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 Jan 09. 2022

[책리뷰]-<시선으로부터,>

*시대 너머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진보적인 미래의 토대가 된다.*

[북토크 리뷰]-『시선으로부터,』               

*시대 너머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진보적인 미래의 토대가 된다.*      


제 갈 길을 아는 사람에게 세상은 길을 비켜준다.

 -챨스 킹슬리


—————————————————                    

✅책  : [시선으로부터,]                         

✅작가 :  정세랑                         

✅출판사 : 문학동네      

✅북토크 일시 : 2022, 1, 8, 토     

✅북토크 장소 : 강남 모임처                         

✅준비물 : 마스크 착용 필수, 책, 필기도구, 능동적이고 즐거운 마음                         

✅참여자 : 책친구님들    

—————————————————                         

[북토크 현장 써머리]      

어느덧 아듀2021을 하고, 2022년로 넘어가 새해 첫 북토크 모임을 가지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2022년 1월 ‘함께읽기책’은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였습니다.

출판계에서 2020년 많은 시선을 모았던 이 장편소설의 저자인 정세랑 작가는 이 책을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라고 정의 내리며, ‘혹독한 지난 세기를 누볐던 여성 예술가가 죽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일가를 이뤘다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고 싶었고, 또 예술계 내 권력의 작동방식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고 소개한 이 책을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별점과 함께 읽은 소감을 나눠봅시다. (1점부터 5점까지 별점을 주세요.)    

      

✅북토크 참여자들이 준 책의 평점과 이유, 그리고 독후 소감(5점 만점)                        

✔4.8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읽지는 않았을 법한 책을 책모임의 함께읽기책 추천으로 인해 이 책을 만나게 된 것 같아 고마웠다. 한 인간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는데, 가령 유전자라든가 하는, 선대로부터 후대로 이어지는 필연적인 요소들을 부정할 수 없음을 생각해보게 되었고, 부모가 자식의 인성이 형성되는데 있어서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고 분명 잘 쓰여진 훌륭한 소설인 것은 분명하나, 모든 사건이 작가의 치밀한 설계에 의해 다소 작위적으로 배치되고 억지스럽게 삽입된 듯한 인위적인 느낌도 살짝 들었다. 작가가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다루려는 욕심이 앞서서 사건마다 의미 있는 사회적 이슈들을 쫀쫀하게 끼워 넣으려다 보니 전체 스토리가 좀 구태의연해진 것 같아서 작가의 욕심이 좀 과했다는 생각에 만점을 줄 수는 없어서 0.2점이나마 차감했다.     


✔4.0

나는 개인적으로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설이란 말 그대로 픽션이기 때문에 상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맘대로 꾸며내는 것이니, 진실성이라는 면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 면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소설가들의 정말 좋은 작품은 소설과 소설가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런 작가 중 한 사람인 김애란 작가였는데 이후 내가 제대로 꽂힌 작가가 바로 이 소설의 저자인 정세랑 작가이다.

이 소설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얼핏 보면 그 인물들마다 각기 다른 각각의 이야기들을 내어놓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전체적으로 큰 틀에서 보면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결국은 한사람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라, 어떤 면에서는 좀 뻔한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켜 의미 있는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놓고 건드리다 말 바에야, 차라리 각각의 인물들에 집중하여 확장 시킨 대하소설을 쓰지 그랬냐 싶게 좀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누구나 자기가 아는 만큼 세상을 볼 수밖에 없는데, 작가 또한 자기 삶의 경험치 안에서 본인의 시선으로 본 세상사들을 소설에 녹여낼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젊은 작가의 한계 내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라 중년의 내가 보기에는 다소 얕게 느껴지지고 아쉬움도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싶었다. 옛날 작가들에 비해 현대작가들은 깊이에 있어서는 좀 더 가벼워진 면이 없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인데, 그 또한 현대작가들이 지닌 한계인 듯하다. 아무튼 참 좋은 소설을 읽게 되어 즐거웠다.  

     

✔4.0

현대 젊은 작가들이 과거의 작가들에 비해 좀 진지함과 무게감이 줄고 다소 가벼워진 느낌을 받는다는 책친구님의 앞선 의견에 나 또한 같은 생각을 갖고 있으며 동조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84년생인 젊은 작가가 이 정도로 긴 호흡의 소설을 완성도 있게 써낸 필력에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현재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앞으로 탄생할 다음 작품들이 더더 기대되는 작가였다. 이 소설에는 등장인물들이 참 많았는데, 그래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야기를 하다 말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예를 들면 ‘안나까레니나’같은 고전들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이가 이 소설에서는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데, 차라리 몇 권의 장편으로 구성하여 인물 하나하나의 사연에 좀 더 자세하고 깊게 들어갔더라면 더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젊은 여성 작가라서 그런지 여자 심리 위주의 표현은 잘한 것 같으나, 남성의 심리는 거의 다루지 못한 한계도 느껴졌는데, 이래서 일각에서는 페미니즘 소설로 분류하기도 하는가보다 싶었다. 고전문학을 많이 읽은 나로서는 이 소설이 다소 가볍게 느껴졌고 약간은 습작 같다는 느낌도 들어서 아쉬웠다. 그러나 작가가 좀 더 나이를 먹어 세상의 경험치가 쌓이고 역량이 더 생기면 훨씬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는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되고, 그래서 작가의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된다.  

   

✔4.5

이야기를 하기는 하는데 본론에 들어가다가 만 느낌도 들었고, 작가의 소설창작 기법이 매우 감각적이고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만 다소 깊이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단락단락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지는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고, 책을 읽다가 뭔가 경종을 울려 사색에 빠지게 만들기도 해서 작가가 생각을 참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군데군데 짚어봐야 할 포인트들이 있어서 고민해볼 지점들이 많았던 좋은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찾아 읽지는 않았을 듯한 이 책을 책모임을 통해 알게 되고 읽게 되어서 나에게는 참 좋은 기회가 되었다.    

 

✔4.5

나는 현재에 핫한 책들보다도 출간된 지 몇 해 지나면서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책들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은 편이다. 이 책 또한 그런 책 중의 하나로 2020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로 현재 30쇄를 향해 달려가며 많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나는 이 책을 예전에 대충 훑어보듯 한번 읽었던 적이 있었고, 이번에는 북토크 모임을 위해 꼼꼼하게 읽었는데, 꽤 높은 평점인 4.5를 기본으로 줄 만한 작품이었다.

등장인물들이 다소 많은 편이라 책을 읽는 도중에 책 첫페이지에 작가가 친절하게 첨부해 놓은 ‘심시선 가계도’를 왔다 갔다 들춰가며 인물 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서사에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정세랑 작가가 스토리의 구성력과 전개 방식이 참 독특하면서도 광범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젊은 작가의 훌륭한 필력에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다수의 등장인물 만큼이나 우리 역사의 과정과 현실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너무 많은 담론들을 한꺼번에 다 다루고 싶은 욕심이 과해서 다소 산만하고 복잡한 소설로 독자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면이 없지 않았기에 만점을 줄 수는 없어서 –0.5점을 차감하였다.     


✅본토론 내용은 너무 방대해서 정리 불가함. (논제 요점만 정리함)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제사 문화와 그 변화에 대한 생각들.

✔결혼과 배우자를 선택할 때 필수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독서의 효용’에 관한 생각들.

✔20세기 여자들이 ‘교육의 기회’를 원하여 떠났던 수많은 길들에서 겪어야 했던 행운과 불운에 대한 이야기들.

✔‘질투’의 폐해, 또는 ‘질투’의 순기능, 역기능에 대해 ‘일반인’ 또는 ‘문화 예술인’라는 입장에의 유사점과 차이점.

✔‘경력 단절녀’와 ‘여성의 결혼과 출산, 이후의 복직’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

✔‘고령화 사회’에서 ‘원로 지식인의 활동’과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생각들.

✔노력으로도 도저히 극복할 수 없다고 느낀 본인의 태생적인 한계, 그리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을 느껴본 경험들과 그것을 인정하며 받아들이거나,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였거나, 안타깝고 괴로운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어서 괴로웠거나 했던 다양한 경험들.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직.간접 경험이나 알고 있는 지식과 생각들.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생각들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에 대한 의견들.

✔내가 부모로부터 받은 양육이나 교육, 혹은 내 자녀를 키우며 가졌던 나의 생각과 경험들.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대단한 재능인 것 같다.’에 대한 의견들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생각들


✅핵심 메시지 또는 한 줄 총평        

✔후대에 대한 나의 영향력이 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의 유전자와 내 삶이 후손들에게 끼칠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면 두렵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해 주고 싶었던 거야. 그 사람이 죽고 없어도.

✔용기는 절실함에서 나온다.

✔자기결정권을 끝까지 잃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다 간 심시선 할머니가 참 좋다.

✔나도 심시선처럼!(선한 여향력을 끼치는 사람이고 싶다.)

✔언제나 말줄임표보다는 필요할 땐 표현하는 사람으로 거듭나 보자.

✔시대 너머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진보적인 미래의 토대가 된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삶에 능동적인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

✔피 속에 흐르는 뿌리에 대한 자부심은 삶의 동력이 된다.

✔개선하고 발전하려면 아집에 가까운 고집이 필요하다.

✔어울리고 맞는 시대에 태어나는 것도 운일까?


✅오늘 책과 토론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 및 마무리 발언           

✔ 스스로 찾아 읽지는 않았을 책인데 책모임 덕에 이 책을 만났고, 북토크를 위해서라도 자세히 읽게 되어 감사한 일이었다. 책도 참 좋았고 오늘 북토크도 의미있고 즐거웠다.     


✔책모임에 오랜만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북토크에 참여하기 위해서 반강제적으로나마 앞으로 책을 꾸준히 읽게 되어 좋다. 이번 북토크에서 읽게 된 책은 참신하고 새로웠는데, 이런 독특한 작품을 쓰게 된 정세랑 작가의 삶이 궁금해져서 작가의 또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역사, 특히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는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6.25전쟁과 분단을 겪는 과정에서 일어난 수많은 일들을 모티브로 한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들에  흥미롭게 빠져들었던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그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게 되었고, 질곡의 시대를 살아가며 온갖 고난을 겪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의 삶에 대해서 몰입하게 되기도 했었다. 이 책은 20세기에서 21세기를 관통하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참 많은 이야깃거리들을 전개해 나갔고, 그런만큼 대화를 나눌 부분이 너무 많아서 2022년 새해 첫 모임인 1월 북토크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재미있었다. 늘 함께 하던 기존 책친구님들도, 또 다시 돌아와 합류하신 신입인 듯 아닌듯한 책친구님도 모두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코로나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그 끝을 알수 없고, 오프모임에 대한 제약이 많다 보니 여러가지로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이 있고 줌 화상으로도 만나 미팅을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달에 한번이나마 오프에서 만나 책모임을 갖는 것조차 어려워진다면 좀 슬퍼질 것 같다. 아무쪼록 각자 개인방역에 신경 쓰면서 할 수 있는 한 계속 책모임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시선으로부터, 책리뷰]   

이 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 먼저 [시선으로부터,] 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 말미에 쉼표가 찍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작가가 제목 끝에 왜 쉼표를 찍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작가가 숨겨 놓은 의미심장한 의도를 찾아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책을 완독하고 나서는 삶의 시련에 절망하며 마침표를 찍지 말고, 힘들땐 한 호흡 쉬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라는 의미를 쉼표에 함축적으로 싣고 싶었을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또한 작가가 제목의 끝에 쉼표를 찍은 것은 뭔가 단편적이지 않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기 위해 심호흡이 필요했음에서 비롯되었을 듯한 생각도 들었다. 즉, 이 소설은 ‘심시선’이라는 주인공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방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녀로부터 뻗어 나온 자손들의 이야기들인 동시에, 과거에나 지금이나 여전히 세상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현실 인식과 사회 고발적 의미를 동시에 상징하는 중의적인 제목이었다는 것을 완독 시점에서는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며 첫 페이지를 넘겼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심시선 가계도’였다.

책의 첫 장에 ‘심시선 가계도’를 첨부해 놓은 것이 작가의 의중이었을지, 아니면 출판사 편집자의 아이디어였을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총원이 워낙 많았기에 읽는 도중 중간중간 가계도가 있는 첫 페이지로 회귀하여 인물 간의 관계를 이해해 가며 책을 읽어 나갔다. 그러니 스토리 전개 과정이 더 잘 연결되고 인물에 대한 이해도 한층 높아졌던 것을 보면 이 가계도를 맨 앞에 배치한 것은 분명 성공적인 편집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세랑 작가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참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작가이며,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과 각양각색의 인물들을 다각도로 입체화시켜 볼 수 있는 넓은 시각을 갖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목소리를 드릴께요’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에는 작품 속 디스토피아적인 배경 설정과 스토리 전개를 보면서 어떻게 이런 기발한 발상을 하여 그토록 독특한 이야기로 소설을 구조화 시켰을까 싶은 것이, 정세랑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던 기억이 남아있다.


장편 ‘시선으로부터’ 또한 작가가 평소 세상의 온갖 삼라만상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서 깊게 사유하는 사람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등장인물의 숫자가 참 많은 것이 하나의 특징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라 할 만한 특정 인물이 소설의 중심 서사를 끌고 가고 있지 않았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각자의 독보적인 개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산만하지는 않다. 오히려 하나의 큰 주제 하에 여러 편의 이야기들이 전개되는 옴니버스 형식과 같이, 각 캐릭터들의 각기 다른 사연을 담은 스토리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소설 전체의 튼튼한 구조를 만들어냈다. 작가가 소설구조를 설계하는 기본기가 탄탄하고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펼쳐내는 필력이 잘 갖추어진 작가라고 느껴져서 존경과 부러움의 마음이 동시에 일어났다.     


이 소설이 젊은 여성 작가가 ‘심시선’이라는 주인공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풀어나간 이야기라고 하여 페미니즘 문학으로 회자되기도 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얼핏 ‘여성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 사회로부터 남성에 비해 차별받고 여러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현실 상황이 분명 존재하였고, 그런 불평등하고 모순된 구조 속에서 똑똑하고 의식 있는 여성이 자신의 꿈과 이상을 어떤 식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느냐를 고민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의 굴레를 덧씌워 말하기 좋은 조건의 스토리이이긴 했다. 그러나 그건 좀 지엽적인 관점인듯 하고, 인간의 삶과 사회구조의 모순이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주제 의식을 갖고서 세밀하게 바라볼 줄 아는 젊은 작가의 혜안이 섬세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인간과 삶의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는 소설이므로 문학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여성과 가족, 혐오와 차별, 예술, 생태 등 다양한 사회현상에 대한 논제를 던져주는 의식 있는 이야기라는 평가를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듯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으니 초판 이후 현재까지 30쇄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만큼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겠구나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심시선’여사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격변의 세월을 관통해 온 역사적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나라의 격동기를 살아낸 인물이었다. 꽃다운 청춘기의 심시선은 6.25 전쟁 통에 남한으로 피난을 내려왔으며 가족의 학살 소식을 들었고, 당시 새로운 삶을 찾아 희망의 땅으로 알고 떠났던 수많은 하와이 이주 노동자들에게 성행했었던 ‘사진신부’를 매개로 낯선 땅 하와이로 떠나게 되었다. 막상 하와이에 도착해서는 병약해진 결혼상대자의 죽음으로 결혼하지 않았고 세탁소 등에서 고된 막노동을 하며 생활해 나가다가 도로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유명화가 마티아스를 따라 독일로 이주하게 된다. 총명하며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심시선을 알아본 그 화가가 공부도 시켜주며 교육과 발전의 기회를 주겠노라는 달콤한 제안을 하니 따라나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실성을 알 수 없었던 그는 심시선에게 노동을 비롯한 온갖 착취, 성차별, 인종차별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가학적인 일을 자행했으나, 그런 가운데서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몸을 낮추고 숨을 죽이는 가운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면서 학업과 그림을 지속하여 일정한 성취를 이루어 낸 심시선의 의지력과 영민함이 대단했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이후로 독일인 전시기획자와 결혼을 하여 아이 셋을 낳았으나 그 결혼도 지속되지는 못했고 한국인 남자와 또다시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심시선의 마지막 결혼이 된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미술작업은 독일에서의 고통스러웠던 나날들을 묻어버리고 싶었던 듯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더 이상 지속하지 않게 되었으며 문학으로 전향하여 글을 쓰는 일에 매진하며 강연도 수차례 하게 되는데, 한국사회의 보수성으로 인해 그녀의 범상치 않은 삶의 이력이 곱게만 비춰지지 않는다. 삶 자체가 주체적이었던 그녀는 어디 가서 무슨 말을 하든지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고 거침없이 말하게 되는데, 그런 모습이 자기 의견을 너무 강하게 내세우며 나대고 시끄러운 여자 쯤으로 치부되기도 하고 목소리를 너무 낸다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하는게 어쩔 수 없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었던 것이다. 특히 한 TV토론에 나와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제사 문화의 모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듯한 어조의 의견을 말하게 되는데, 의미는 온데간데 없고 형식만 강조된 제사문화의 무의미성을 이야기함으로써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흔들어 놓게 된다. 어머니 심시선의 파격적인 행보는 수없이 많았지만, 특히 제사에 관한 어머니의 이런 생각을 강렬하게 기억하게 된 탓이었는지, 심시선 사후에 그 후손들이 어머니의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그러다가 10주기가 되는 시점에서 심시선으로부터 뻗어나온 자손들, 즉 그녀의 딸들과 아들, 그리고 사위와 손주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서, 각자가 심시선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유형, 무형의 어떤 것들을 가져와 가족들과 공유하면서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훌륭하게 살아냈던 고인을 기리는 특별한 시간을 공유하기로 한다. 그렇게 하여 여러 음식을 차려 놓고 절을 하는 기존의 형식적인 제사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는 기일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떠난 하와이 여행이 이 소설의 바탕이 되었다.       


심시선은 두 번 결혼했고 배다른 자식을 포함해 네 명의 자녀를 두게 되었다. 또 그 자식들이 결혼해 얻게 된 다섯 명의 손주들까지 하여 일명 ‘심시선 일가’를 이루고 세상을 떠났다. 매우 가부장적이고 남성 위주의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보수성이 강한 한국 사회의 풍토 속에서 어쩌면 모계 사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어머니 심시선을 중심에 놓고 그녀로부터 뻗어 나온 일가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가의 관점이 상당히 진보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설정이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게다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성을 보자면 심시선을 비롯해 딸들로 대표될 수 있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독립적이고 자신만의 개성이 강한데 반해, 아버지와 아들, 사위에 이르기까지 남자들은 물렁하고 우유부단하고 존재감이 미약하며 쉬운 사람들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 살짝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어쩌면 그간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억눌리고 핍박받으며 차별을 받아온 여성들의 한을 통쾌하게 날려주고 싶기라도 한 듯, 작가가 형평성을 잃었던 건 아닐까 싶을 만큼 뭔가 등장인물들 간의 균형은 맞춰지지 않고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어서 조금은 비현실적이기도 하면서도 내심 통쾌한 해방감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비약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언급하고 토론하며 변화를 꿰할 가능성이 희박해 질만큼 우리 사회에 오랜 세월 쌓여온 남성위주의 고정관점들이 견고함을 드러내는 방증이기도 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이 소설의 이야기들은 ‘시선으로부터’ 뻗어나온 줄기들에 주렁주렁 달려  영글어갔다. 그러나 시선의 자손들을 통하여 작가가 하고자 했던 말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는 갖가지 차별과 폭력, 무분별한 묻지마 범죄와 테러, 진실의 왜곡, 집단따돌림, 갑과 을의 관계, 숨막히는 기업문화,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어리둥절 이상한 언론, 환경문제 등등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문제들을 하나의 소설에 다 집어넣을 수 있었을까 신기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병폐를 논할때 나올 수 있는 논제들을 다 끌어다 놓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대단한 작가라고 엄지척을 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인 가운데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다 다루려는 작가의 욕심이 지나쳐서 자칫 산만해지기도 하고 어떤 문제에 집중해서 깊게 파고 들어갈 수 없이 수박겉핥기 식으로 스치듯 해버릴 여지도 있다는 안타까움도 살짝 들었다. 그러나 작가가 다루고 싶었던 우리 사회의 병폐와 각종 문제점들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이어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니만큼 어느 하나도 소홀히 간과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를 생각하면 늘 슬픈 감정이 올라온다. 특히 우리의 근현대사는 참 힘든 격동기였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의 떠올리면 마치 내가 그 시절 속에 함께 서 있는 것과 같은 아픔이 느껴진다. 역경의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 특히 여자들, 더더욱이 예술가들! 그들의 삶을 생각하면 차라리 울고 싶어진다는 작가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 어려운 시절에 태어난 여자 예술가들이 그 여리고 예민한 감수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제대로 발현할 기회조차 얻기 힘든 상황에서 자신의 고유성을 지켜낼 수 없었을 모진 삶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살아내야만 했을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여자로 태어나 누군가의 딸로, 아내로, 엄마로, 할머니로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하고 일정한 성취를 맛보며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하느라 자신의 고유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일이 가장 슬픈 일인 것 같다.

이 땅의 많은 여성들에게 자신을 지나치게 희생시키면서 자기만의 특성과 개성을 잃어버리지 말고 세상의 풍파에 결코 굴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지켜내라고, 그리고 모순된 세상에 용감하게 맞서서 한 발자욱씩 앞으로 나아가라고 작가가 응원의 메시지를 이 소설을  통해 보내주고 있는 듯했다.          


한편 빠른 시간 안에 사회, 경제, 문화, 예술 분야를 총망라하여 모든 것들이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 낸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면 그저 대단하고, 내가 현재 누리고 사는 많은 것들에 대해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사실 큰 틀에서 생각해보면 현재 우리 사회가 본질적으로는 그 옛날에 비해 그다지 많이 진보한 것도 없다는 냉철한 생각도 든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차별과 억압은 만연해 있고, 기회는 균등하지 않다.

혼자 어디 산골에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 수도 없고,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이상 사회구성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나가야 하는게 가장 중요하지만, 너무 기계적으로 역할에만 충실하면 한 인간의 고유성이 없어지면서 사람이 도구화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기적으로 자신만을 생각하고 살아가게 되면 여러 병폐가 쌓여서 결국에는 사회가 흔들거리다가 무너져 버리게 될 것이다. 그러니 서로를 보듬고 더불어 상생하는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야 하는 것이 어렵고 더딘 길일지라도 마땅하며 바람직할 것 같다.

타인의 시선을 아예 무시할 수도 없고, 그 시선을 너무 의식하면서 살 수도 없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상생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지향해 나가되, 저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결코 잃지 말고 굳건히 지켜내면서 적당한 때가 되면 활짝 꽃피울 수 있는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코로나 상황이 자꾸만 어렵게 나아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3차 부스터샷을 맞으면서도 언제까지 이 주사를 이렇게 이어 맞으며 살아야 하는 걸까 걱정과 두려움, 회의감이 밀려들었다. 코시국이 너무 장기화되다 보니 사람들이 지쳐가기도 하고 특히 의료인들의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 미안하고 고맙다. 이번 달 책모임을 진행하면서 한 달에 한 번 모여 북토크를 나누는 시간조차도 어렵게 된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울까를 생각했다. 아무쪼록 회원님 모두가 개인 방역에 신경 쓰시면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022년 새해를 맞이한 1월 책모임에 함께 모여 즐거운 책수다를 나누어 주신 소중한 책친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의미로운 구절]                   

p9

형식만 남고 마음이 사라지면 고생일 뿐입니다.     


p19~20

성공적인 결혼의 필수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폭력성이나 비틀린 구석이 없는 상대와 좋은 섹스.     


p20

베이직을 갖춘 사람이 오히려 드물다고 봅니다. 안쪽에 찌그러지고 뾰족한 철사가 있는 사람들, 배우자로든 비즈니스 파트너로든 아무데도 못 갖다 써요. 꼭 누군가를 해치니까.   

  

p21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구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인생에 간절히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를 한 사람이 가지고 있을 확률은 아주 낮지 않을까요?     


p23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만한 게 없었다.       


p24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다고. 그게 자연스럽지.         


p25

애벌레처럼 읽는 사람은 결국 쓰게 되는 거야.     


p26

세상에 단언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고, 단언하는 사람은 쉬이 믿으면 안 된다.    

     

p29

예민해서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압니다. 파들파들한 신경으로만 포착해낼 수 있는 진실들도 있겠지요.      

p47~48

20세기 여자들이 교육의 기회라는 말에 따라나섰던 수많은 길들은 정말 교육에 닿기도 했고, 위험한 나락에 닿기도 했다. 그럼에도 교육과 기회를 원했던 여자들을 생각하면 울고 싶어진다.    

 

p67

원래 예술보다 예술 조금 옆이 더 재밌다.         


p71

어울리고 맞는 시대에 태어나는 사람들도 있기야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게 아닐까도. 행운이 불운을 상회할 리 없었다.     


p72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려면 읽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죽음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행위는 읽기라고. 동의할 만한 사람들과 밤새 책 이야기나 하고 싶었다.


p102

무척이나 부러웠지만 꼬인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누군가는 건강하게, 좋은 운동신경을 가지고 태어나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뿐이었다.


p105

탁월한 재능이 엿보인다고, 좋은 기회를 주겠다고, 나에게 관심 있어할 사람들을 소개해주겠다고 후하게 제시하는 사람을 그냥 믿어서는 안 되었다.      


p113

입지가 애매하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대개 그렇듯이 예술 애호가였다.     


 p117

탄력을 받아야 할 시기에 계속해서 꺾이면 안쪽의 무언가가 소멸할 수도 있다       


p118

누구나 꺾이잖아?

그야 그런데 운이 안 맞아서, 혹은 준비가 덜 되어서 꺾이는 것과 다른 사람의 악의로 꺾이는 건 다르지. 그리고 그렇게 꺾일 때 다들 물끄러미 보고만 있다면 만정이 떨어진달까?     


p126

폭력은 사람의 인격을 조각한다.      


p153

원래 모든 운동은 계단식으로 느는 거야. 계단을 올라서는 순간이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포기하면 안 돼.     


p166

쓰는 게 뭐 대단한 것 같지? 그건 웬만큼 뻔뻔한 인간이면 다 할 수 있어. 뻔뻔한 것들이 세상에 잔뜩 내놓은 허섭스레기들 사이에서 길을 찾고 진짜 읽을 만한 걸 찾아내는 게 더 어려운 거야.     


p168

사람들은 의외로 흠 없는 것만큼이나 완전히 파괴되었다 다시 이어붙인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니까요.     


p175

어떤 말들은 줄어들 필요가 있었다. 억울하지 않은 사람의 억울해하는 말 같은 것들은. 규림은 천천히 생각했고 그렇게 여과된 것들을 끝내 발화하지 않을 것이었다. 타고난 대로, 어울리는 대로 말줄임표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했다.     


p178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그가 죽이고 싶었던 것은 그 자신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도 나의 행복, 나의 예술, 나의 사랑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가 되살아 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회복되지 못했으면 하는 집요한 의지의 실행이었다.     


p183

욕도 표현의 일종이라고, 다만 정확하고 폭발력 있게 욕을 써야 한다     


p185

모녀 관계는 원래 힘든 거 아닌가?     


p191

우리는 엄마랑 살아봤잖아. 힘들었어요. 사랑만 하기에는 쉽지 않았어요. 모녀 관계는 그래서 복잡한 것 같아요.     

p192~193

흘러간 일은 흘러간 채 두면 되지.     


p208

나는 세상에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 남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이랑 자신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     


p228

예술에 통계 같은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워낙 특수한 사례들이 많아서요.     


p232

성숙하지 않은 남자라는 거, 되게 징그러운 거다?     


p233

제국주의의 얼굴은 왜 다 닮았을까?     


p244

이미 다 있었던 것이다. 이미 있었던 것을 피해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영화의 역사가 그리 길지도 않고 게임은 더 짧은데도, 어두운 것을 떠올리는 인류의 상상력만큼은 오래되어서일까?     


p253

추도하는 글을 쓰면서 사람을 웃게 하기란 쉽지 않다.     


p256

세상은 참 이해할 수 없어요. 여전히 모르겠어요. 조금 알겠다 싶으면 얼굴을 철썩 때리는 것 같아요. 네 녀석은 하나도 모른다고.     


p261

사회적 결함 없는 남성 가장의 이름값이었다. 젊은 여자 둘이 대신할 수 없었다. 빌려 쓰는 권력이 그렇게 허망함을 배웠다.     


p263

육아 휴직이 제대로 지켜지는 여초 회사에서도 여자들은 회사를 그만두곤 했다. 주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가 고비였다.     


p267

뭐가 뭔지 잘 모르겠을 때에는 더 똑똑한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천천히 거품이 꺼지고 가라앉는 업계에서 살아남은 여자가 어디선가 나타나면 바통 터치를 할 것이다.     


p296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었던 거야. 그 사람이 죽고 없어도.          


p305

외부의 충격에 영향받지 않는 인생이 어딨겠어?      


p320

재밌다 싶으면 한 방향으로 잘 미끄러지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성향은 조심해야 해.     


p323

쾌락주의자만이 시대를 이길 수 있지.     


p324

생략된 부분도 전해진다는 점에서 안도감이 들었다.    

 

p335

존재한 적 없었던 심시선처럼 죽는 날까지 쓰겠다.     



작가의 이전글 [칸딘스키, 말레비치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