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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Aug 22. 2021

[책리뷰]-<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과학기술의 끊임없는 발전은 희망이자 재앙이다.*

[북토크 리뷰]-<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과학기술의 끊임없는 발전은 희망이자 재앙이다.*


과학기술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앙이 된다.

 - 앨빈 토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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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작가 :  김초엽     

✅출판사 : 허블     

✅북토크 일시 : 2021, 8, 21, 토,

                             pm1-3     

✅북토크 장소 : 홍대 세미나실     

✅준비물 : 마스크 착용 필수, 책,

                    능동적이고 즐거운 마음     

✅참여자 : 책친구님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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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써머리]     

8월 ‘함께 읽기’ 책은 ‘김초엽 작가’의 단편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었습니다.

SF장르소설이라는 선입견에 의해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지 모르나, 호기심과 궁금증으로라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7편의 주옥같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다면 재미있고 유익할 것이므로 각자 사정에 맞게 ‘선택독서’ 하기로 했었죠.

책수다를 좀 더 밀도 있게 나눠보고자,

독서토론은 7편의 작품 중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관내분실> 두 편에 집중하여 진행하겠습니다만,

별점주기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책 전체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주셔도 좋겠고, 이번 독서토론 지정작인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관내분실> 두 편에 국한해서 주셔도 무방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이 소설집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별점과 함께 간단한 소감을  나눠봅시다. (1점부터 5점까지 별점을 주세요.)     


✅북토크 참여자들이 준 책의 평점과 이유, 그리고 독후 소감(5점 만점)     

✔4.3

공학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작업을 시도하고 훌륭하게 완수해낸 김초엽 작가의 꿈을 향한 추진력과 실천력이 참 훌륭하다고 생각되었다. 나 자신이 이공계 전공의 공학도 출신이기 때문에 이과생이 이 정도의 문학적인 서사를 써냈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을 알고 있기에, 20대의 젊은 나이에 이 정도의 문학적 성과를 이루어낸 작가의 끈기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젊은 작가라서 아직 미숙한 면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 점으로 인해 젊은 작가의 잠재력이 날이 갈수록 반짝반짝 빛날 것이라는 기대가 되었다. 작가가 현재 이루어 놓은 것도 대단히 훌륭하지만 그보다 1993년생인 젊은 작가가 앞으로 펼쳐나갈 문학적 성장을 지켜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평소 정적으로 앉아서 하는 작업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동적인 활동을 좋아라 하는 편인 나는, 이렇듯 독서 모임에 참여함으로써 책을 읽을 기회가 주어진 것에 참으로 좋은 계기를 만났다는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2.5

여러 장르의 문학을 접하면서, 실용문에 가까운가? 감동을 주는 서사인가? 하는 분류들을 해보기도 한다. 이 소설집은 작가 자신이 공학도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기에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과학적 소재를 가져와 소설을 썼다는 면이 여타 소설과 구별되는 특이점이기도 하면서 그 안에 작가로서의 예민한 감수성을 녹여 넣어 감동을 이끌어내기까지의 서사를 완성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지식과 감동의 융합을 잘했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 지식과 감동선이 한데 어우러져서 자연스럽게 융화된 느낌이 들지 않고 따로 노는 느낌으로 다가와서 조화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였다. 과학적 지식과 문학적 서사가 양분되어 동동 뜨는 것을 억지로 끼워 맞추어 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그 점이 많이 아쉬웠다. 좀 더 비판적 시각을 갖고 면밀히 들여다보자면, 만약 글 좀 쓴다 하는 청소년이 소설 창작의 기법을 잘 공부해서 써낼 수 있을 정도의 소설이 아닐까 하는 야박한 평가를 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20대 젊은 작가가 이렇게 여러 편의 소설을 완성해 낸 것에 대해서는 감탄을 금할 수 없고 대단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3.5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요즘의 코로나19 판데믹 상황과 중첩되면서 과학의 발달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학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모든 것들이 쏜살같이 변해간 만큼 그 폐해가 극심하고 결과적으로는 인간은 행복한 삶으로부터 멀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더 진지하게 해 보게 되었다.

이 소설집은 짧은 단편들의 묶음이었는데, 작가가 이렇게 길이가 길지 않은 분량 내에서 짧은 서사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글을 써냈다는 것이 훌륭하게 느껴지고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또한 평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과학 분야의 소재들을 가져와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잘 표현해 낸 재미있는 책이어서 즐겁게 잘 읽었다. 그러나 대단한 명작이라는 평가를 줄 만큼의 문학적 표현력을 발견할 수는 없었기에 노멀한 평점을 주었다. 책모임에 참여하게 되어 이런 문학작품도 읽게 되었으니 그또한 기쁘고 참 좋다.          


✔4.0

영화도 그렇고 책도 마찬가지이고 개인적인 경향성이 반영된 선택을 하게 될 때가 많아서 SF(science fiction)를 가까이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단순한 호기심에서 8월 ‘함께 읽기 책’으로 선정한 이 책을 읽으면서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과학분야에 관심이 별로 없는 편이긴 해도 워낙 ‘멍때리며 공상하기’를 잘하는 편이라 이 소설의 시간과 공간적 설정이 된 것과 비슷한 과학적 상상을 안해본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김초엽 작가가 이렇게 여러 편의 단편소설로 스토리를 엮어 나간 것은 풍부한 상상력과 포항공대 석학 출신이라는 이력을 가진 이공계 고급 인재로서 갖추고 있는 과학적인 베이스가 매우 훌륭한 까닭이란  것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글에 기교를 부리거나 현란한 글솜씨로 독자의 감정선을 휘감아 돌며 감탄을 자아내지는 않았기에 그저 무덤덤하게 담백하고 간결한 문체가 오히려 읽기에 부담이 없었고, 남녀노소 누구나가 쉽게 스토리를 이해하기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면에서 베스트셀러가 될만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젊은 작가들의 약진이 대단한데,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책들을 읽어보면 뭔가 깊이가 느껴지지는 않으나 재미와 흥미는 보장된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모름지기 책이란! 작가란! 심오해야 한다!’라는 구세대 마인드에서 못벗어나는 나 자신의 낡은 정서를, 현재의 트렌드에 너무 뒤쳐지지 않게 잘 적응하면서 빠릿빠릿하게 따라가는 감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좋은 소설집이었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스토리 전개 방식이나 문체가 지극히 평범하게 느껴져서 작가가 소설가로서의 남다른 필력을 가진 ‘천상 글쟁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기에 별점 1점을 차감했다.                     



✅본토론 내용은 너무 방대해서 정리 불가함.        



            

✅오늘 책과 토론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 및 마무리 총평     

그 책이 얼마나 훌륭한 작품인가의 여부와 상관없이 책 내용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깨닫게 되는 것들이 더 많고, 그래서 책에 대한 감상을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은 독서의 뒷마무리로 꼭 필요한 작업인 듯하다. 책모임에 다시 참여하게 되어서 기쁘고, 같은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독서 모임에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게 되면 좋겠다. 오늘 모인 책친구님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내어 주셔서 다양한 생각들을 나눌 수 있었던 덕분에 내 독서감상도 풍부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책모임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땅히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북토크에 참여하게 되어 즐거웠다. 같은 책을 읽고도 생각하는 관점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재발견하게 되기도 해서 책수다 시간이 의미로웠다. 독서토론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것도 모를 정도로 몰입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생각의 차이가 큰 부분도 있었고 동의가 되는 면도 있었던 만큼 사람마다 가치관과 인생 경험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책을 꾸준히 읽기가 혼자는 잘 안되는데 책모임을 통해서 함께읽기를 해나간다면 성실한 독서생활이 가능해질 것이고, 또 북토크로 감상 나누기를 하면 책이 더 깊은 의미로 남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오늘 독서토론 모임을 통해서 잘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책모임에 계속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도 20대의 내 자녀들이 있는 엄마인데, 20대에 이렇게 작품을 완성해 내어 등단한 김초엽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펼쳐나갈 작품 활동이 많이 기대되는 작가이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도 독서모임에 참여해 본 적도 있고 토론모임을 주관해 본 적도 있었는데, 사는 게 바빠서 책을 꾸준히 읽거나 북토크 모임을 해본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나는 워낙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북토크 모임에 참여하게 되어 즐겁다.           


✔문단의 평론가들은 김초엽 작가를 두고 ‘문이과 융합형 인재의 바람직한 표본’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고 하는데, 1993년생인 젊은 작가가 앞으로 펼쳐나갈 활동들에 대해 기대되는 마음이 들 만큼 이번 8월 북토크를 통해 김초엽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8월 북클럽’ 멤버님들은 연령대가 비슷한 동년배의 구성이어서 세대공감이 되기도 해서인지 오늘 책수다 자리가 참 편안하고 즐거웠다.

‘한 달에 겨우 책 한 권을 읽는단 말이냐?’ 싶을 수도 있겠으나 한 달에 한 권씩이라도 꾸준히 읽어나가고 싶다. 혼자 여러 권의 책을 읽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이 다 휘발되어 버릴 때가 많은데, ‘같은 책을 함께읽기’ 하고 ‘책수다’를 통해 각자의 감상과 생각들을 서로 나누는 ‘책수다’ 시간을 갖는다면 그 책이 얼마나 훌륭한 책인가의 여부에 상관없이 참 의미롭게 남는다는 것을 늘 느끼게 된다.

또한 한 달에 한 번 ‘함께읽기’하고 ‘독서토론’을 빙자한 ‘책수다 한판’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행복한 일인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책친구님들과 앞으로도 꾸준히 책모임을 해나갈 수 있게 되었으면 참 좋겠다.                


✅핵심 메시지 또는 한 줄 총평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인생은 유한하니 후회 없이 멋지게 살자.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어야겠다.     

✔나를 특정 지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자아를 찾는 김에 나 자신을 위로해 주자.     

✔우주와 태양계의 수많은 행성이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다.     

✔과학기술의 끊임없는 발전은 희망이자 재앙이다.     

✔가족관계는 숙명이기에 이상적이기가 참 어렵다.     

✔가족은 반송 불가한 우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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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코로나로 멈추었던 오프 북토크 모임을 1년 반 만에 재개하면서 요즘 문단에서 각광을 받고 있거나 근래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고 있는 작품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북토크 할 책을 선정하기 위해 작가님들의 블로그도 들여다보고 도서관 사서 선생님들의 추천도서도 찾아보다가 겹쳐지는 작품들을 발견하기도 했고 서평도 몇 편 읽어보았다. 그러면서 들었던 가장 뚜렷한 생각은 최근 핫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라 있는 젊은 여성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달까지 ‘함께읽기’ 한 책들도 장류진 작가, 최은영 작가 등 1980년대 출생의 젊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었는데, 8월의 책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김초엽 작가는 1990년대생이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2019년 출간 이후 계속해서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라는 유명세는 이미 접한 바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자 하는 욕구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으나, 실제로는 어쩔 수 없이 선호하는 경향성이 편중되게 책을 고르는 패턴이 정해져 있는 탓에, 혼자서는 잘 읽을 기회가 없는 ‘SF장르소설’이라는 특이점에 끌려서 8월의 ‘함께읽기책’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원래는 포스텍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다는 매우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 ‘김초엽’ 작가의 단편소설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그녀의 첫 책이었다. 과학도 답게 전문적이고 특이한 소재를 가져와 써낸 7편의 단편을 묶어 단편소설집으로 출간했는데, 수록된 작품들을 한편씩 읽어 나가면서 그 발상의 신선함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SF 장르소설이라는 선입견에 의해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지 모르나, 호기심과 궁금증으로라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7편의 주옥같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다면 재미있고 유익할 것이므로 각자 사정에 맞게 ‘선택독서’ 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독서토론 시간에는 정해진 시간 안에서 책수다를 좀 더 밀도 있게 나눠보고자,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등 7편의 작품 중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관내분실> 두 편에 집중하여 진행하기로 하였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좀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이주를 결정한 주인공인 과학자 ‘안나’는 자신이 하고 있던 연구를 다 끝내고 뒤따라 가겠노라며 가족들을 먼저 보내고 홀로 남게 된다. 그런데 이후로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갈 수 있는 노선이 폐지되어 버려서 ‘안나’는 가족들에게로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어버린다. 나이를 먹고 늙어서 죽으면 가족을 만날 수 없게 되므로 스스로의 몸을 동결하고 해동하는 세월을 반복하며 가족을 만날 날을 기다리다가 어느덧 170세까지 삶을 이어오게 된다. 몸을 동결하고 다시 해동되어 눈을 떴을 때쯤이면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과학기술이 생기지는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과 희망에 가득 차 있지만, 끝끝내 가족들에게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될 뿐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계속되어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소설의 제목이 암시하듯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발맞추어 인간의 삶이 온전히 따라가며 적응해 갈 수 없다면, 가족이 헤어지게 되고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그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주는 소설이었다. 또한 인간이 살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끊임없이 선택하며 살아가게 되는데, 순간의 선택이 너무도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결과를 감당해 낼 만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반복해서 고민해 보았으나 명쾌한 결론을 얻을 수 없는 딜레마였다.       


<관내분실>에서는 우울증 환자였던 엄마를 아빠는 외면했고, 자식에게 강박증을 가졌던 엄마에게 지쳐버린 딸 또한 엄마를 외면해 버린다. 엄마가 고인이 된 한참 후에 딸 ‘지민’은 임신 8주차의 시점에서 엄마를 떠올리고 ‘마인드 도서관’을 찾아간다. ‘마인드 도서관’은 인간의 삶 전체가 데이터 베이스화 되어 있고 생전 두뇌를 스캐닝해 저장되어 있어서 사후에도 고인을 불러내 소통할 수 있었는데, 엄마의 인덱스가 지워져 버려서 엄마의 데이터는 ‘관내분실’이 되어 버린 상황이라 엄마를 불러내어 만날 수가 없게 된다. 인덱스를 되살려내려면 엄마를 상징할 물건이 필요했기에 아빠를 찾아갔고, 엄마의 데이터가 ‘관내분실’이 되어버린 까닭은 바로 엄마의 유언에 의해 아빠가 엄마의 인덱스를 지웠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빠에게서 엄마가 표지 디자인을 했던 책을 받아와 엄마와의 접속에 성공하게 된 지민은 뒤늦게야 비로소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죽은 사람을 불러내 다시 만나듯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사후 마인드 도서관’이라는 신선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자칫 신파로 흘러갈 뻔한 순간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면서, 부부, 모녀 등의 가족관계와 엄마로서 살아가는 여자의 삶, 사후에 그의 삶을 회고해 볼 수 있게 할 만한 상징적인 그 무엇 등에 관하여 여러모로 생각할 지점이 많았던 소설이었다.     


한편, 단편소설의 한계인가 싶게도 이야기에 몰입하며 재미를 느낄 때쯤이 되면 소설이 끝나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후반부에 살을 붙여서 그 이후를 이어 쓰고 싶어질 만큼 너무 급하게 이야기를 싱겁게 마무리 지어 버린 듯한 느낌도 들었다. 어쩌면 작품을 매개로 독자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자 열린 결말을 추구하고자 했던 작가의 고도로 계산된 의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스토리 전개의 디테일과 구성의 완성도 면에서는 뭔가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았지만, 20대 젊은 작가가 ‘공학도’라는 자신만의 전문성을 문학작품이라는 틀 안으로 끌고 들어와 과학적 상상력과 문학적인 감수성을 잘 버무려 내어서 여러 편의 작품을 시작해 마무리 지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김초엽 작가의 끈기와 성실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초엽’이라는 이름조차도 지극히 작가스럽게 예쁘고 독특한 느낌이었고, 문.이과를 통합하는, 그야말로 융합형 인재라고 칭송받으며 문단에서 촉망받는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김초엽작가’님이 앞으로도 자신만의 독특한 발상으로 좋은 작품들을 많이 써서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 줄 거라는 기대 어린 팬심과 사심이 가득한 관심을 앞으로도 지속하게 될 듯하다.     


‘8월 북클럽’에서는 북토크 멤버님들이 다양한 토론논제들을 발제하여 활기찬 의견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안나’처럼 가족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남겨진 상황과 가족과의 생이별 상황에 대한 생각들, ‘안나’와 같이 자신의 ‘꿈’에 매진해 본 경험, 살면서 시시각각으로 결정해야만 하는 갖가지 ‘선택’에 관한 생각들, 과학기술 진보의 방향성에 관한 의견들, 자신의 유품으로 남길 만한 것들, 임신 기간의 임산부의 상태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 부모와 자식이 인위적으로 관계를 끊을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들, 우울증에 걸린 아내와 무관심으로 방치하는 남편의 이야기, 아기는 꼭 엄마가 키워야만 좋은 것인가에 관한 의견들, 사후에 살아있는 자들이 죽은 자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 등 의미도 있고 현실적이기도 한 수많은 논제들로 2시간의 책수다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활발하고 적극적인 북토크 시간이 되었다.     


우리가 지금 고통스럽게 겪어내고 있는 코로나19시국 속에서 이 비현실적인 세상 속에서도 인간이라는 존재는 절대적인 사랑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불완전한 세상살이 속에서 정신없이 돌아치는 과학기술의 진보가 부메랑이 되어 인간을 위기에 빠뜨릴 때도 많은 불안한 현실일수록 ‘사랑의 가치’를 끊임없이 의심하지 말고 미래에서 너와 내가 더불어 함께 하며 공존공생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하리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다. 앞으로 과학기술의 무지막지한 발달과 함께 현재의 코로나19와 유사하게 이유를 알 수도 없는 갖가지 환란 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힘겹게 살아가야 하게 될지라도 감성과 자신의 고유한 마음을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할 텐데, 나도 알 수 없게 어느 날 갑자기 휘돌아치듯 어떤 예측 못할 경우의 시공간적 환경에 빨려 들어가 버려서, 이 책에 수록된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한 인간으로서 우주 속의 외로운 소수자가 되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게’ 떠돌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생기는 것을 나도 어찌할 수 없었다. 지금도 차고 넘치게  발전할 만큼 발전한 과학이 앞으로 더 진보한다는 것을 별로 원하지 않는 개인적인 마음과 함께 다가오는 미래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책수다 모임은 같은 책을 읽고도 서로 다른 관점에서 여러모로 생각할 수도 있고,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각자의 삶의 궤적이 달랐던 만큼,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 언제나 의미롭다. 8월의 북토크 멤버님들의 특징은 ‘긍정, 공감, 활기, 호의’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할 말이 많아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서로 말도 잘 들어주고 맞장구도 잘 쳐주는 등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가 감도는 ‘8월 책수다 모임’이었다.


‘선택의 결과’라는 논제와 ‘상대에 대한 이해’, ‘가족 간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진솔하고 열린 마음으로 자신만의 직. 간접 경험과 다양한 생각들을 내어놓으셨다. 2시간이라는 북토크 시간을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순삭’하게 만들며 즐거운 책수다를 함께 나눈 8월 책모임의 참 좋은 책친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싶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오늘날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만남도 조심스럽고 자꾸만 고립되어가는 쉽지 않은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오프 책모임에 참여하겠다고 능동적으로 모인 책친구님들의 용기와 성의도 참 대단하다. 난데없는 전염병 시국이 하루빨리 호전되어서 ‘함께읽기’와 ‘책수다 나누기’를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수 있게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무쪼록 책친구님 모두가 심신이 늘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책읽기와 책모임을 함께 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고, 일단 나부터 몸관리 정서관리 잘하며 별일 없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끝으로, 난데없이 쏟아진 폭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대비를 헤치며 비바람을 뚫고 홍대 세미나실로 모여서 허심탄회하고 진솔한 책수다를 나누어 주신 책친구님들께 감사드린다.     

     

      

[의미로운 구절]

p154

호기심이 많은 건 젊음의 상징이니까.     

p161

삶이란 정말 예측할 수 없더군.     

p181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p182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p187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     

p227

아직 인간의 형상은커녕 제대로 된 신경체계조차 구축하지 못한 세포가 어떤 살아 있는 인간보다도 강한 존재감을 지니는 셈이다.     

p229

어쩌면 자신이 건강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줄 준비도 되지 않은 게 아닐까.     

p229

한 번 자각하자 무작위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제어할 수 없었다.     

p229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는 흔히 애증이 얽힌 사이로 표현된다. 딸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삶을 재현하기를 거부하는 딸.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앓는 딸과 딸에 대한 애정을 그릇된 방향으로 표현하는 엄마. 여성으로 사는 삶을 공유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세대를 살아야 하는 모녀 사이에는 다른 관계에는 없는 묘한 감정이 있다. 대개는 그렇다. 한때는, 지민도 엄마와 자신 사이에 그런 애착과 복잡한 감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242~243

서로가 없는 존재인 것처럼, 일찍부터 서로를 체념하고 살았더라면 더 편했을 텐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어버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p244

아무래도 아이가 생기면 가정에 집중해야 하잖아. 그런 걸 다 고려했어. 지민 씨가 일 욕심이 만은 건 알지만, 그래도 나는 엄마가 아이를 직접 키우는 게 아이 정서에 좋다고 생각하거든.      

p255

한 사람의 자아는 끊임없이 변해갑니다. 성장하고, 배우고, 반응하고, 노화하면서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이죠.      

p264

모든 상황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사람을 무너뜨린다.     

p264~265

자신을 고유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남길 수 있었다면. 그러면 그녀는 그 깊은 바닥에서 다시 걸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를 규정할 장소와 이름이 집이라는 울타리 밖에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녀를 붙잡아줄 단 하나의 끈이라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더라면. 그래도 엄마는 분실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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