아예 안보고 살 수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잘 공생해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 여러 논제를 가지고 열띤 토론을 해 보았다.


그리고 <잘 살겠습니다> 소설 속 사건들 속에서 다양한 토론 주제를 발제하여 서로의 의견들을 나누었다.

결혼식 초대 청첩장을 건네주는 것과 축의금을 주는 문화에 대한 견해들!

함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때 비용을 결제하는 방법 중 ‘더치페이’에 대한 의견들!

자신의 ‘SNS’의 상태 메시지를 수시로 바꾸며 일상의 개인사나 자신의 기분상태를 실시간 생중계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생각들!

직장에서 나이나 학력, 업무능력 면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남녀가 실제 연봉에서는 큰 차이가 나는 현실에 대한 의견들!

외모가 너무 화려하거나 차림새가 많이 튀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

사람들 사이에서 한 번 어긋난 관계를 다시 복원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견들!


역시 100인 100색인 만큼 사람마다 살아온 이력과 경험, 그리고 가치관이 다르기에 똑같은 사람이나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느끼는 바는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 참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러니 책수다는 늘 흥미롭고 파생되는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한 듯하다.


7월에 ‘함께읽기’와 ‘북토크’를 한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은 울고 웃는 직장생활의 애환과 우리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이러저러한 현실 사건들의 단면을 마치 웹툰과 같이 감각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꿀잼 소설이었다. 평범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은 표면적으로는 그럴싸해도 그 아래로 층층이 쌓여 숨겨져 있는 인간들의 군상스럽고 부끄러울 수도 있는 실체들을 너무도 예리하게 집어내어 놀랍기도 했다. 때로는 ‘은근슬쩍 돌려까기’로, 경우에 따라서는 ‘대놓고 돌직구’로 오늘날 인간들의 현실적인 세태를 리얼하게 표현했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뭔가 오싹해지고 서늘해질 만큼 일상의 ‘불편한 진실’들을 직면하게 한다는 면에서 일본 작가 ‘오야마다 히로코’와 대비시켜서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고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훌륭한 고전문학이나 장편소설류를 긴 호흡으로 장시간 읽게 되면 인간의 삶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할 수 있게 되면서 크나큰 감동을 받아 부지불식간에 큰 깨달음과 심경의 변화를 겪는 경험이 있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해보았던 1인이건만 최근에는 이 작품처럼 단편소설류에 홀릭하게 된 것은 요즘 재기발랄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그 발상이 기발함에 놀라고, 또 가독성이 좋아서 단숨에 읽히면서도 ‘아하!’하는 깨달음과 공감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발현된다는 면에서 큰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마도 길이가 길지 않은 동영상이나 순간짤 등을 빠르게 보는 것을 즐기는 요즘 우리 사회의 세태를 반영한 기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었는데, 그보다도 더 큰 변화는 근래에 젊고 유능한 작가들이 우리나라 현대소설의 주류로서 등장하여 감각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좋은 작품들을 많이 써내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번 북토크 책이었던 『일의 기쁨과 슬픔』이 특히 좋게 다가왔던 것은 기존 소설들과는 차별화된 주인공들의 모습이 친근하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보통의 소설 주인공들은 비정규직이거나 실업자, 또는 저소득층과 같이 남들처럼 평범하기도 지극히 어려운 환경에서 남다른 고난을 겪는 고단하고 불행한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야 남다른 에피소드들이 나올 수 있었으며, 죽을듯한 고난을 초인적인 의지력으로 극복해 나가거나, 아니면 인력으로는 어찌 못하는 비극적인 운명에 휩쓸려 가버리거나 하여 독자로 하여금 감동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켜 공감대를 형성하는 패턴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일의 기쁨과 슬픔』의 등장인물들은 달랐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럴싸한 대학을 졸업하고 스펙을 쌓아 입사한 정규직이거나 대기업 사원, 또는 스타트업 회사에 다니는 멀쩡한 일반인, 대출을 꼈을망정 내 명의의 집을 소유하고 사는 중산층들이었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아니었고, 사회의 중심부에서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해 나가면서 이 세상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데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잘 기능하고 있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사회인들이라는 면에서 지금까지의 소설 주인공들과는 차별화되었다. 그런 평범하거나 그 이상의 엘리트인 등장인물들이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너와 나와 우리의 오늘을 잘 보여주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직설적으로 풀어나감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장류진 작가가 정통 문학을 전공하면서 일반적인 소설가 코스를 걸었던 사람이 아니라, 사회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스타트업 회사원으로서 10여년간을 판교 테크노벨리에서 실제로 회사생활을 했던 특이한 이력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자신의 회사생활 경험을 소설 속에 녹여냄으로써 그 생생한 리얼함이 배어 나올 수 있었던 듯하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8편의 작품 전편에 기본적으로 흐르는 중심 소재이자 주제는 결국 ‘일과 사람과 삶’의 이야기들이었다. 이 책을 읽고 북토크를 하며 머릿속을 가득 채운 뚜렷한 명제는 결국 ‘사람들 간에 인연을 맺는 일’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살면서 사람 간에 인연을 맺는 일은 자발적이기도 하고 강제적이기도 하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많은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며 살게 되는데, 친구나 지인을 사귈 때에는 뭔가 나와 공통의 관심사가 있거나 성향이 비슷하거나, 아니면 ‘느낌적인 느낌’으로 끌리거나 하는 뭔가의 공통분모를 찾아 인연을 맺게 된다. 한편으로는 가족, 학연, 지연, 입사 등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어딘가에 속하게 됨으로써 반강제적으로 맺게 되는 인연이 있기도 하다. 어떤 형태의 인연이든 간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는 일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가 잘 알고 있다. 그런 만큼 제대로 된 좋은 인연을 만나 관계를 잘 이어 나갈 수 있다면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흔히들 ‘일이 힘든 것보다 사람이 힘든 게 훨씬 더 참기 힘들다’ 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마도 이 말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고, 특히 사회생활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본질적으로 일 자체가 힘든 것보다도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얽히고 섥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이 결국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옛말도 있듯이 먹고 살아야 하는 원초적인 문제부터 시작해서 내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존재의 가치를 비롯해 뭔가 정서적으로도 풍요롭게 채워져야만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정신적인 만족도와 지적 갈망 또한 결코 무시할 부분이 아니다.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주류라고 인정받는 그 중심부로 기어이 올라가 욕망을 실현하면서 결코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과,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결코 튀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남들처럼 비슷비슷하면서도 뭔가 그럴싸한 위치를 확보하여 안락하게 살고 싶은 현실적인 욕심이 있음을 부정하기 쉽지 않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고 북토크를 하고 리뷰 정리 차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니, 삶의 모든 과정들이 결국은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바람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일상의 노력들로 채워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젊은 셀러리맨들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혹하리만큼 깨지고 부서지는 현실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거나 튕겨나가지 않고,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든 활용하여 뭐라도 부여잡고 자신만의 행복한 일상을 꾸려나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표제작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주인공 ‘거북이알’은 심술통 오너의 유치한 보복으로 급여지급 대신 폭탄 투하된 어마무시한 포인트를 현금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중고물품 거래를 위해 결코 개인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근무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살짝살짝 융통성 있게 활용하였다. 또 ‘안나’는 팬심 가득한 ‘조성진 콘서트’ 티켓 예매 시간을 위해 야근인 듯 아닌 듯 늦은 시간까지 회사에 머무르며 본의 아니게 일 열심히 하는 성실 사원으로 보여지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잘 살겠습니다>의 화자는, ‘경우’와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듯한 ‘빛나언니’의 이해하기 힘든 처신에 화를 내기보다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정확한 계산을 해 버림으로써 손해를 최소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얄밉고 속 터지는 ‘빛나언니’가 아무쪼록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좋은 마음을 내기도 했다. 이렇듯 오늘날 젊은이들의 상큼하리만큼 독창적인 씩씩함이 엿보이는 이 소설의 스토리 전개 방식이 엉뚱하고 재기발랄해 보이면서도 재미가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20대 초반의 아들을 둔 ‘현실엄마’로서, 부조리한 직장과 인간관계 속에서 어떻게든 적응해 살아내려고 좌충우돌하는 소설 속 사회 초년생 젊은이들의 모습이 애틋하면서도 기특하고 예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모든 일상들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이내 과거가 되어 버릴 것이고 그 과거들이 모여 결국 나의 역사가 될 것이다. 오늘 당장의 일상은 매우 의미로운 것이고, 그런 나의 일상들은 내 삶에 있어서 나름대로 소설 같기도 하고 영화 같기도 한 나만의 작고 소중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 당장 행복한 것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의 행복을 일구어내기 위해서는 일상의 삶 속에서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그 무엇을 찾아내어 정성을 기울이며 내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이 소설집은 깊이 있게 다가오는 명문장이나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하는 단락이 포진되어 있지도 않았기에 밑줄 치며 포스팅하고 싶은 부분이 딱히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러나 너무 트렌디하고 가벼운 이야기들로 치부하기에는 한 번쯤 짚어서 생각해 보고 토의해 볼 만한 현실적인 논제들이 참 많았다. 또한 일의 성취를 적절히 만들어나가면서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느끼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도록, 넘치거나 모자라지도 않게 딱 적절한 중간 그 어디쯤에서 삶의 보통성을 추구하는 나만의 ‘행복한 일상’을 꾸려나가고 싶게 만들었다는 면에서도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충분히 의미로운 책이었다.


이렇게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책을 부담스럽지 않게 ‘함께읽기’ 한 후 모여서 ‘북토크’ 시간을 즐겁게 나누기한 책친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원래 4인이 약속되어 있다가 한분이 사정상 결원이 되어 처음으로 3인이 오붓하게 북토크를 하게 되었는데, 소수의 멤버로 책수다를 해보니 시간이 충분한 만큼 각자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나눌 수 있어서 좋다는 것도 경험하게 되었다. 북토크 자리에서 책친구님들을 만날 때는, 다시 만난 멤버님도, 처음 참여하신 멤버님도 책을 매개로 책수다를 나누는 자리에서는 어색함이나 이질감이 전혀 없이 모두가 그 시간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니,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나누는 대화는 참 즐겁다는 것을 언제나 느끼게 되곤 한다. 모임의 주최자로서 바람과 욕심이 있다면, ‘심심한데 책이나 한번 읽어 볼까?’ 하는 호기심 친구님들보다는 ‘나는 책을 참 좋아한다. 책을 규칙적으로 열심히 읽고 책친구님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평상시에 읽고 쓰는 삶을 지향한다.’ 하시며 책에 대한 ‘진심’이면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책친구님들과 책모임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한층 심각해진 코로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KF94 마스크 쓰고 개인 방역에 각별히 신경 쓰고 주의하면서 용감하게 강행한 이번 책만남이었다. 특히 이번 북토크는 상황상, 지금껏 가져왔던  북토크 사상 최초의 소수인원인 3인의 멤버님들과 밀도 있는 책수다를 나눌 수 있었던 탓에 더 적극적이게 되어서 평소보다 텐션도 높아졌고 말을 다소 많이 하였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쓸데없는 소리도 한 듯해서 ‘그런 말은 괜히 했네. 신나고 즐거운 감정을 너무 조절 못했네. 오늘 난 주책바가지!였던 거야?’하며 이불킥을 하고 싶어질 만큼 뒤늦게야 부끄럽고 후회되는 감정도 올라왔음을 고백하고 싶어지기도 한 7월의 북토크 모임이었다.



[의미로운 구절]

<잘 살겠습니다>에 한정한 발췌

p12

그러더니 날 한번 바라보고 무구하게 웃었다.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졌다. 언니랑 마주 않아 있을 때면 곧잘 느끼게 되는 감정이었다.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갑갑증이 나기 시작했다.


p24

수십 가지 반찬 그릇이 빼곡하게 올려진 나무 상판을 식당 종업원이 카트로 끌고 와서 우리 테이블 위로 드르륵 밀었다. 언니는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좋아했다. 물론, 사진도 찍었다. 그 많은 반찬을 한 프레임에 담겠다며 의자 위에 올라가서 까치발을 들었다. 찰칵찰칵 소리가 연속해서 식당에 울려 퍼졌고, 서너 장을 더 찍고 나서야 나는 언니의 무릎이 아닌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p24~25

언니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매번 등장하던. 언니는 늘 남자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두곤 했다. 사이가 안 좋을 때는 쓸쓸한 분위기의 일러스트를 프로필로 바꿔 걸었고 당연히 그에 따라 상태 메시지도 바뀌었다. 그 주기가 몇 개월 단위로 반복되었다. 총무과 라푼젤의 연애가 순항 중인지 아닌지를 온 회사 사람이 다 알 정도였다.


p27

셋, 하던 그 순간. 나는 구재와 내가 외치는 숫자의 앞자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천만원. 정확히 천삼십만원 차이였다. 나보다 세전 기준 천삼십만원을 더 받는 구재는 당연히, 모아놓은 돈도 나보다 훨씬 많았다. 구재 역시 당황한 눈치였다.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나자 자기도 민망했는지 이렇게 말했었다.

“네가 이년 동안 백오피스에 있어서 그랬나 봐.”

그래, 그게 맞는다고 치자. 그러면 나는 왜 이년 동안 거기에 있었을까. 이력서에 빼곡했던 내 모든 경력이 전략기획팀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내가 일을 못해서 그랬나. 그런데 시켜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까. 무엇보다 지금은 같은 부서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왜 연봉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야 할까. 구재가 일을 잘해서? 대체 얼마나 잘하길래? 딱 천삼십만원어치만큼?


p28

“빛나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원을 내야 오만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이천원을 내면 만이천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 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에비동에 새우가 빼곡하게 들어 있는 건 가게 주인이 착해서가 아니라 특 에비동을 주문했기 때문인 거고, 특 에비동은 일반 에비동보다 사천원이 더 비싸다는 거. 월세가 싼 방에는 다 이유가 있고, 칠억짜리 아파트를 받았다면 칠억원어치의 김장, 설거지, 전 부치기, 그 밖의 종종거림을 평생 갖다 바쳐야 한다는 거. 디즈니 공주님 같은 찰랑찰랑 긴 머리로 대가 없는 호의를 받으면 사람들은 그만큼 맡겨놓은 거라도 있는 빚쟁이들처럼 호시탐탐 노리고 뭐라도 트집 잡아 깎아내린다는 거. 그걸 빛나 언니한테 알려주려고 이러는 거라고, 나는.”


p32

십 년 뒤에 우리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만나요. 나는 혼자 십 년 뒤,라고 조용히 읊조렸다. 너무나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십 년 뒤. 그때까지 언니가 회사에 있을 수 있을까. 그때까지 나는 회사에 있을 수 있을까.


p33

빛나 언니는 잘 살 수 있을까. 부디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작가의 이전글 [일상의 단상]-<인간과 자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