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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un 27. 2021

[책리뷰]-<여행의 이유>

*여행은 삶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독서 리뷰]-<여행의 이유>

*여행은 삶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김영하 산문 [여행의 이유] 독서리뷰


<독서리뷰>

지금 우리는 난데없는 코로나19의 불안한 영향력 하에서 여행의 제약을 많이 받게 되었고, 생활 곳곳에서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버린 낯선 현실을 살아가게 되었지만, 나는 한때는 여행을 참 좋아했었다.

여행 목적지를 정하고 최저가 비행기와 숙소를 찾기 위해 웹서핑을 하고, 여행 동선을 짜고, 꼭 들러야 할 핫스팟과 맛집 등을 검색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집중해 여행에 관련된 정보를 취합하며 여행 준비를 하다 보면, 뭔가 설레이고 기대되던 그때 그  마음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렇듯 여행은 떠나기 전 준비단계에서부터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뿐만 아니라 이 나라  저 나라 해외로도 실컷 여행해 보면서, 좋았던 적도 있었고 고생했던 때도 있었다.

어떤 여행이었든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에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여 직접 편집해 포토북도 만들고, 여행의 단상을 글로 써서 남기기도 하면서 꽤나 즐겁게 여행의 기승전결을 전체적으로 의미로이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한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녀 본 이후에 어느 순간부턴가 체력이 급 떨어지면서 여행이 더 이상 즐겁지가 않게 되었고, 피로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여행 계획을 짜고 여행 준비를 하는 과정부터 더 이상 설레이지가 않았고, 여행가방을 꾸리는 일도 귀찮게 느껴지기도 했으며, 여행지에 가서도 이색적인 풍광이 참 아름답구나 하는 정도일 뿐 큰 감흥은 없었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여행의 짐을 정리하고 곧바로 현실 복귀하는 과정도 버겁기만 했다. 사진 정리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쌓여가는 사진 파일이 부담스러운 숙제처럼 느껴지게까지 되기도 했다.

아마도 에너지 고갈로 인해 체력에 부치는 여행의 전 과정에서 오는 피로감이 나 자신을 뭔가 자꾸 소진되고 지치게 하면서 여행이 더 이상 힐링의 시간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듯하다.


그렇게 귀차니즘에 빠져서 여행을 잠시 쉬다가, 이후에는 패키지여행을 다녔다. 아무때나 시간이 날 때 여행상품을 잘 골라 선택해서 결제만 하면 아무런 준비 없이 곧바로 떠날 수 있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태워다 주고 데리고 다니며 안내해 주는 다양한 개성의 가이드도 있으니까 그냥 무상무념으로 다녀올 수 있어서 참 편했다. 게다가 전국에서 모객되어진 각양각색의 불특정한 사람들과 여행 동행자로 묶여서는, 여행기간 내내 공동운명체가 되어 함께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의 특성을 접해보는 재미도 있었으니, 패키지여행이 나에게는 별로 나쁘지가 않았고 오히려 흥미롭고 즐겁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왜 그렇게 변하는 걸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평소 꾸준한 운동도 안하는 게으름뱅이로서 40대 중후반줄에 들어서면서부터 체력이 갑자기 떨어져서 쉽게 피로해지니까 만사가 귀찮아지고 의욕도 저하되어 버린 탓이었단 걸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안하던 운동도 하고 저질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도 하면서, 실생활에서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최소한의  노력은 하게 되었다. 그랬던 나에게 이 책은 그 제목만으로도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책 [여행의 이유]는 이 시대에 가장 잘나가는 인기 작가를 꼽으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거뜬히 들고도 남음이 있을 ‘김영하 작가’의 여행에 관한 산문집이다.

한때 유명세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최고의 흥행 작가의 매우 핫했던 책이라서 많은 분들이 이미 읽어보았거나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관심을 갖고 있을, 단연 최고의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평가들이 공존하고 있는 듯하다.

혹자는 내용이 다소 평이하고 기대에는 못미쳐 실망했다며 혹평을 하기도 했고, 역시 김영하 작가님의 필력은 대단하더라며 극찬을 보내는 팬들이 많기도 했다., 이렇듯 호불호가 갈리는데 나에게는 과연 어떨런지 궁금해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난 후의 내 느낌에는 소장하고 싶을 만한 충분히 괜찮은 책이었고, 개인적인 평점은 4.0을 주고 싶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푹 빠져들어서 휘리릭 읽게 될 만큼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고, 에피소드들이 흥미진진하고 재미가 있으니 가독성이 좋아서 쉽게 잘 읽혀졌다.

이래서 김영하 작가님이 유명하구나 싶게 느껴졌던  점을 꼽아 본다면,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이 매우 진솔해서 읽는 이의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친근감이 느껴졌고, 곳곳에서 작가가 다양한 분야에 참으로 많은 경험과 해박한 지식들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어서 신뢰감이 생기니 더욱 좋았다.


처음에 책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여행에 관한 소소한 스토리겠거니 하는 선입견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가, 책을 완독한 시점에서는 책 전체의 짜임새와 내용의 충실도에 반해서 작가의 상당한 내공을 인정하게 되고 작가님의 필력을 부러워하는 마음도 올라왔다.

여행이라는 모티브를 따왔을 뿐, 여행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작가가 삶에 대해 통찰한 것들을 여행이라는 소재에 중심을 두고 깊이 있게 풀어나가며 쓴 인생에 관한 에세이라 할 만큼 내용이 알찼다.

게다가 김영하 작가의 글솜씨가 매우 훌륭하고 수미상관의 문학적 구성법이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현되고 있어서,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이나 작가지망생들에게는 이 책을 필사하며 글쓰기 공부를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서술 구조가 매우 좋은 책이라고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라도 소장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되어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반납한 이후에 실구매를 하게 되었다.

이렇듯 개인적으로는 다각도로 참 좋게 느껴진 책이라서 마음 같아서는 만점 5.0을 주기에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표지의 컬러와 커버의 재질이 마음에 안든다는 조금은 유치한 이유로 평점 1점을 차감했다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단락들이  많았는데, 특히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여행에서 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굴러간다.’ 라는 구절은 작가가 여행을 통해 삶의 본질을 꿰뚫는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었기에  표현 가능한 의미로운 내용이라고 느껴졌다.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 속에 속해 있는 어느 작은 하나의 행성일 뿐인 지구에 살고 있는 티끌만한 생명체인 인간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의 인생 여정을 생각해 볼때, 어찌보면 여행자의 여행과 다를 바가 하나 없이 비슷한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싶은 일탈을 꿈꾸지만, 막상 떠나가면 이내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회귀본능을 느낀다. 또한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고 떠나간 여행지에서나 돌아온 ‘지금, 여기’의 삶 속에서나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람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지금은 뜻밖의 코로나 펜데믹 상황 속에서 살게 되면서 국내외 여행을 자유롭게 다니던 시절이 아득히 먼 옛날 일 같기만 하고, 그렇게 원하는 만큼의 그 무엇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던 때가 얼마나 행복했었던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 중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다가왔던 근원적인 내용은 ‘일상이 여행 같고 여행이 일상 같은 루틴이 삶의 본질적인 과정들’이라는 깨달음이었다. 코로나 상황이 갑갑하고 어렵지만 현실에서 만나는 상황상황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하고 감사하며, 뭐라도 집중해서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을 부여잡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한도 내에서 충실할 때 비로소 행복한 삶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의미로운 책이었다.



<기억에 남는 의미로운 구절>

p10

인간은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하도록 훈련되어 있다. 예정된 죽음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인간은 약간의 고심을 할 수 있고 눈앞에 닥쳐온 진짜 문제를 잠시 망각할 수 있다.


p23

인간은 언제나 자기 능력보다 더 높이 희망하며, 희망했던 것보다 못한 성취에도 어느 정도는 만족하며, 그 어떤 결과에서도 결국 뭔가를 배우는 존재다.


p24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p51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 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p57

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작가로 산다는 것 은 바로 그 ‘다름’과 ‘이상함’을 끝까지 추적해 생생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다.


p60

“삶의 안정감이란 낯선 곳에서 거부당하지 않고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찾아온다고 믿는 것, 보통은 한 곳에 정착하며 아는 사람들과 오래 살아가야만 안정감이 생긴다고 믿지만 이 인물은 그렇지가 않아요. 하지만 그는 자신이 이런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걸 모르죠. 그냥 여행을 좋아한다고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가 여행에서 정말로 얻고자 하는 것은 바로 삶의 생생한 안정감입니다.”


p61

어떤 인간은 스스로에게 고통을 부과한다. 그 고통이 자신을 파괴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 고자 한다. 그때 경험하는 안도감이 너무나도 달콤하기 때문인데, 그 달콤함을 얻으려면 고통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안의 프로그램은 어서 이 편안한 집을 떠나 그 고생을 다시 겪으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p62~63

소설을 쓴다는 것은 마르코 폴로처럼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여행하는 것에 가깝다. 우 선은 그들이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처음 방문하는 그 낯선 세계에서 나는 허용된 시간만큼 만 머물 수 있다. 그들이 ‘때가 되었다’고 말하면 나는 떠나야 한다. 더 머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또다시 낯선 인물들로 가득한 세계를 찾아 방랑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p63

소설 쓰기는 나에게 여행이고, (비록 내가 창조했지만) 낯선 세계와 인물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경험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인간이 자기도 모르게 입력된 어떤 프로그램에 따라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자유의지라는 것이 때로 허망하게 느껴진다. 인생은 눈에 보이는 적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어떤 허깨비와 싸우는 것일지도, 그게 뭔지도 모르는 채로.


p64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에서 데이비드 쉴즈는 이렇게 말한다.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이다.


p67

나는 언제나 고대의 지혜에 끌린다. 인생의 난제들이 포위하고 위협할 때면 언제나 달아났다. 이제 우리는 칼과 창을 든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적, 나의 의지와 기력을 소 모시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대결한다. 때로는 내가 강하고, 때로는 적이 강하다. 적의 세력이 나를 압도할 때는 이길 방법이 없다. 그럴 때는 삼십육계의 마지막 계책을 써야 한다.


P76~77

리베카 솔닛은 걷기와 방랑벽에 대한 에세이에서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에 대해 이야기하 면서 생각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방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고 있다. 철학자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들, 이를테면 사상은 옥수수 같은 곡물과 달리 안정적인 수확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모두가 좋아하는 것도 아니어서 한 곳에 머물기 어렵다는 것. 인맥이나 터전에 얽매인 직 업, 대표적으로 정치인이나 농민과는 다르다고 말하다.

발상은 무게가 없다. 지혜도 그렇다. 기술도 마찬가지. 그래서 이런 무형의 자산을 가진 사람 은 어딘가에 붙들려 있을 필요가 없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 이 먹고 살기에도 유리했다. 마찬가지로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들도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찾아 천하를 유랑했다. 솔닛은 음악가(호메로스 같은 서사시인도 그 범주로 봐야 할 것 이다.)와 의사도 철학자와 마찬가지로 유랑생활을 했다고 말한다.


p81

생각과 경험의 관계는 산책을 하는 개와 주인의 관계와 비슷하다. 생각을 따라 경험하기도 하 고, 경험이 생각을 끌어내기도 한다. 현재의 경험이 미래의 생각으로 정리되고, 그 생각의 결 과로 다시 움직이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든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은 현재 안에 머물게 된 다. 보통의 인간들 역시 현재를 살아가지만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가 득하다.


p82

후회할 일은 만들지를 말아야 하고, 불안한 미래는 피하는 게 상책이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미적거리게 된다.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 있는 것 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영감을 좇아 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라 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p87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하기 도 했다. 인간은 끝없이 이동해 왔고, 그런 본능은 우리 몸에 새겨져 있다.


p92~93

끝없이 이동하는 인류의 운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유전자에 새겨진 이동의 본능. 여행은 어디로든 움직여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었던 인류가 현대에 남긴 진화의 흔적이고 문 화일지도 모른다. 피곤하고 위험한데다가 비용도 많이 들지만 여전히 인간은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아니, 인터넷 시대가 되면 수요가 줄어들 거라던 여행은 오히려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p97

“모든 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p109~110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 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스토아학파의 철학 자들이 거듭하여 말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 때, 인간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에 근접한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p117

내가 직접 경험한 여행에 비여행, 탈여행이 모두 더해져 비로소 하나의 여행 경험이 완성되는 것이다.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 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 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 더 명료해진다.


p138

인류는 오래전부터 인생이 여행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디에선가 오고, 여러 가지 일을 겪고, 결국은 떠난다.


p139

불확실성은 언제나 스트레스를 준다.


p143

일단 누군가를 신뢰하기로 마음먹으면 우리의 정신 속으로 평안함 뿐 아니라 자극과 흥분이 파고 들어온다. 신뢰란 다른 생명체와 맺어지는 관계 가운데 가장 큰 기쁨을 준다. 신뢰란 죽 음만큼이나 동기를 짐작할 수 없는 어떤 인물에게 의지하게 만드는 힘이다. 낯선 이를 신뢰하 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p165

우리의 정체성은 스스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타인의 인정을 통해 비로소 안정적으 로 유지된다.


p178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던 시절이면 나는 무엇에든 쉽게 중독되어 자신을 잊기를 바랐다.


p183

허영과 자만은 여행자의 적이다. 달라진 정체성에 적응하라. 자기를 낮추고 노바디가 될 때 위험을 피하고 온전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p185

현명한 여행자의 태도는 스스로를 낮추고 노바디로 움직이는 것이다. 여행의 신은 대접받기 원하는 자, 고향에서와 같은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자, 남의 것을 함부로 하는 자를 징벌하고, 스스로 낮추는 자, 환대에 감사하는 자를 돌본다.

허영과 자만에 대한 경계, 타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일 것이다.


p197

인간은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과 대면한다.


p198

모든 인간에게는 삶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의 구조, 핵심 플롯이 있다.


p199

이주와 여행의 관계는 마치 현실과 소설의 관계와 같다. 현실은 어지럽고 복잡하고 무질서하 다.

현실은 줄거리가 없다. 어떤 일들이 불쑥불쑥 일어난다. 때로 우리는 통제력을 벗어난다.


p204

여행은 분명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에서도 소설과 닮았다.


p205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p212

인간이든 동물이든 그렇게 모두 여행자라고 생각하면 떠나보내는 마음이 덜 괴롭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환대했다면, 그리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p213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여행에서 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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