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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un 22. 2021

[일상의 단상]-<잘못 들어선 길>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일상의 단상]-<잘못 들어선 길>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길’에 대힌 지극히 사적인 단상]


[‘인천 산행+트래킹+맛집’ 3종 세트벙 리뷰]


오늘 나는 취미 모임에서 알게 된 산행 친구님이 리딩하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산행벙에 참여하였다.

이번 주말에는 별 스케줄이 없던 터라, 영화를 볼까 도서관에 갈까 생각하다가 친구님의 산행벙 소식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고, 4인 집합 규정에 따라 이미 4인의 동행친구들이 구성된 상황이었다가 때마침 한 친구가 사정이 생겨서 티오가 났기에 그야말로 막차를 타듯 급합류하게 되었다.


‘나비공원-천마산-중구봉-계양산(장미원)-**갈비’


평소 운동부족이고 저질체력인 내가 과연 이 다이내믹한 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런지 반신반의했지만, 산행고수인 동행친구님들을 믿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참여했다.


인천 나비공원에서 오전 9시에 오늘의 길동무님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 모임의 벙주인  대장리더님, 산행고수인 언니님, 오랜만에 만난 친구, 그리고 산행초보인 나!

이렇게 고만고만한 반백살 전후의 연령인 중년의 네 여자친구들이 함께 동행했다.


나비공원에서 출발해 천마산 초입의 계단지옥을 열심히 올라가 천마산 정상에 도착했다.

허덕거리며 산길을 걸으면서도 서로 오가는 대화들이 정겨웠고, 산길에 내려놓듯 툭툭 터놓는 개인사들을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게 즐겁고 편안했다.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이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서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진솔한 정서로의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드디어 천마산 정상에 올랐을 때 대장리더님이 산행초보인 나에게 와서 저 멀리 굽이굽이 봉우리 넘어 보이는 팔각정을 가리키며 우리는 저곳으로 갈 거라고 안내해 주었다. 팔각정이라 한 그 곳이 다음 목적지인 중구봉이라고 하는데, 마치 하나의 점처럼 보일 정도로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활기차게 앞장서는 대장리더님과 동행님들을 따라 산길을 내려가고 또다시 올라가고 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중구봉 정상에 도착해 있었다.

산길에 우거져 있는 녹음이 맑은 산공기를 무한 공급 해 주었고, 정상에 올랐을 때에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었으니, 아무런 댓가를 치루지 않고도 이렇듯 좋은 것들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선물 같기만 했다.


중구봉을 내려와 우리가 향한 곳은 계양산 장미원이었는데,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정원에 그 종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형형색색의 갖가지 장미꽃들이 흐드러지게 만개해 있었다.

마스크를 꼈어도 코끝에 훅 느껴질 만큼 짙은 장미향에 취했고, 장미의 모양과 크기와 컬러가 그렇게나 다양함에 감탄하며 어린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가로수가 되어 평안하게 감싸돌듯 조성된 멋진 산책길을 지나 시내로 접어들어 열심히 걸어서 인천 시내에 위치한 ‘**갈비’에 도착했다.

대장리더님이 통창을 통해 바깥 뷰를 볼 수 있는 최상의 자리를 선점해서 안내해 주시고, 고기도 열심히 구워주시고, 식초와 겨자의 환상비율을 맞춘 물냉면도 시연해 주셨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었고 이런저런 대화들을 나누었다.

‘건강’이 주요 화두가 될 만큼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된 여자친구들이 그간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각자의 생각과 마음들을 내어놓았다.

한 사람에게는 그의 인생여정 만큼의 소설책이 몇 권씩 있게 마련이다. 그런만큼 각자 내어놓는 삶의 스토리들이 다채로웠고 흥미로웠다.

오늘 길동무님들은 서로 구면인 분도, 초면인 분도 섞인 조합이었지만 이렇듯 진솔한 대화들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연이 준 평안함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오늘 등산과 트래킹 과정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서 갔던 길을 되돌아 온 순간이 있었다. 수많은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되돌아 올라오면서 나는 남은 생수를 다 마셔버렸지만 그런 만큼 운동량이 훨씬 커졌으니,  낭패를 경험하면서도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이로운 점이 있었다는 면에서 마치 우리의 세상살이와 닮았다.

오늘 만난 산행 친구님들이 내어놓은 삶의 스토리들 속에서도  실수하기도, 좌충우돌 하기도, 헷갈리기도, 후회되기도, 힘들기도, 고통스럽기도 했던 자신만의 살아온 이력들이 있었으나,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 성숙해지고 단단해져서 오늘의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들이 장하고 기특하고 참 아름다웠다.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오늘 산행과 트래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불현듯 박노해 시인의 시가 생각났다.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박노해 시) *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슬퍼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삶에서 잘못 들어선 길이란 없으니

온 하늘이 새의 길이 듯

삶이 온통 사람의 길이니

모든 새로운 길이란

잘못 들어선 발길에서 찾아졌으니

때로 잘못 들어선 어둠 속에서

끝내 자신의 빛나는 길 하나

캄캄한 어둠만큼 밝아오는 것이니


오늘 참 좋은 산행길을 씩씩하게 안내해 주신 대장리더님께 스페셜 땡큐를 보내며, 오랜만에 만나서 많이 반가웠던 동갑내기 친구와 산행 초심자인 나와 짝꿍 해 주시며 참 편안한 길동무가 되어주신 산행 고수 언니님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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