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엔데 Jun 24. 2021

18. 석사과정에 지원하기 전에 체크해야 할 것 -2편

보통의 공대생이 쓰는 보통의 대학원 일기

몇 사람 보지 않는 내 비루한 브런치이지만, 알람이 떠서 살펴보면 거의 항상 소식이 있는 글이 있다. 언제 썼던 건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석사과정에 지원하기 전에 체크해야 할 것-1편'이다. 지금 읽어보면 상당히 오그라드는 내용이 상당히 많다. 지금은 석박 통합과정으로 거의 10학기이니, 당시의 새파랗게 애송이던 시절-5학기- 썼던 내용은...... 읽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싶을 정도로 내용도 없고, 재미도 없고,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오만했습니다.

이제 남아있는 동기도 몇 없다. 많은 친구들이 도중에 떨어져 나갔거나, 석/박사를 취득해서 학교를 떠났다. 사실상 이제 거의 (새내기 입장에서 보면) 독거노인인 셈인데, 꼭 일 년에 2번 정도 카톡에 불이 날 때가 있다. 바로 원서 시즌이다. 물론 개중에 우리 연구실에 지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퍽 반기겠지만...... 불행히도 우리 연구실은 그렇게 인기가 없다. 대부분 옆 연구실은 어떻냐느니, 대학원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같은 것들을 묻는다. 특히 석사과정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물어본다. 박사과정에 지원하는 사람이라면 대충 프로세스를 알기 때문에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 나의 사회에 대한 유일한 쓸모랄까. 나는 그래도 성실하게 대답해주는 편이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질문은 사람을 지치게 하는 법이다. 특히 진학을 결심하는 사람들의 열정은 나 같은 오래된 대학원생을 쪼그라들게 만든다. 마치 햇볕에 시드는 이끼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런 질문들을 모아 두 번째 글을 작성하려고 하는 것이다. 생각하기엔 1편은 아예 잊어도 좋을 것 같다. 정말 별로 쓸모가 없는 내용이니까. 

다만 주의할 것은, 이것은 철저하게 주관적이며, 공대의 입장에서 쓰인 글이라는 것이다. 문과 쪽 대학원의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르다. 솔직히 같은 이과로 분류되지만 생명대나 이과대(화학과 물리학과 같은), IT계열과도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겠다. 가까운 화공이나 기계, 신소재라면 대충 알고 있지만 말이다.

이제 아래 서술될 글들은 질문을 많이 받는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1.     풀타임 vs 파트타임

차이가 없다. 학위증에 말이다. 아침 8시부터 저녁 11시까지 밥도 못 먹으면서 고생한 풀타임 석사 분들과, 일주일에 두 번 저녁에만 들르는 파트타임에 차이가 정말 없다는 게 좀 불공평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따라서 정식으로 등록된 코스도 아니다. ‘파트타임 과정’ 같은 게 없다는 것이다. 물론 야간 대학원이나 산업 대학원 등 ‘일반 대학원’이 아닌 경우 특수하게 모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냥…… 대학원이다. 그리고 이 말은 수업을 풀타임과 동일하게 들어야 한다는 뜻이며(24학점 정도일까), 석사 졸업 논문을 제출해야 졸업할 수 있다. 파트타임을 위한 특별한 혜택 같은 것도 없다. 

그래도 만약 할 수만 있다면, 파트타임으로 학위를 할 수 있다면 ‘개이득’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시간당 효율이 좋은 느낌이랄까. 남들과 같은 시간 보내면서 조금 더 고생해서 경력을 하나 추가해서 쌓는다고 생각하면, 마치 빠른 앞마당 3 넥서스 같은 느낌이다. 솔직히 말해서 석사 과정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박사과정은 다릅니다), 시간도 짧으니까(4 학기면 체감상 금방이다. 물론 박사과정은 다릅니다).

그러면 모두 다 파트타임을 하면 이득이지 않나?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이게 쉽지는 않다. 학생의 선발 권한이야 모두 교수한테 있기 때문에, 교수님들의 일반적인 의중을 읽어보자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회사/공공기관/연구소에 우리 학교/연구실 인원을 넣어서 학연을 넓히고 싶은데, 파트가 많아지면 연구실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주위 보는 눈도 신경 쓰이니 잘 저울질해야겠는걸.’

‘학생 = 연구 파워’인 대학원 특성상 0.3인분 역할을 하는 파트타임을 뽑을 때는 교수 나름의 검은 속내가 있는 셈이다. 적어도 내가 본 바로는 그렇다. 파트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연구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게 사실이니까. 

따라서 파트타임을 지원한다면 체크해야 할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실이 규모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편의를 위해 풀타임 한 명당 연구력(내가 만든 가상의 힘이다) 1을 낼 수 있고, 파트타임 한 명이 0.3의 연구력을 낼 수 있다고 가정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풀타임 10 + 파트타임 1 = 10.3  →  파트타임이 차지하는 연구력 비율:  2.9%

풀타임 3 + 파트타임 1 = 3.3  → 파트타임이 차지하는 연구력 비율: 9.1%

그래서 보통 파트타임 석사를 받는 연구실은 큰 연구실이 많다. 사람이 많을수록 파트타임의 존재감이 약해지니까. 따라서 파트타임을 지원한다면 큰 연구실 중심으로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사항을 챙겨야 한다.

1)     저녁 수업이 충분히 열리는가: 낮에는 일을 해야 하는 파트타임의 특성상 저녁 수업을 많이 수강하는데, 이게 안 열리는 순간 힘들어질 수 있다. 물론 외교력이 뛰어난 일부 파트타임 분들의 경우 교수님과의 쎄바쎄바로 학교에 한 발 들어오지도 않고 수업을 들을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2)     회사에서 파트타임을 인정해주는가: 당연히 인정해주니까 파트타임을 생각하지 않겠어?라고 나도 처음엔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대담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몰래 하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어차피 학교 저녁에만 가는 거잖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회사에는 언젠가 백 퍼센트 걸린다. 시간도 안되고 말이다. 연구실 입장에서도 애당초 회사를 이용할 수 없으면 파트 뽑을 이유도 없다. 그리고 가끔 국가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했을 때 회사의 동의가 없다면 문제가 된다. 

3)     가까운가: 솔직히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학교건, 직장에서 학교건. 아무리 파트타임이라고 해도 연구실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게 제일 좋으니까. 결국 언젠가 학위 논문을 쓸 것이고, 좋든 싫든 연구실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고려해보자.

4)     교수가 파트타임을 환영하는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정말 연구가 하고 싶거나, 열정이 있다면 풀타임을 해야 하고, 박사과정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직업 및 업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해서 큰 연구실로 선택, 적당히 지원하면 웬만하면 파트타임을 받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연구실과의 컨택

연구실과의 컨택은 언제나 힘들다. 이렇게 ‘컨택’이라는 외래어가 고유 명사처럼 쓰이는 걸 보면 말이다. 각설하고, 컨택은 연구실에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것을 교수에게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다짜고짜 교수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아니, 정말 나쁜 경우라면 아예 읽히지도 않고 ‘읽지 않은 메일’ 저 한 구석에 박혀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언젠가 교수 이메일 쌓이는 속도를 봤는데, 정말 5분에 대여섯 개씩 쌓이더란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답신이 없으면, 으레 교수가 퇴짜를 놓는 거겠니 하겠지만, 정말로 읽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연구실마다 굉장히 수직적인 분위기를 띄는 곳은 무슨 군대에서 결제받아 올라가는 것 같은 시스템을 갖는 곳도 있다.

이런 경우, 랩장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랩장(연구실마다 용어는 다르다)은 연구실 최고참이긴 한데, 포스트 닥터(박사학위가 있는 사람들, 이하 포닥)는 아닌 사람들을 말한다. 포닥은 대게 연구실 잡무 등을 지휘하고 연구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있어서 연구실의 전반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때문에 대개 박사과정 말년(박사과정 학기 기준 5학기 이상)인 사람들이 이러한 역할을 맡는다. 포닥에게 물어보면 안 되는 이유는 그들이 주로 외부 학교에서 오기 때문에 시스템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포닥은 연구실에 별로 관심이 없다. 자기 연구하려고 온 거니까.

랩장 연락처는 은근히 여기저기 많이 붙어 있다. 아래는 랩장 연락처를 얻는 방법이다.

1)     가장 쉬운 방법은 해당 연구실 홈페이지(있다면)에 가서 연구원 현황 중 가장 위에 있는 사람에게 연락하는 것이다. 포닥은 피하고, 포닥이 아닌 박사과정 중에서 가장 위에 있는 사람, 그리고 사진이 오래된 것 같은 사람을 골라 연락처로 연락(이메일이든 핸드폰이든)하면 된다. 물론 홈페이지를 오랫동안 업데이트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으므로, 잘 살펴보아야 한다.

2)     두 번째 방법은 학과 사무실에 물어보는 것이다. 학과 사무실에 전화해서 원하는 교수님 연구실의 방장(랩장)을 찾으면 알려준다. 대부분의 경우 말이다. 물론 학과 선생님은 랩장에게 허락을 맡을 수도 있고 안 맡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렇게 번호를 얻었다면 번호를 얻게 된 경위를 같이 적어 주는 게 얼굴 붉히지 않을 수 있다.

3)     다음은 좀 편법인데, 연구실 방 앞까지 가서 ‘비상연락망/연구실안전관리책임자’에 ‘정/부’ 란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하는 방법이 있다. 이들은 대게 랩장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미친듯한 편법이다.

랩장에게 연락을 취했다면, 여러 가지를 물어볼 수 있다. 연구실 분위기는 어떤지, 무슨 연구를 하는지, 교수님은 어떠한 지 말이다. 연구실에서 오래 볼 사람 중에 가장 많이 마주칠 사람이니, 이 사람 행동으로 미루어보아 해당 연구실을 다닐 만 한지 아닌지 따져볼 수도 있다. 교수랑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이라 둘이 성격이나 일 처리 방법이 닮아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교수님께 자신이 지원해도 될지 여쭈어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랩장이 신입생을 뽑는 건 아니지만, 랩장의 의견 자체는 많이 참고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닌 교수님들도 있지만, 보통 남은 인건비라던지, 연구인원 현황이라던지, 연구실의 남은 자리 같이 연구실의 전반적인 상황은 교수님들이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결정은 교수님이 할 일이지만.

이렇게 랩장과 이야기가 끝났으면, 교수님에게 지원 이메일을 보내겠다고 말을 한 뒤 지원하면 된다. 


3.     지원 이메일에 대해서

교수에게 보내는 이메일에는 여러 가지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보는 순간 눈물 흘릴 수밖에 없는 구구절절한 자기소개서도 중요하지만, (내 생각엔) 교수는 그딴 것은 읽지 않는다. 

1)     자기소개서: 간단한 이력을 적은, 대개 한 장에서 두 장 정도로 압축되는 서류. 들어가야 할 정보들: 이름, 사진, 주소, 핸드폰 번호(나중에 랩장이 전화한다), 이메일 주소, 학력(고등학교/대학교, 그리고 마지막 프로젝트의 이름 등), 경력(어디 어디 근무했다던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던지-물론 증빙서류는 필요 없다). 여기까지 적으면 보통 A4용지의 절반~3/4 정도를 채웠을 것이다. 나머지 서류는 관심 있는 연구 분야를 개조식으로 적으면 된다. 물론 간략해야 할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연구를 하려고 왔는데 해당 연구 분야에 대해서 무엇을 알겠는가? 

2)     성적표: 학부 성적표 전체. 성적 자체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수업을 들었는가를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만약 영어 성적이 있다면 같이 내면 좋다. 대게 대학원 홈페이지에 영어 공인 성적 기준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생각보다 매우 낮다. 그리고 영어 점수 때문에 떨어졌다는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3)     연구 계획서: 앞의 관심 분야를 조금 길게 풀어서 1장 정도로 풀어내면 된다. 조금 유치하고, 원대해 보여도 괜찮다. 어차피 석사로 지원하게 되면 연구 계획서에 쓴 내용과는 전혀 다른 일을 맡게 될 것이 뻔하니까. 그냥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를 어필하는, 회사 지원으로 치면 ‘입사 지원서’의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이 회사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대체하는 것이다. 


4.     교수의 연구 분야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 계획서를 작성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아니, 그 연구실이 무슨 연구를 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제기랄’

해서 오는 연구 계획서를 좀 살펴보면, 그 연구실에서 하는 것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써놓는 실례를 저지르기도 한다. 연구실 이름만 키워드로 검색해서 ‘A를 하겠습니다!’라고 적었는데, 실제로 연구실에선 ‘G’ 정도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 상당히 어색해질 것이다. 점잖은 교수님은 ‘해당 분야는 다른 교수님이 하십니다’라며 답장을 주기도 할 것이고, 대게는 그냥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랩장에게 연구 분야를 물어봤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랩장과의 짧은 대화만으로 교수의 이전 연구분야, 현재 관심 연구 분야를 모두 알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아래 소개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     Google scholar에서 교수 이름 검색(영문으로) → 이름을 잘 검색했다면 ‘XXX와 일치하는 프로필’이 나오는데, 이때 소속을 확인하고 클릭 → 그러면 교수가 쓴 논문들이 쭉 나오는데, 해당 논문들을 연도별로 정렬하여 Introduction 혹은 Abstract 읽어보기. 이렇게 까지 한다면 교수의 예전 관심사와 현재 학문적인 관심사를 모두 알 수 있다.

2)     검색창에 NTIS 검색 → 통합 검색 창에 교수 이름 검색 → 약간 아래쪽에 ‘참여인력’이라는 란이 있고(동명이인이 많음), 소속을 보고 맞는 이름을 클릭 → 국가 R&D 참여인력 정보라는 팝업창이 뜨는데, ‘기본’ 탭의 정보도 한번 쓱 보고, 중요한 ‘R&D 참여 과제’란 클릭 → 하나하나 클릭하면서 요약정보, 상세정보 등을 살펴보며 교수의 연구 이력 살펴보기. 현재 수행 중인 과제도 나오고, 예전에 했었던 과제도 나온다.

3)     (우리 교수님 경우이긴 한데) 교수 박사학위 받은 학위 논문 검색해서(대부분 google scholar에서 검색하면 나온다) 읽어보기. 언급하면 좋아한다. 물론 오래된 논문일 테니 직접적으로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거나 하면 옳다구나 하며 좋아할 것이다.


5.     지원 시기에 대하여

원서 접수는 후반기(2학기) 접수의 경우 4월 즘, 전반기(1학기) 접수는 이전 해 10월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시기적인 선정에는 큰 불만이 있다. 하필 제일 바쁠 때라서 쓸만한 학생들(이라고 쓰고 노예라 읽는다)을 놓치기도 하고, 주변에 권유(라고 쓰고 납치라고 읽는다)할 때면 시기를 종종 놓치기 때문이다. 만약 후반기 지원을 목표로 한다면 4월에 중순에 접수, 학기 시작은 9월이니 5개월이나 걸리는 것이다. 이게 말이나 되는 건가. 12월 말에 원서를 넣은 고등학생들이 이듬해 3월쯤 입학하는 것을 생각하면, 대학원생에 대한 처우를 짐작해 볼 만하다. 젠장.

따라서, 가급적 빨리 컨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학교마다 매우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단과대 형식으로 운영되는 학교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신입생을 뽑게 된다.

‘원서 접수’ → ‘구술/필답 시험’ → ’ 합격’ → ‘과 입학’ → ‘지도교수 지정’ → ‘연구실 입성’

문제는 원서 접수부터 지도 교수 지정까지의 단계에서, 교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컨택을 하지 않아도, 대학원에는 입학할 수 있다. 원서 접수도 아무 문제없다. 구술/필답 시험 할 때 교수들과 면담을 하게 되는데, 이때 조금 난처해질 수는 있다. 

“어떤 교수 밑으로 들어가나요?”

“아직 안정해졌는데요?”

“???”

실제로 한 해에 한 두 명 정도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태도나 지식에 문제가 없다면, 합격 자체는 된 일이고 정식으로 해당 과의 대학원 생이 된다. 

이때부터는 약간 신인 드래프트를 하는 것 같은 상황을 상상하면 될 것 같다. 여기 이름표가 붙어있지 않은 싱싱한 선수(노예)들이 있다. 그리고 합격자 서류를 교수님들끼리 돌려가면서, 드래프트 리스트를 완성해간다. 이 친구는 우리 연구실에 지원한 친구입니다. 저 사람은 제 겁니다. 이놈이 여기 있었구나…… 이렇게 합격자들을 교수님이 찢어서 가져가는 것이다. 그리고 한두 장의 합격 서류 정도는 책상에 덩그러니 남는다. 이런 사람들은 대게 인기가 없는 연구실에서 가져가거나(인기가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학과 선생님이 여유가 되는 연구실에 배치를 시도한다. 언제까지나 지도교수가 없이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시작한다고 해도 안될 건 없지만, 제대로 된 첫 단추를 끼운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아주 슬프게 대학원 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가장 좋은 지원(컨택) 시기는 방학이라고 볼 수 있다. 후반기 지원이라면 그 전 학기 겨울 방학(1월-3월)이고, 전반기 지원이라면 그 전년 여름 방학(7월-9월)이다. 그보다 빨리 지원하면 서로 존재를 신경 쓰고 있느라 피곤하고(운이 나쁘면 다 잊어버리게 된다), 그것보다 늦으면 교수가 드래프트 리스트를 만들 기회를 어렵게 한다. 

방학에 컨택을 시도한다면, 그리고 시간이 좀 된다면, 1-2개월 정도 연구실 인턴을 해볼 수도 있다. 실제로 인턴 하다가 ‘이건 아닌데?’ 하고 옆 연구실로 도망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연구 실적, 논문의 숫자, 졸업자의 상태도 연구실에 대한 많은 사실을 말해주지만, 안에서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연구실의 분위기 같은 것 말이다. 부조리 같은 게 있는지.


6.     겁먹지 않아도 됩니다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물론 우리나라의 최상위권 대학교에, 최상위권 학과에, 가장 유명한 교수님 밑으로 가고 싶다고 한다면 모르겠지만, 앞선 세 가지 조건 중 2가지만 충족되는 연구실이라도 생각보다 사람을 덥석 덥석 잘 받아준다. 타대생이건, 비전공자이건 (물론 넓은 의미에서 전공은 맞아야 한다), 학점이 낮던 말이다. 결국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건 다수라는 말도 있듯이, 연구실의 크기는 곧 교수의 크기와 같다.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학교로부터 지원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다만 해마다 대학원 진학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교수님들의 신경을 긁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인기가 많은 연구실은 인기가 많지만, 그 마저도 필요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내가 다니는 학교도 꽤 좋은 학교지만, 해마다 대학원 신입생이 줄어서 결국 정원을 폐지했다. 그러니까, 지원하는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겁먹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적당히 긴장해야 하겠지만,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물론 번번이 말하지만 박사과정은 아닙니다.) TEPS나 TOEIC 같은 공인 영어 성적 같은 것도 필수는 아니고, 학점도 높으면 좋지만 무슨 커트라인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다. 전공 지식이야 있으면 좋지만, 어차피 대학원 오면 다시 배워야 한다. 연구에 대한 열의-라는 애매한 단어로 뭉뚱그린 지표가 있지만, 어찌 그것을 측정할 텐가. 


대학원 안에서의 생활이야 들어와서 보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봤지만, 결국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 내가 하는 연구가 생각보다 훨씬 더 시덥잖다는 것도 알고, 저기 랩에 있는 사람들 모두 바보들에 가까우며, 교수도 생각보다…….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대부분의 석사 분들은 졸업을 하셨다. 2년이라는 시간이 활동으로 꽉꽉 채워져 있지만, 사람이 못할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조금 적응하기 힘든 사람이라도 어떻게든 졸업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과 전통이 잘 짜여 있다. 모두 겁먹지 말길 바랍니다.

역시 이 글의 한계라면 철저하게 공대의 입장에서 씌었다는 것이겠다. 다른 단과대는 정말 모르겠다. 혹시 이 글이 무례하게 느껴졌다면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진지하기 위해서, 가급적 농담과 짤은 배제했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이 글은 자주 받는 질문을 모아둔 글로, 석사 과정에 지원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는 마음입니다. 만약 조금 더 궁금하신 게 있다면, 답글로 질문 주시면 성실하게 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왕이면 우리 연구실에 지원해주시면 더 좋고요. 하하.



매거진의 이전글 17. 정말 금메달은 성적이 낮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