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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Nov 14. 2021

[책리뷰]-<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삶은 본질적으로 나, 타인, 세계와의 관계를 풀어가는 긴 여정이다.*

[북토크 리뷰]-『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삶은 본질적으로 나, 타인, 세계와의 관계를 풀어가는 긴 여정이다.*          


인간은 타고난 결함을 가지고 있다. 그 인간의 미숙함을 인지하고 극복하는 초인이 되어야 한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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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작가 :  채사장                    

✅출판사 : 웨일북               

✅북토크 일시 : 2021, 11, 13, 토,     

 pm12:30 (브런치 + 독서토론)                 

✅북토크 장소 : 강남 모임처                    

✅준비물 : 마스크 착용 필수, 책, 필기도구, 능동적이고 즐거운 마음                    

✅참여자 : 책친구님 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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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현장 써머리]                   

11월 ‘함께읽기’ 책은 책친구님의 추천 책인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였습니다.

《지대넓얕》, 《시민의 교양》을 통해 최소한의 지적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의 넓고 얕은 지식을 갖춘 교양 있는 시민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젊은 인문학자 ‘채사장’이 삶의 유한함 속에서 산재해 있던 나와 타인, 그리고 세계와의 관계가 어떻게 융합되는가에 대해 고찰한 철학적 수필인 이 책을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별점과 함께 읽은 소감을 나눠봅시다. (1점부터 5점까지 별점을 주세요.)  

        

✅북토크 참여자들이 준 책의 평점과 이유, 그리고 독후 소감(5점 만점)         

4.5

나는 평소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이 동원된 글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자기 개발서 같이 어설픈 훈계나 지적, 개도하는 듯한 의미의 책들을 기피하는 편이었다. 이 책은 자기 개발서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삶에 대해 이런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는 면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간 내가 훈계, 개도에 대한 반감이 있었던 터라 만점에서 0.5점을 차감했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사유가 참 좋았는데, 이토록 생각이 많은 젊은 작가의 깊은 고뇌가 그를 얼마나 힘들게 했을까를 생각하니 안쓰럽고  짠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삶, 죽음, 인생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어 좋았다.

 

✔4.0

이 책의 작가 ‘채사장’의 생각 방식이 딱 내 스타일이라 팬심이 생겼다.

나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에 관심을 두는 인문학, 철학에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철학이나 인문학 책들이 너무 어렵게 쓰여져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런 중에 철학에 가장 보편적이고 현실적으로 쉽게 입문하게 도와준 철학자가 ‘강신주 박사’의 철학서와 강의들이었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철학을 쉽게 풀어주어서 접근하기 좋았으며 이해하기 용이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의 저자 ‘채사장’에게도 참 호감이었는데, 인문학과 철학의 보편화에 기여한 작가라고 생각되었다.

우리의 삶에서 지금까지 나온 이론들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쳐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등장하여 새롭게 깨달아 이해해야 할 지식들이  많지는 않은 현실에서, 내가 현재 알고 있는 지식들을 나 자신이 얼마나 어떻게 설득하고 납득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는 도저히 이해 못할 사람들과 이상한 일들이 난무하는데, 그런 것들을 나 자신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에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총동원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정이 아닌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채사장’의 방식이 설득력 있어 보이고 내 마음에 들었다.

작가가 현재도 너무 훌륭하지만 아직 젊은 철학자이기에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었기에, 이 책에 5.0 만점을 주고 싶은 마음을 작가의 다음 저서를 위해 남겨두고 싶은 심정으로 4.0을 주었다.     


✔4.7

이 책을 빠르게 완독하고 작가에게 너무 반해서 작가의 다른 저서들을 모두 다 주문해 버렸다. 이 책을 추천한 책벗님의 생각이 나와 비슷할 것 같다는 짐작을 했는데, 오늘 책수다를 시작하는 자리에서 평점과 독서 소감을 들어보면서 이 책 추천님의 의견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작가의 생각과 저서의 내용이 현재도 좋지만, 앞으로 계속 성장해 나갈 젊은 작가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와 너와 세계가 궁극적으로는 하나로 연결된다며 삶에 대한 생각의 가닥을 잡는 작가의 방향성이 정말 좋았다. 인간에 대해 바라보는 작가의 기본적인 시선이 참 따뜻하다고 느꼈고, 좋은 인용구들도 많이 발견할 수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고 밖으로 표출하는 방식이 아직은 살짝 어설픈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젊은 작가라서 설익은 면도 있었으나 앞으로 계속해서 성숙해 나갈 작가의 앞날에 기대감을 감출 수 없다.      


✔4,0

나는 평소 어려운 철학서들을 별로 안읽는 편이고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에세이들이 읽기 편해서 자주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쉽게 풀어내 주어서 접근하기가 수월해서 좋았다. 이 책을 통해 철학적 생각들을 고조시킬 수 있었고 삶과 죽음이라는 고차원적인 논제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 읽은 보람이 있었다.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책의 구성이 세분화된 챕터와 테마 형식으로 일목요연하여 책을 어렵지 않게 읽는데 더 큰 도움이 되었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이 책에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끔 이끌어주는 좋은 책이었다.     


✔3.5

나는 채사장의 ‘지대넓얕’ 팟캐스트 초창기 청취자였다. 젊은 인문학도였던 그의 성정과정을 지켜보는 입장에 있었기에 책벗님의 11월 추천으로 올라온 이 책이 많이 반가웠다. 채사장의 토크쇼나 강연에서 얼핏 엿볼 수 있었던 그만의 독특한 가치관과 생각하는 방식이 흥미로우면서도 신박하다고 느끼곤 했었다. 그의 저서 중 내가 접해 본 것은 ‘지대넓얕’ 시리즈 뿐이었고, 엄밀히 말하면 채사장의 저서라 할 수 없고 4인 공동 진행자들의 공동저서라 할 수 있으니, 채사장의 책으로는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이었다.

책을 완독한 소감은 한마디로 애매했다.

삶에 대한 작가의 통찰은 대단하다고 느껴졌는데,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듯도 모를 듯도 한 게 참 난해했다. 철학도로서 사유의 방향과 깊이가 남다른 작가의 독창성은 탁월하여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생각을 반복해야 했고, 특정 종교에 심취한 종교철학자의 느낌도 살짝 느껴져서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다 싶었다.

참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으나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더러 있었고, 뭔가 설익은 듯이 느껴지는 면이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발전한 젊은 작가라는 기대로 이 책에는 노멀한 평점 3.5점을 주었다.         

 

✅본토론 내용은 너무 방대해서 정리 불가함. (논제 요점만 정리함)       

✔기억 속에 각인되어 한 번씩 떠오르는 장면이나 사람, 또는 사건이 있는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사람이든 일이든 ‘표면적인 이미지’와 ‘내면적인 실체’의 괴리감을 겪어본 일이 있는가?

✔살면서 만났던 인연으로 인해 영향을(긍정적, 부정적 영향 모두 포함) 받았거나, 그 인연으로부터 비롯해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던 어떤 일이 있었나

✔모든 인간관계에서 나와 타자가 밀접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해 나가려면 어떠해야 하는가

✔가끔 인생이 몇 년이나 남았을까를 가늠해보는 ‘삶의 현실성’에 대한 생각들

✔‘나’라는 존재가 ‘세계’에 던져져서 인간으로 살아가야 하는 한계에 대한 생각들

✔‘가족사의 대물림’이라는 관점에서의 생각들

✔외부의 세계에 굴하지 않고 내면의 빛을 밝히는 ‘현실 속 순례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들

✔부모님에 대한 어릴 적 기억을 성인이 된 이후에 재평가하게 된 자녀의 마음에 대하여

✔ 직. 간접으로 겪은 ‘죽음’과 그에 대한 생각들

✔‘죽음’에 있어서 ‘연명치료’, ‘안락사’, ‘존엄사’에 대한 견해들

✔‘나이가 들고 늙어가는 것’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

✔‘육체’와 ‘정신’의 연결성에 대한 생각들

✔우리의 삶에서 사람들이 모두 믿는 것들 중 거짓과 진실이 혼재되어 뒤엉켜 버린 것이라 할 수 있는 것들

✔실질적 ‘독서의 적기’는 언제인가         

                 

✅핵심 메시지 또는 한 줄 총평   

✔떠날 때야 비로소 정착하는 것이다.

✔삶은 여행이다.

✔세상은 살만한 곳이다.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부와 명예가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사소한 사람들이다.

✔타인은 지옥이 아니라 사실은 조력자이다.

✔한 발자국 떨어져야 진실을 볼 수 있다.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은 고독하다지만, 자주적으로 살고 싶다.

✔너와 나와 세계는 큰 틀에서는 하나의 우주이다.

✔성숙한 영혼이라면 무너지는 것 안에서 배운다.

✔세상과 타인에 무관하게 살 수는 없지만 휘둘릴 필요는 없다.     

          

✅오늘 책과 토론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 및 마무리 발언      

✔전반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특히 한참 놓고 있었던 고전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년의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삶 속에서 나름대로 했던 선체험을 바탕으로 다시 고전을 읽었을 때, 어린 날에 비해 그 이해도가 얼마나 상승했을지에 대해 측정해 보고 싶다. 언제나 그랬듯 책친구님들과 생각을 나누며 다양하게 배울 수 있어서 고맙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간 살아오면서 철학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었던 것 같다. 사전 지식이 없었던 만큼 좀 더 폭넓게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철학서들을 많이 접하고 싶다. 예전에 나는 채사장의 북토크에도 참여해서 작가와의 만남을 실제로 가졌던 적이 있었고 작가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우리 책모임에서 내가 추천한 채사장의 책을 함께읽기 하고 책수다 나누기를 하게 되어 기뻤다.

    

✔나는 오늘 이 책모임에 처음 참여하게 되었는데, 합류하게 되어 기쁘다. 이전에 책모임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었지만, 이렇게 양질의 북토크는 처음이다. 앞으로도 이 책모임에서 꾸준히 책을 읽고 즐겁고 의미 있는 독서토론을 이어가고 싶다.


✔11월의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삶에 대해 너무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도 생활 속에서 소소하게 체험하고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북토크 모임도 역시 즐거웠고, 다른 책친구님께 많이 배울 수 있어서 함께한 보람을 느낀다.


✔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개인적인 선호와 취향을 타는 편이라 좀 더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하여 책모임 멤버님들이 돌아가며 북토크책을 선정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장르와 색다른 내용들을 담은 책들을 만나게 될 때에는 책벗님들의 책 추천을 받은 의도, 그 이상으로 더 좋았다. 11월 함께읽기와 책수다 나누기 책으로 선택된 책도 책친구님의 추천으로 결정되었는데, 그 책이 내가 익히 잘 알고 있던 ‘지대넓얕 채사장’의 책이어서 반갑고 기뻤다. 생활도 바쁘고 노안도 오고... 여러 가지 이유 아닌 이유로 책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기는 해서, 간혹 전혀 호감이 아닌 책을 정해진 기간 안에 강제로 읽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솔직히 괴롭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지대넓얕’의 초창기 찐팬으로서 손에 잡는 그 순간부터 무조건 호감이었고, 철학적인 책 내용 또한 너무도 내 취향이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고 비교적 빠르게 완독해냈다.

사람은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데 타인으로 인한 힘겨움과 관계의 공포로 점철된 인생이었음을 고백하는 작가의 솔직함에 반했고, 나와 타자와 세계를 큰 틀에서 연결지어 하나로 아우르고자 하는 작가의 철학적 고찰 속에서 인간과 삶의 본질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다시 현실로 들어와 보면, 형이상학적 이야기만 붙들고 살 수는 없는 까닭에 ‘나, 너, 우리, 세계, 삶과 죽음... 본질은 모두 하나이다.’라는 작가의 생각들이 몽상가의 읊조림처럼 아련하게도 느껴져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아무튼 11월 북토크를 통해 돌아치는 듯한 현실 속에서 너무 정신없게만 살지 말고, 이렇듯 인간과 삶과 죽음에 대해서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생각들을 좀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시금 마음을 환기시켜준 좋은 책이었다.

앞으로도 책친구님들이 추천하는 다양한 책들을 계속해서 만나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같은 책을 읽고 북토크를 나누는 시간을 가능한 한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책리뷰]   

나는 한때 그 유명했던 진보 정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비롯하여 초창기 팟캐스트들을 즐겨 듣던 독립방송 마니아였다. <지대넓얕>은 그 시절 내가 만났던 팻캐스트 프로들 중 대표적인 것이었는데, 네 명의 젊은이들이 허물없이 나누는 지적인 수다의 매력에 푹 빠져들곤 했었다. <지대넓얕>의 최초 기획자이자 리더 격인 인물이 바로 ‘채사장’이었는데, 그는 ‘자본주의와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다소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는 진행으로 흥미진진하면서도 편안하고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어 주었다.

우리 독서토론 모임의 책친구님이 11월의 ‘함께읽기책’으로 추천한 책이 바로 ‘채사장’의 저서인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여서 반가운 마음이 훅 올라왔다. 작가 ‘채사장’이 이 책에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지대넓얕> 시리즈는 이미  읽어보았으나 그 외 ‘채사장’의 책을 접한 것은 전무했기 때문에 뜻하지도 않게 독서모임의 ‘함께읽기책’으로 이렇게 만나게 되니 기뻤다.

작가가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는 사전 지식이 있었기에 갖게 된 약간의 선입견일지도 모르겠는데, 방송 중 나온 그의 발언이나 저서의 내용들에 기반하여 추측해 보자면,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인간의 삶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을 습관적으로 달고 사는 그런 아이였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다소 독특한 자신만의 사유 속에 갇혀서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도 있었던 듯한데, 그에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깊이 있는 통찰이 가능했을 것으로 짐작해 본다. 그저 생각 속에 머물지 않고 그 통찰을 뜻있는 친구들과 함께 교류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그것을 음원으로 만들어 팟캐스트라는 매체를 활용해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는 시도를 하였고, 자신만의 개성 있는 언어로 저서를 집필하게 되기까지 그의 발전과정을 지켜보았던 초창기 청취자로서는 매우 뜻깊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와 세계에 대해 근원적인 의구심을 갖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삶은 무엇인가?’

‘내가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죽음에 대하여...’

하는 밑도 끝도 없는 질문들을 자문자답하며 그 해답이 무엇인지? 정답이 있기는 한 것인지? 참진리를 찾아 헤매이다가 삶을 마감하게 되는 게 인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고 삶을 마무리하게 되기까지 인생의 전 과정을 생각해보면 어느 하나 신비롭지 않은 것이 없다. 인간은 세포의 화학적 결합에 의해 융합과 분열을 계속하는 유기체인 동시에 ‘육체’라는 유기물 속에 ‘영혼’이라는 신비로운 무언가를 탑재하고 있다. 그렇게 신체는 탄생하고 자라나고 쇠락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거치는 한편으로, 영혼 또한 끝없이 변화해 간다. 어찌 보면 그 모든 과정들은 의문 투성이이기도 하면서 신비롭기까지 한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는 이러한 영육의 절묘한 결합으로 존재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자기 물음과 자아성찰의 과정을, 작가 개인이 그의 삶을 통해 깨달았던 통찰에 대입시켜서 잘 풀어낸 이야기였다.

책의 제목에도 ‘만난다’라는 어휘가 들어가는 것이, 한 인간이 삶의 전 과정을 거치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가지 사람들과 사건들의 무궁무진함에 대한 작가의 다양한 사유들을 바탕에 깔고 책을 집필한 듯하다. 우선 자기 자신과 진실하게 마주 대하며 자기 존재의 이유와 진실을 직면하는 순간이 선행되어야만 타인, 세계와의 만남이 순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작가는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하게 된다. 나 자신과의 만남, 부모/형제와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 연인과의 만남, 세계와의 만남, 우주와의 만남, 삶과 죽음에의 만남 등등  이 모든 만남들이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삶을 총체적으로 구성하는 유기적 결합의 결과인 것이리라. 결국은 한 곳에서 모두 함께 결합하는 전체의 만남으로 귀결되는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우주 안에서 독립적이거나 고독하거나 하는 삶을 선택하게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타인이라는 다양한 우주와 만나 결합하여 좀 더 커다란 우주로 새롭게 거듭나기도 한다는 것의 차이는 있겠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는 결국은 자기 자신으로 다시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므로, 한 인간이 전 우주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 작가의 논리라고 파악되었다. 얼핏 들으면 이 무슨 괴변인가 싶게 지식인의 말장난이나 어설픈 철학자의 난해하고 작위적인 가설 같기도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볼수록 이해가 되고 공감 가는 면이 생기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어왔던 많은 경험들을 되돌아보아도 일이든 인연이든 우리 삶 속의 모든 것들이 시작과 끝이 있었고 그것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절묘하게 맞닿아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기도 한다. 또한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은 삶의 희로애락들이 세상 속에서 만나는 타인들과 사건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보다도 결국은 그 타인과 그 일들에 대한 나 자신의 판단과 결정, 그리고 나의 실천적 행위에 의해 결정되고 향방이 정해졌다는 것을 나도 삶 전반을 통해 뒤늦게야 알게 된 바가 있었으니,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아우르는 작가의 통찰에 공감하게 되었다.     


광활한 태양계 안의 하나의 작은 행성일 뿐인 지구, 그리고 그 지구 안에서도 아시아 대륙의 지극히 자그마하게 위치한 대한민국 땅, 한반도의 남한에서 존재하는 아주 작은 나!

그것은 전우주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티끌만큼 작은 존재이기도 하다. 우주 안에서 결합과 분열을 반복하는 나와 너는 결국 서로의 일부이며 근원적으로는 하나로 만난다는 작가의 논리가 처음에는 갸우뚱하며 이게 도대체 뭔 말인가 싶다가도 곱씹어 볼수록 차차 수긍이 되었다. 왜냐하면 인간과 인간의 삶은 복잡다단하면서도 근본적인 논리구조는 사실 단순하기 짝이 없으며,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비극들이 한 발자국만 떨어져서 관조하듯 바라다보면 그런 코미디와 희극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각자가 걸어온 삶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세상의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극과 극, 끝과 끝이 맞닿아 있고 결국은 한 곳에서 만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이렇듯 인간과 삶의 관계에 대한 전체적인 메커니즘을 기본적으로 이해할 때 우리는 나와 너와 세계, 그리고 우리와 삶과 죽음에 대해 근원적인 실체에 대해 탐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되므로 삶의 희로애락에 대해 일희일비 하기보다는 조금은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완독하며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이르고 보니 인생이 내 뜻대로 흘러오지 않았고, 나름대로 힘든 일들을 겪어냈다는 것을 문득 인식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간 내가 걸어온 개인적인 삶에 대한 여러가지 소회가 치고 올라올 때에는 못다한 것들과 놓친 여러가지에 대한 후회와 안타까운 마음이 들다가도,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고 나름대로 수고 많았다며 나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해 주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듯 뒤엉키기도 했다. 그리고 나를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과 현재 나와 맞닿아 있는 인연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책친구님들과 이 책을 ‘함께읽기’하고 북토크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가장 큰 화두는 ‘관계’였을 만큼 사람은 누구나 나 아닌 타인으로 인해 역동을 겪게 될 때가 많은 것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리라.     


이 책을 통해 얻은 나의 결론은 ‘나는 네가 될 수 없고 너는 내가 될 수 없다’라는 진실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에게 온전히 닿지 못하는 답답함과 슬픔을 숙명처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을 듯하다. 언어와 몸짓, 눈빛 등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소통’이라는 것을 늘 시도하며 살지만, 미묘한 감정과 생각의 차이로 인해 서로에게 완전히 이해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기만큼 어렵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인가 보다. 어느날 불현듯 짙은 고독과 죽을 것 같은 외로움에 빠져 버리면 차리리 그만 살고 콱 죽어버릴까 하는 몹쓸 생각들이 순간 스치고 지나가기도 한다. 물론 내 인생은 한결같이 늘 푸르르기만 했다는 일부의 사람들도 개중에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인간은 누구나 자기 몫의 고난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연민으로 좀 더 양질의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은 가치로운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사람 중에 ‘만남’을 갖게 되는 타인의 존재가 신기하고, 또 그들 중 좀 더 특별한 ‘인연’으로 발전하게 되는 ‘관계’는 생각해 볼수록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와 너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아닌 것이고, 나라는 세계와 너라는 세계가 만나서 전우주적인 충돌과 융합을 통하여 하나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니 이 얼마나 신비롭고 놀라운 일인가를 이 책을 통해 상기하게 되었다.     


말이 그렇듯 글 또한 곧 그 자신일 수밖에 없기에 어떤 작가이든 집필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된다. 이 책에도 ‘채사장’ 본인 삶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가미한 철학적 에세이라서 작가와 한층 더 친해진 느낌이 들어 더 좋았다. 하지만 채사장이 불교에 홀릭한 사람인지는 잘 몰라도, 마치 스님의 설법에서나 나올듯한 윤회나 인연설, 공사상 같은, 이게 도대체 뭔 소린가 싶어서 한참을 곱씹어 보며 골똘히 생각해야 겨우 뭔가 실마리가 잡힐 듯 말 듯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 책은 호불호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야 뭐 초창기 채사장의 푸른 청춘기의 궤적을 알고 있기에 다소 엉뚱한 작가의 성향을 느끼며 살짝 미소 짓기도 했지만, 논리적인 성향의 누군가에게는 이거 뭐 종교철학 이야기냐, 젊은 철학자의 개똥철학이냐, 헷갈리는 형이상학적 성토냐 하며 투덜거릴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하며 피식 웃음도 나왔다.     


그간 여타의 철학책들을 한 번씩 접할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이 책처럼 친근감에 근거하여 가볍게 잡았다가, 읽는 과정에서 잠시 잠깐 멍하게 곱씹어 보다가, 서서히 이해가 되며 어떤 깨달음이 드는 책은 오랜만에 읽게 된 것 같다. 책친구님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이런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기에 책벗의 추천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책모임이 늘 의미롭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매번 책친구님들이 추천해 주시는 독특한 책들을 만날 때마다 작은 기쁨을 느끼게 되는데, 이 책을 11월 책모임에 추천해 준 책친구님께 감사드린다.

끝으로 나와 타자, 그리고 이 세계와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번민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 한 번 읽어보시고 잠시라도 큰 틀에서의 상호 이해와 득도의 세계(?)에 빠져보시라고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의미로운 구절]                   

p43

인생이 생각보다 살아가기 어려운 것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테다.    

 

p49

무엇인가를 아끼고 지키고 숨기는 사람과는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   

  

p77

우리의 삶은 충동적으로 내던질 수 있을 만큼 그렇게 가볍지 않다.    

 

p95

집착 때문이다. 나의 신체와 내가 가진 것에 마음이 쏠려 한시도 잊지 못하고 매달리기 때문이다. 나의 몸과 나에게 연결된 것들은 너무나 소중하고 유일한 것이라서 그것이 어찌 될까 봐 조마조마해 하고, 움켜쥐려 하고 끝내 감싸 안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통이 된다. 살아간다는 것이 생각보다 버거운 이유, 내 삶이라는 게 남의 삶보다 고된 이유, 내가 손에 쥔 것이란 남이 가진 것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이유, 나의 삶은 이상하게 번잡하고 고통스러웠던 모든 이유는 그래서였던 것이다.     


p107

나는 어릴 적, 커서 결혼하지 않으려고 다짐했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말 때문이었다. 새끼는 지 애비를 그대로 닮는다는. 손찌검을 보고 자란 아이는 커서 손찌검을 한다는 어머니의 말에 나는 불안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손찌검을 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어머니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새끼는 지 애비를 그대로 닮는다. 나는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 앞에서 떠날 것이라고 떠들고 다닌다. 언젠가 티벳에 가겠다고. 그것을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 주어진 의무 같다며, 그들에게 내 안의 불안을 옮겨 붙인다.     


p112

나는 도시 속의 순례자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게 되었다. 회사 안에서, 상점에서,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겉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자신의 삶을 순례하고 있는 사람들을 알아보게 되었다. 현실과 일상의 고통을 인내하며 자기 안의 숨겨진 내면의 빛을 키워나가는 사람들. 그들이 현실을 걷는 건 한 발 한 발이 오체투지의 눈부신 절정이었다.     


p118

성숙한 영혼이라면, 더 많은 것을 배우고자 하는 용기 있는 영혼이라면 그는 무너지는 것 안에서 배우려고 할 것이다.     


p124

죽음이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하나의 사고이고 돌발이며 일탈인 것이다.    

 

p128

나이가 든다는 건 다행이다. 어린 날의 들뜸과 격정은 가라앉고, 섬세함은 무뎌지고, 무거움은 가벼워진다. 죄책감은 줄어가고, 헛된 희망은 사라지고, 안타까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p136

통증은 자아와 신체가 관계 맺고 있는 방식이고, 동시에 자아와 신체는 통증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나는 통증을 통해 비로소 내 신체의 내면을 보고, 신체는 통증을 통해 내면을 보는 나를 본다.     


p149~150

거짓 안에 진리가 섞여 있을 경우, 혹은 진리 안에 거짓이 섞여 있을 경우 우리는 그것을 쉽게 제거하지 못한다. 그래서 의심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믿고 있다 하더라도, 너무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의 크기가 너무나 압도적이라 하더라도. 당신이 심리적 위안보다 진실의 이면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의심해봐야 한다.     


p189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은 고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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