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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데 Aug 06. 2017

참새들

런던 스케치 중/ 도리스 레싱/ 서숙 옮김

비가 멈춘 뒤 이십 분이 지나자 첫 손님들이 카페의 정원 안으로 들어왔다. 나이 든 여자 둘과 웃는 듯한 개 한 마리. 그들은 그곳을 매우 잘 아는 듯했다. 그들은 곧장 뒤쪽에 있는 탁자로 갔고 개는 명령을 듣지 않고도 거기 작은 풀밭에 자리를 잡았다. 그 여자들은 비 때문에 탁자 위에 엎어놓았던 의자들을 바로 노았다. 한 여자는 의자 뒤에 우산을 걸고 앉더니 커다란 손가방에서 음식 봉지들을 꺼냈다. 다른 여자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더니 작은 커피포트 하나와 컵 두 개를 들고 나왔다. 커피포트 하나면 두 사람에게 충분하다고 서로 확인해 가며 미안해할 것 없다는 듯한 태연한 태도로 생각에 잠긴 채 샌드위치를 먹었다.

런던 북부 도처에서 사람들이 말하고 있었다. “비가 그쳤다. 히스 벌판으로 올라가자.” 그들은 어느새 켄우드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길을 따라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해가 나오면 벤치에도 앉았다가 카페 안으로 통하는 층계를 내려가기도 했다. 그러나 해는 어디 있나? 해는 두꺼운 검은 구름 뒤에서 꾸물거리다가 잠깐씩 구름 밖으로 나올 때마다 나무와 풀을 밝고 환한 노란색으로 물들이더니 다시 사라졌다.

십 대 몇 명이 거품이 부글거리는 음료수와 커피와 케이크를 잔뜩 담은 쟁반을 받쳐 들고 건물에서 나왔다. 그들은 탁자 두 개를 붙여놓은 뒤 멋대로 들 앉았다. 우아하고 극적인 옷차림과 숱이 많은 머리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인 모습들이 축제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불만에 찬 게으름, 그들의 그런 태도를 예의 그 소박한 두 사람이 바라보면서 눈썹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어떤 이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를 모르지?”

발레 댄서처럼 생긴 키가 크고 창백하며 머리는 담황색인 청년이 부엌에 나타났다. 하품을 연방 해대는 그는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였다. 그러나 흰 줄이 쳐진 푸른 앞치마를 입자마자 즐겁게 일할 준비가 된 웨이터로 변신했다. 그는 빗물이 고여 있는 탁자 주위의 의자들을 바로 세울지, 탁자들ㄹ 닦아야 할지를 생각하며 자신의 작업 구역을 훑어보았다. 그러나 한쪽 눈으로 비가 올 듯한 하늘을 힐끗 보더니 그만둔다.

두 여자는 참새들에게 샌드위치 부스러기를 던지고 있었다. 참새들이 그들의 발 주변으로, 의자 뒤로 몰려 있었고 그들이 앉아 있는 탁자 위에까지 올라가 있었다. 정원의 구석에는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게시판이 있었고 거기에는 ‘공중위생 경고문: 위생상 새들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라고쓰여 있었다. 웨이터는 으쓱하더니 사라졌다.

세 사람이 카페 안에서 나왔는데 쟁반을 잔뜩 포개 들고 있는 바람에 사람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쟁반들을 내려놓자 일본인 셋이 나타났다. 근사한 검은색 비단 점프수트를 입은 젊은 부부와 그들의 어머니였다. 어머니 역시 이 장소에는 어울리지 않는 고급 검은색 맞춤옷에 보석으로 치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앉고 싶은 정원 중앙으로 탁자를 끌어왔다. 자신들이 들고 온 것들, 웨이터가 가져온 쟁반 위에 있는 것들을 놓기 위해서였다. 그 자리마저 충분하지 않아 또 다른 탁자를 옆으로 끌어오고 그 위에도 주문한 음식들을 늘어놓았다. 그들은 정식으로 영국식 아침을 먹을 참이었다. 쐐기 모양의 크림 케이크와 과자, 버터와 잼, 크림 케이크와 과자, 버터와 잼, 여러 종류의 케이크, 샐러드와 닭, 그리고 커피, 콜라, 야채 주스 등.

웨이터는 지중해 부근 어딘가에서 온 듯 피부색이 검고 상냥하며 잘생긴 청년이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감탄하며 식탁을 훑어보았다. “일본 사람들? 굉장한 식욕이군!” 그는 머뭇거리며 소리 없는 감탄사를 연발하고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사라졌다. 두 연금 생활자가 베풀어준 것을 다 먹어치운 참새들이 새로운 먹이를 찾아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 일본인 어머니는 한쪽 손을 흔들면서 짙게 화장한 얼굴을 고약한 성미와 탐욕으로 흉하게 찡그리며 화가 나서 소리쳤다. 또 한 손으로는 참새들이 파리 떼인 것처럼 서툴게 탁탁 내리쳤다.

십 대들은 너무 가까운 자리에서는 이 모든 것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차리고는 점잖게 일어나 서 너 개 떨어져 있는 탁자로 자리를 옮겼다. 그들은 자기들이 먹던 음식을 전부 옮기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자 부스러기와 땅콩들이 그들이 떠나온 탁자 위에 널려 있었다. 참새들은 나무에서 지붕에서 사방에서 날아와 이 성찬에 몰려들었다. 일본인 어머니는 이것을 보고 큰 소리로 떠들어댔지만 자녀들은 못 들은 척하고 몇 주일 동안 굶은 듯이 먹고 있었다.

나이 든 그 두 여자는 이 장면을 응시했다. 그들은 눈을 뗄 수 없는 것 같았다. 십대들에 대해서는 으레 그러려니 했지만 이런 일은 달랐다! 그들의 표정에 나타나 있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떨리는 손을 내려 큰 개의 머리를 다독거렸다.

“그래, 착하지.” 그 여자는 불행한 소리로 말했다. 참새 한 마리가 일본인 어머니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또 다른 웨이터가 부엌문을 열고 나타나더니 장군처럼 그 장면을 점검했다. 땅딸막하고 자신에 찬 젊은이, 그의 머리는 위쪽으로 똑바로 빗겨져 있었고 모든 것이 단정하고 깨끗했다. 그는 분명 길어야 오 년 이내에 자신의 회사 또는 적어도 매장을 운영하도록 점지되어 있었다. 그는 힘차게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마치 운동을 하듯 두 팔을 기운차게 휘저으면서 참새 떼를 쫓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본인들에게 미소를 지은 뒤 부엌으로 돌아갔다. 참새들이 되돌아왔다.

선탠로션을 바른 건강미 넘치는 중년 부부 한 쌍이 커피 한 잔 씩을 들고 도착했다. 그들은 축복받은 태양 속에서 하루의 휴식을 마친 뒤 방금 돌아온 것이 분명했고 그래서 지금 하늘의 절반을 가린 검은 구름 뒤에 숨은 태양을 향해 미소를 지을 만한 여유가 있었다. 그들은 탁자 위에 고인 물의 양쪽 가장자리에 커피잔을 놓고 마치 자신들은 히스 벌판으로 힘차게 걸어갈 것이라고 누구에게든 말하는 듯한 자세로 의자 끄트머리에 걸터앉았다.

그 순간 막 도착한 중년 부부는 이들 부부와는 너무 달랐다. 그들은 잘 손질된 구두를 어떻게 옮겨놓을지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층계를 올라와 앞으로 걸었다. 차와 과자 한 개, 버터가 담긴 쟁반을 각자 들고 있었다. 그들은 뒤쪽에 있는 작은 풀밭 근처의 탁자를 골랐다.

그들 뒤에는 높은 벽돌담이 있었고 그곳에는 비원처럼 신비한 늘 닫혀 있는 문이 있었다. 여자는 앉아서 차를 저으며 개를 향해, 오른쪽의 빽빽하게 우거져 푸른 그늘을 만든 덤불 둔덕과 나무들을 향해, 왼쪽 울타리 너머 보이는 나무 꼭대기를 향해 미소 짓고는 끝으로 바로 앞에 있는 길고 아름다운 건물을 호의적으로 바라보았다. 켄우드 하우스에 딸린 그 건물은 한때는  마차 차고이자 하인들의 거주지였는데 지금은 아침 식사와 차와 점심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속속 들어가고 있었다. 위쪽 창들은 열려있어서 안에서 일어나는 매우 흥미로운 일들을 암시해 주었고, 길고 낮은 지붕 위에는 여러 종류의 새들, 주로 참새들과 비둘기들이 이에 못지않게 흥미 있는 일들을 만들고 있었다. 그 여자는 그들 바로 뒤쪽 나무에 몰려 있는 참새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진 채, 그것들에게 어떤 일이 생길 것인지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 여자의 남편은 안절부절못하는 성급한 태도로 과자를 먹어치우려고 벌써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항상 자기 앞에 벌어진 일은 무슨 일이든 금세 해치워버리고는 자신이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의 태도였다.

참새 한 마리가 나무에서 날아와 그 여자 옆에 놓인, 앞으로 기울어진 의자의 등 위에 앉았다. 여자는 조심스럽게 부스러기들을 그쪽으로 밀었다. 

“힐다, 당신 뭐 하는 거요!” 그녀의 남편은 낮고 급하고 까다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오?” 그리고 그는 공중위생 경고문이 확실히 거기 있는지 확인하려고 목을 빼고 둘러보았다.

“아, 그렇군요. 그러니 우스운 소리죠.” 여자는 참새들을 보고 미소 지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그는 과자 조각을 반쯤 입으로 가져가며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의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여자를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참새가 겁도 없이 그의 손과 과자를 향해 펄럭거리자 과자를 빨리 입에 넣어 삼키고는 말했다. “저것들은 입 안에 있는 것도 훔치려 할 거야.”

힐다는 기울어진 의자를 부드럽게 바로 세우고 그 옆에 있는 의자도 세웠다. 참새들이 즉시 내려와 그 의자들 등 위에 앉았다. 여자는 과자 부스러기를 바로 자기 옆에 놓고 참새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경험이 많은 참새 한 마리, 여러 차례 여름을 보낸 홀쭉하고 노련한, 진한 갈색과 검은색으로 얼룩진 회색 새 한 마리가 빠르게 날아와 그것을 낚아챈 뒤 마차 차고 지붕으로 날아가 버렸다. 다른 새 두 마리가 그 뒤를 쫓아갔다.

그 여자와 제일 가까운 의자 등 위에 참새 세 마리가 나란히 앉아 응시하고 있었다.

“보세요, 알프레드.” 여자가 말했다. “새끼 참새들이네요. 봐요. 부리가 찢어진 흔적이 아직 남아 있어요.”

그것들은 부리 귀퉁이가 노란색이었다. 세 마리 모두 깨끗하고 생기가 넘쳤다. 새 생명. 그들의 회색빛 도는 갈색 깃털은 반짝거렸다. 남자는 그 순간과 어울리지 않게 잔뜩 겁이 난 표정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이 남자는 나이보다 젊어 보였다. 깔끔하고 단정하며 쾌활한 중년이었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그의 카디건 위에는 방금 흘린 과자 부스러기가 붙어 있고 넥타이에는 흘린 지 얼마 안 된 차 얼룩이 있었다. 그는 지치고 창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옆에 똑바로 앉아 있는 그의 아내는 키가 크고 몸집이 넉넉한 여자였다. 어느 모로 보나 스스로를 잘 통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잘 다듬어진 두 손은 능력 있게 보였고 굽슬거리는머리와 옷차림은 단정했다. 실제로는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여자는 과자 부스러기를 조금씩 세 마리 새들 주위에 놓았다. 그러자 제일 용감한 새가 머뭇거리다가 재빨리 안으로 들어와 부스러기 한 개를 물고 날아갔다. 두 번째 새도 두려움을 무릅쓰고 의자 등에서 날아올랐다. 그런데 목표물인 과자 부스러기를 향해 절반쯤 오다가 겁에 질려서는 날개를 퍼덕이며 공중에서 몸을 돌리더니 다시 의자 등으로 갔다.

“자, 용기를 내.” 여자는 그 새에게 야단을 쳤다. 망설이던 새는 다시 날아올라 공중에서 날개를 펴고 움직이더니 몇 초 동안 날다가 후퇴했다. 드디어 이 참새는 어렵시라 두려움을 극복하고는 중간에서 돌아가고 싶은 것을 참고 과자 부스러기에 와 앉음으로써 그의 미래가 밝을 것임을 보여주었다. 새는 과자 부스러기 서너 개를 재빠르게 집어 부리를 가득 채운 뒤 그걸 먹으려고 어디론가 날아갔다.

혼자 남은 참새는 거기 그냥 앉아 있었다. 갓 태어난 새였다. 이 작은 새는 곳곳에 솜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노란 부리의 한쪽 끝이 환했다. 요람 속에 누워 있는 아기처럼 침착하게 눈을 동그랗게 뜬 그 새는 둥지 속에 함께 있었던 자기 친구들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이리 와, 너도 해봐.” 여자가 말했다. 그러나 작은 새는 전혀 상관하지 않은 채 앞을 보며 계속 앉아 있었다.

새 한 마리가 다시 탁자 위 과자 부스러기로 날아오더니 최대로 빠른 속도로 쪼아 먹었다. 깃털에 더 이상 윤기가 흐르지 않는 나이 든 새였다. 그러자 이제 그 작은 참새가 탁자 위로 홀짝 올라와 옹크리다가 깃털을 펄럭였다 그것은 부드러운 공이 되면서 주둥이를 열었다.

“저건 왜 저래?” 남자가 잔뜩 겁이 난 듯 다그쳤다. “아픈가 보군.”

“아뇨, 아뇨.” 그의 아내가 달랬다. “잘 봐요.”

나이 든 새는 작은 새의 입 속에 부스러기들을 넣어주면서 몸을 움츠린 채 깃털을 펄럭거리는 작은 새의 요구에 즉시 응했다. 계속해서 아기 새는 마치 여전히 둥지 속에 있는 것처럼 보채고 어미 새는 부스러기들을 밀어 넣었다. 그런데 그때 강도 같은 참새가 휙 밀어닥쳤다. 어미 참새가 그것을 쪼았고 그러자 두 참새는 싸우면서 함께 지붕으로 날아갔다. 버려진 작은 참새는 더 이상 옹크리지도 깃털을 펄럭거리지도 않았다. 그것은 부리를 닫고 의자 등받이로 돌아가더니 다시 편안한 아기참새의 모습으로 앉아있다.

“저 새는 다 컸어.” 남자는 심술에 차서 말했다. “다 자랐어. 그런데 부모가 먹여줄 것을 기대하다니.” 

“아마 어제까지 둥지 속에 있던 아기 새일 거야.” 여자가 말했다. “오늘 처음으로 무서운 세상에 나왔을 거야.”

“그럼 왜 호자 먹이를 못 찾는 거야? 어미가 밀어냈다면 스스로 먹이를 찾아야지.”

여자는 고개를 돌려 경계하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 뒤 남자의 반응이 두려운 듯, 그의 이런 분석적인 말에서 관심을 돌려버린다. 그리고 과자 조각을 손에 든 채 이번에는 일본인 세 사람의 빈 접시와 쟁반을 공략하고 있는 참새뗴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 일본인 어머니는 큰소리로 새들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자식들이 그녀를 진정시키며 숱 많은 담황색 머리칼의 행동이 느린 웨이터에게 손짓을 했고 그는 느릿느릿 마당을 가로질러 와서는 쟁반들을 포개 들고 새들의 만찬을 빼앗아 버렸다. 새들은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아기 참새도 함께 날아가 버렸다.

작은 정원이 있는 그 카페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하고 있었다. 태양은 다시 구름 가장자리로 나왔고 하늘의 절반은 눈부신 푸른빛이었다. 그 경쾌한 부부는 성큼성큼 걸어 멀어져 갔다.  젊은 일본 남자는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설마 또 먹으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나이 든 두 여자는 웨이터가 자기들의 커피포트와 빈 쟁반 두 개를 치웠는데도 그냥 거기 앉아 있었다.

개는 풀 위에 턱을 고인 채 바로 앞에서 폴짝거리는 참새 한 마리를 응시했다.

아기 참새는 저 혼자 돌아와 의자 등에 앉았다.

“봐요, 돌아왔어요.” 여자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 그 아기 참새예요.”

“당신이 어떻게 알아? 같은 새인지?”

“그걸 모르겠어요?”

“나한테는 모두 같아 보여.”

여자는 아무 말도 앉은 채 과자 부스러기들을 점점 더 참새 가까이 조심스럽게 밀기 시작했다. 그 새가 유혹을 느끼도록 그러나 놀라지 않도록.

“저건 아마 아비가 와서 먹여주기를 기다리나 봐.” 볼멘소리가 나왔다. 여자의 긴장되고도 조심스러운 자세로 미루어 보아 그건 여자가 예상하고 있었던 소리였다.

“어쩌면 어미까지.” 여자는 건조하면서도 냉소적으로 말했으나, 곧 이런 어조로 말한 것을 후회했다. 그가 큰 소리로 말했기 때문이었다. “거기 앉아서, 그저 우리가……. 그저 기다리면서……”

여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봐요, 난 오늘 아침에 말했어요.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요.”

“그렇게 되면 당신은 내가 그 일을 잊어버리도록 절대로 그냥 놔두지 않을 거야. 안 그렇소?”

여자는 아무 말도 않고 새에게 과자 부스러기를 더 가까이 놓아주려고 몸을 부드럽게 앞으로 기울였다.

“내가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짐작 건데, 그 애는 집으로 돌아오겠지. 우리가 자기를 먹여주고 시중들어주기를 바라면서……..”

여자는 대답하기 전에 열까지 세고 있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 애는 우리르 FEJSK 자기만의 장소를 갖고 싶어 하는 거지요.”

“우리 돈으로.”

“돈은 은행에 그냥 둘 거잖아요.”

“그러나 무슨 일이 생겨 우리한테 그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봐. 집수리도 해야 하고….. 차도 낡아가고…..”

여자는 본의 아니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그랬잖아요. 그 일에 관해 당신이 그렇게 느낀다면, 하지 말아요, 그러나 겨우 일만 파운드예요. 독립하는 데 투자하는 돈으로는 많은 게 아니지요. 아주 좋은 거래예요. 당신도 그렇게 말했어요. 그 애는 무엇인가를 소유하게 될 거예요. 비록 그 장소의 일부라 할지라도.”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소. 그 애를 집에 두고 그 애와 친구들과 그 밖의 온갖 사람들을 먹여 살리거나 아니면 돈을 들여 그 애를 내보내거나.”

“그 애는 스물한 살이에요.” 어머니는 갑자기 화가 나서 경직되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 애를 위해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할 때예요.” 

그는 그 말을 듣고는 입을 다물려하다가 한마디 했다. “법적으로 성인의 나이지, 그렇지 않소> 그 애는 성인이오. 어린애가 아니오.”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일본 젊은이가 쟁반을 또 하나 들고 나왔다. 크림과 잼, 커피, 케이크가 또 있었다. 그가 이것들을 그의 아내(여자 친구? 동생?)와 그의(그녀의?) 어머니 앞에 놓자마자 세 사람은 몸을 구부리고 시합하듯 먹기 시작했다.

“부족한 게 없군.” 그가 투덜거렸다.

그 깐깐한 늙은 목소리. 그것은 노망의 경계선이었다. 여자는 머지않아 그의 간호사가 될 것이었다. 여자는 새에게 계속 미소를 보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자, 이리 와.” 여자가 속삭였다. “어렵지 않단다.”

그러자…… 그 아기 새는 동그란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면서 탁자 위로 폴작 뛰어내려 서투르게 과자 한 조각을 집어삼켰다. 

“ 저 새가 혼자서 저렇게 한 것은 처음일 거야.” 여자는 속삭였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저 작은 것이…..”

그 작은 참새는 실험하듯 모이를 쪼았다. 그러더니 요령을 알게 되었고 여자가 부스러기들을 그쪽으로 밀자 곧 나이 든 참새들만큼 탐욕스러워졌다. 탁자 위를 깨끗하게 치우고 나서 새는 날아가 버렸다. 어른이 되어.

“멋지다.” 여자가 말했다. “근사해 오늘 아침까지도 둥지 속에 있었을 텐데. 그런데 이제는…….” 여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웃었다.

그는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거기 앉은 이후 처음으로 그는 이기적인 자신의 감옥 밖으로 나와 진정으로 그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현재의 여자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 어느 때의 여자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회상…….

“작고 예쁜 새야.” 그가 말했다 반쯤 노망이 들어 칭얼거리는 소리가 아니라 과거에서 온 목소리를 듣자 여자는 고개를 돌리고 그를 향해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아, 정말로 멋져요.” 여자는 기쁨에 떨며 말했다. “난 이곳을 사랑해. 나는…… 사랑해…….” 그러자 정말로 태양이 나타나더니 그 푸른 정원을 여름으로 채웠다, 사람들은 얼굴을 반짝이며 미소 지었다.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Un dimanche apres-midi a l;Ile de la Grande jatte

 조르주 피에르 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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